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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 2019 10 양희은 · 서경석입니다 행복을 찾는 사람들 1 IBK기업은행 명동역지점 거래고객 정화예술대학교 허용무 총장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IBK기업은행 테헤란로지점 거래고객 한빛변리사학원 황춘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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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2019

10

양희은·서경석입니다행복을 찾는 사람들 1

IBK기업은행 명동역지점 거래고객

정화예술대학교 허용무 총장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IBK기업은행 테헤란로지점 거래고객

한빛변리사학원 황춘자 이사

Page 2: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04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1

흙,물,불,바람을담은그릇-옹기

12 이달의 편지

‘스웨그있게소통하기’외

72 행복을 찾는 사람들 1

정화예술대학교허용무총장

76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한빛변리사학원황춘자이사

80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2

떡사랑,시누이사랑

86 코너 속 편지

‘곤파스와할머님’외

110 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양질의수면

112 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훈훈하게시작해서씁쓸하게끝난편지

2019년 10월호contents

72

04

76

80

IBK기업은행 협찬의 월간 여성시대는 작지만 큰 감동을 전하고자 합니다. 매월 10일 IBK기업은행에서 무료로 배포하며, 이웃과 함께 보면 감동이 2배로 늘어납니다.

전국 주파수 안내(표준FM) ※ 전국 각 지역은 아래 주파수대에서 MBC 라디오 청취가 가능합니다.

서울 95.9 부산 95.9 / 106.5 대구 96.5 광주 93.9 대전 92.5 / 91.3 전주 101.7 / 94.3 창원 98.9

춘천 92.3 / 88.9 청주 107.1 제주 97.9(견월악) / 97.1(삼매봉) 울산 97.5 강릉 96.3 진주 91.1 / 93.5 목포 89.1

여수 100.3 안동 100.1 원주 102.5 / 92.7 충주 96.1 삼척 101.5 / 93.1 포항 100.7 울진 102.7 울릉도 98.5

발행일 2019년 10월 10일 발행인 ㈜문화방송 대표이사 최승호

등록번호 라 - 5413 진행 양희은, 서경석 프로듀서 하정민, 유기림

방송 MBC라디오 매일 아침 9:05~11:00 인터넷 주소 www.imbc.com

방송중 열린전화 02-368-1500 문의 02-789-3401 주소 (03925)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267 MBC 라디오 여성시대

편집·제작 하나로애드컴(02-3443-8005) 표지 작가 이미경 월간지(비매품)

※ 본지는 한국도서윤리위원회 규정을 준수합니다.

Page 3: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추억의길을사부작사부작걷다보면저끝어딘가어머니의모습

이보인다.정화수한그릇을떠놓고자식잘돼라빌고또빌며아침

을시작하던어머니.치성을드리고재바른걸음으로가마솥에밥을

안치고장독대로향한다.반질반질윤이나는독에담긴된장,고추

장,간장을조금씩내어담고김칫독에서잘익은김치한포기를꺼

내뚝뚝아침밥상을차린다.방안에들어서면화로,주전자,등잔,

콩나물시루가사이좋게놓여있었다.

그렇게집안곳곳은흙으로빚은옹기로가득했다.어디서나눈에

쉽게뜨이던옹기는플라스틱,양은,스테인리스그릇의등장과아

파트문화확산,김치냉장고출현으로설자리를잃었다.

그런데몇년전건강에좋다는효소바람이불면서전통방식으로

만든옹기를찾는사람들이반짝늘었다.매실,오미자는물론이고

각종산야초를섞어만든효소가몸에좋다니‘한번담아보자,건강

을생각해서제대로만들어진옹기에담아볼까!’이런마음이었을것

이다.

글 | 성기애 (여성시대 작가)사진 | 송인혁

충북청주시청원구‘웃는옹기’

최광근씨를찾아서

흙, 물, 불, 바람을 담은 그릇 - 옹기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4 | 05

Page 4: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발물레를돌려가며장작가마에구워내는옹기보기가요즘은하

늘의별따기다.그런데여기시간도오래걸리고품도많이들어가

는전통방식의옹기를고집하는이가있다.여성시대가족최광근

씨.

충북청주시청원구북이면의암로에자리잡은‘웃는옹기’의주인

장이다.옹기로제2의인생을살게됐다.

이른바잘나가는통신업체의간부로몇백명의직원을진두지휘

하던그가어느날갑자기사표를던지고말았다.그때나이53세였

다.그는자신에게물었다.‘내가진정좋아하는것은무엇인가?’곰

곰이생각해보니어린시절그림그리기를좋아했던기억이새삼떠

올랐다.그림과연관되고나이가더먹어도할수있는,용돈벌이도

되고,자식들에게부끄럽지않은,그리고무언가내가세상에왔다

갔다는걸남길수있는일을찾았다.

불면의밤을거듭하며찾아낸실마리가도예였다.경기도소재의

전문대학도예과에입학했다.사표를내고두달사이에벌어진상

황에아내한연순씨는놀라움에입을다물지못했다.남편의결정

에대놓고반대하지못했지만앞으로어떻게살아야하나한숨의나

날은그후로도오래도록이어졌다.

최광근씨는입학과더불어학교앞에서자취했다.밤낮으로공부

하며실습하며수석졸업을했다.학교다니며특히옹기에관심을

갖게되었고,졸업과동시에경북상주시이안면흑암리에위치한

옹기무형문화재정학봉선생님문하에들어가전통옹기제작에심

혈을기울였다.4년동안그곳에서지내며하루14시간씩전통옹기

제작방법을익혔다.옹기는배우면배울수록만들면만들수록재미

있고신기하고어여쁜몸짓으로다가왔다.

옹기공부를마치고,집나온지6년만에귀향했다.고향청주의

한적한동네의시골집을매입하여마당가운데장작가마를만들고

황토방에전기가마,가스가마설치도했다.안채를수리하여옹기

갤러리로변신시켰다.

공방을열고옹기만들기에전념함과동시에모교도예과의교수

로초빙되어제자를길러냈다.또청주시체험농장으로지정받아학

생과일반인대상으로옹기체험을지도하고있다.

요즘은각지자체행사나전통공예박람회에서옹기제작시연을

펼쳐보이고있다.많은이들에게옹기에대해알리고싶어서다.지

난9월서울인사동에서진행된시연작업에서는높이20미터가넘

는옹기를선보이며많은이들의눈을즐겁게했다.어르신들의추

억이야기와어린아이들의호기심어린눈빛,감탄사를연신자아내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6 |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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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외국인들을보며옹기장인의자부심도한껏올라갔다.

옹기를만드는과정은흙을치고다져밑판을만든후발물레를

돌려가며가래떡처럼빚은흙을한단한단쌓아올려모양을만든

다.잘마른옹기에잿물을바르고가마에불을때서불맛을골고루

입히고가마를식힌다음꺼낸다.흙의상태,물의농도,불의온도,

바람의결에따라각양각색의옹기가탄생한다.어느것하나똑같

은것없이제각각아름다움과실용성을뽐내는것이장작가마옹기

의특징이다.

“우리조상들이옹기에음식을담아두고먹었던것은정말과학이

라할수있어요.옹기의가장큰장점은숨을쉰다는것입니다.우

리전통음식이주로발효음식이잖아요.된장,고추장,김치,젓갈

등요.이런음식들은공기가통해야세균이나미생물이살아갈수

있어요.그런좋은미생물들이맛도건강도높여주는거죠.”

그의말에따르면세상의수많은그릇중물을담아두었을때공기

가통하는그릇은옹기밖에없다.옹기조각의단면을전자현미경을

사용하여1천500배이상으로확대해보면미세한구멍이많이보

인다.옹기는찰흙60%,모래20%,백토20%비율로혼합해사용하

는데가마에넣어높은온도로가열하면찰흙은많이수축하지만모

래는별로수축하지않아그모래틈사이로공기가통하는것이다.

공기는드나들지만물은새지않는것,그게옹기가‘신비한동양

의그릇’이라호평받는이유이기도하다.

다른이들보다는늦게옹기의길로들어간최광근씨는그래서더

욱더열심히옹기제작에열정을쏟고있다.

“앞으로의꿈은옹기기록물을만드는겁니다.제작과정은물론

이고지역마다옹기의특색을글과사진그림으로남기고싶습니다.

각지방을돌아다니며발로수집하고마음으로글을빚어야겠지요.

몇년의시간이걸릴지모르겠지만천천히한번해보렵니다.”

행복한마음으로빚은옹기가사용하는누군가에게행복한마음으

로이어졌으면해서이름지은‘웃는옹기’.장작가마위로가을햇

살에잘익은밤들이까르르까르르소리를내며툭툭떨어지고있

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8 |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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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5] 제고향은강남에서20분거리의산좋고물맑은남양주물골안

입니다.이름만큼골짜기마다물이많고물맛이좋은,그래서좋은

사람이많은지역입니다.

[1219] 제고향은충북충주에요.세계무예마스터십과세계무술축제를볼

수있는곳입니다.사과가무르익어가는대한민국중심고을충주로

놀러오세요.

[1274] 가을알밤이토실토실유명한공주정안입니다.인심좋고정이넘쳐

나는제고향정안은교통의요지입니다.지나가실때정안알밤

많이들사가지고가셨으면좋겠네요.당도가끝내줍니다.

[7023] 제고향은전남광양입니다.광양불고기,전어,매실,밤이유명한

곳입니다.구경들오세요.

[1014] 제고향은경북영양군청기면무진리골짜기입니다.무진리에서도

골짜기로한참을걸어들어가서골무진이라불렀어요.자전거도못

들어가는오솔길을걸어야조그만마을이나타났어요.

[안효준] 제고향포항은여름에대한민국최고의불꽃쇼,국제불빛축제를

개최하는데요.정말이뻐요.물회,조개구이도맛나답니다.

[1477] 제고향은여수밤바다입니다.여수에서전라도광주로온지20년

된것같아요.여수는거북선축제를합니다.여수바다냄새를맡으

면서살았어요.오동도도멋집니다.

[9996] 저의고향은중국진황도시입니다.바닷가도시고진시황제가장생

불로초구하러사람을보냈다는곳이라서해마다축제가열립니다.

해산물이정말풍족합니다.

[5427] 고향하면골목이생각납니다.그당시찻길외에는전부미로처럼

골목골목이이어져무조건골목을달리면서놀았던생각이납니다.

〈여성시대가족들의고향자랑〉

일러스트 | 이경선 [email protected]

12 스웨그있게소통하기

15 아주특별한사람들

19 택배오배송

22 길림에서왔어요

25 아들의식습관가이드

29 제주살이

32 요리잘하는법을찾아서

34 실감나는샌드위치세대

36 마트아주머니의작은호의

39 변해가는세상,적응하기

어려워

43 나는야공고생

45 풀꽃들의이야기

48 국수를내게준아주머니

50 딸의부부싸움

52 출생의비밀을딛고바르게

살아보렵니다

57 가훈이야기

59 남편의13년지기친구,트럭

편지이달의

11이달의 편지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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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함이날로상승하고있는중학교2학년딸아이는힙합여

전사가되려는지힙합에푹빠져살아요.아침에눈떠서밤

에눈감을때까지그놈의힙합을귀에못이박이도록듣고,심지어

기상알람도힙합비트입니다.그런딸아이의힙합사랑에한없이

모자란저란엄마는그야말로옛날사람이지요.힙합에‘힙’자도모

르고,잠깐이나마래퍼들이읊조리는랩소절을듣고있노라면당최

무슨말인지하나도알아듣질못하겠더라고요.

제말이라면마냥수긍하던딸이중학교에입학하니극강의사춘

기를맞이하여까칠함으로무장,반항모드돌입하더니,요즘은사

사건건저랑부딪힙니다.서로별거아닌거로언성높이고결국짜

증내다감정폭발을일으킬때가많았어요.저도아이에게알게모

임진영

강원 춘천시 근화동

스웨그 있게 소통하기

Letter 1

르게상처를줬겠지만,저또한엄마로서서운할때가참많았습니

다.특히뭔말만하면“엄마는말해도모르잖아”대꾸하는이말한

마디가어찌나가슴을후벼파던지요.

사춘기때는아이랑소통하는게무엇보다중요하다는이론을머

이달의 편지 12 | 13이달의 편지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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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속에넣어두고매번노력은하는데제가건네는말에당연히모를

거라며단정짓는딸에게마냥서운해서,딸이푹빠져사는힙합을

공부하기시작했어요.공부라고해서학창시절에하던시험공부하

는것처럼머리싸매고하는그런공부는아니고요.그야말로딸처

럼온종일힙합음악을재생하고또재생합니다.

예전같으면집안청소하면서흘러간발라드곡이나댄스곡정도

틀어놓곤했는데이젠스웨그넘치게힙합곡들로만연속재생하고

있어요.참신기한게처음에는엄청시끄럽기만하고,무슨말인

지하나도모르겠는힙합곡들을계속해서듣다보니까가사도하나

씩귀에들어오고댄스곡못지않게나름흥이나더라고요.물론힙

합여전사딸의성에차려면한도끝도없겠지만,그냥유행하는힙

합프로그램에나오는최신곡들은마스터했고요.혹시몰라예전곡

들도복습했어요.

그렇게차츰힙합에자신감이붙어가던어느날,TV를보다가힙

합무대가나오기에‘때는이때다’싶어서눈에익은래퍼에대해슬

쩍아는척을했더니,눈이동그래진딸!아,그때그놀란표정을

확인하던순간의쾌감이란!그후로는음악듣는딸의이어폰을뺏

어서또슬쩍아는척하면,놀라면서도좋아하는그눈빛을보니,이

게그이론에서말하던‘소통’인건가싶어요.그동안말로만아이를

이해하고소통한다생각했는데,몸소실천해보니까확실히딸과더

가까워지는기분이드네요.

앞으로는딸이“엄마는그거말해도모르잖아”이런말대신“엄

마,엄마!이노래알지?”라고말하는걸듣고싶네요.

딸!우리이제는싸우는거그만하고,사이좋게잘지내보자.피쓰

(peace)~예압!

띵동,띵동.늦은밤왠지모르게다급한듯한알람소리가울

렸습니다.초저녁에잠이든나는그소리에두눈을번쩍

떴습니다.어디선가나를필요로하는누군가가있을수있다는사

명감에급히일어나휴대폰을집어들고휴대폰을보았습니다.아니

나다를까부산모근처의응급실에서급히혈액이필요하다는긴급

헌혈요청공지였습니다.

부산이라급히달려갈수도없고또당시제가있던파주는말라리

아잠복지역이라결격사유로헌혈을할수없지만긴급공지인만

큼〈꼭건강해지길바랍니다〉라는응원댓글을남기고가슴을졸이

며상황을지켜봤습니다.정확히3분뒤쯤천사들의전쟁이시작되

었습니다.

장영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아주 특별한사람들

Letter 2

이달의 편지 14 | 15이달의 편지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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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근처인데병원까지가는데10분걸립니다.>

<당장달려가겠습니다.잠깐만기다려주십시오.>

<지금헌혈의집문앞에서대기하고있습니다.>

<결격사유로도움드리지못해죄송합니다.꼭쾌유하시길바랍

니다.>

<저는어제헌혈을하고와서오늘은돕지못해안타깝습니다.여

러분많이도와주세요.>

여러상황보고와함께응원의댓글이게시판을달리기시작했습

니다.이런댓글을달고있는우리는아주특별한혈액형을가진사

람들의모임,아특사카페회원들입니다.모두Rh-혈액형의소유

자들이죠.

제가처음이혈액형을알게된건40살때였습니다.암수술후

출혈로응급수혈이필요했을때,전국적으로살고있는대가족이자

얼굴없는천사들의모임,아특사회원분들의도움을받고다시살

게되었습니다.

병원에서퇴원하면서의사선생님이“희귀혈액형이어서교통사고

가나거나다치거나하면큰일날수있으니특히더조심하셔야합

니다”라는말을듣고적잖이놀라고황당하고덜컥겁도나서온가

족이총출동해서재검사를받았는데,저희삼형제모두Rh-인아

버지유전자를받았더군요.아버지께서는본인혈액형이무엇인지

관심조차없었던분이셨습니다.

한번은어느산모가위급상황이라긴급응급수술로남편분이헌

혈요청을했는데중환자실전화가마비되고중환자실복도가아특

사회원으로가득했을정도로많은관심과사랑으로산모가위험한

고비를잘넘긴적도있습니다.

그때게시판에올라온글들을읽으면서가슴에뜨거운무언가가

올라오면서긴안도의한숨과동시에왈칵눈물이났던기억이납니

다.서로얼굴도모르는사람들이너나할것없이위험한상황에처

이달의 편지 16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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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편지 18 | 19

얼마전,퇴근하여집에오니아내가황당한일을겪었다고했

다.

오전이른시간에‘택배배송완료’문자를받았고,문앞에두었다

는내용이었는데,물건은문앞에있지않았다는것이다.그날은택

배받을물건이여러개라오후에함께배송되리라생각했단다.구

매물품이식품이라다소걱정했지만가끔있는일이라믿고오후까

지기다리기로했단다.

아이들을챙기고,저녁을먹고나서도그물건이오지않은것을

확인하고기사님에게연락했더니배송을완료했다며확인해보겠다

고했단다.그리고는바로연락이왔는데,기사님은정확히기억이

난다며당시에는자신의관할지역이아닌데왜자신에게배송지정

오성환

경기도 오산시 동부대로

택배 오배송

Letter 3한사람을위해팔을걷어올리고,서로돕고산다는사명감으로이

곳저곳뛰어다니는모습을볼때마다저는너무든든하고,우리회

원분들모두가정말자랑스럽고존경스럽습니다.

이얼마나대단한사랑입니까?우리아특사많이칭찬해주시고응

원해주세요.저희같은Rh-혈액형은병원이나혈액원에많은양의

혈액이없습니다.그래서응급수술이나대량의혈액이필요한경우

병원에서보호자에게피를구해오라고합니다.그럴때카페에원하

는혈액이나혈청,전혈,혈소판등을상세하게적어서헌혈요청을

하면지정헌혈로전국각지에서헌혈을받을수있습니다.지정헌혈

이란헌혈하는사람이헌혈시,모병원의모환자에게혈청이나혈

소판등을지정해서곧바로그환자가있는병원으로가게하는긴급

수혈방법입니다.

그런데요즘은신기하게도유전이아니어도희귀혈액형이많이

나온다고하니혹시여성시대가족분들께서도가족과다른혈액형

이나온다면,당황하거나고민하지말고병원에서정확한분석을해

보고,Rh-혈액형이라면꼭아특사에가입하여어려운고비를같이

헤쳐나갑시다.우린피를나눈가족이니까요.

혹시여성시대애청자들중에이미아특사가족분이계신다면오

늘하루도즐겁고건강하게보내시고늘응원하고사랑한다고전하

고싶습니다.

현재대한민국혈액원에혈액재고가별로없다고합니다.우리모

두헌혈을생활화하는문명인으로거듭납시다.헌혈은고귀한사랑

이고위대한생명나눔입니다.

아특사의구호로끝내겠습니다.

“니피가내피다!내피가니피다!”

이달의 편지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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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했는지짜증이난상태로오배송을했다고사과하더란다.통화

시각이늦은시간이라기사님은퇴근한상황이었고내일배송할수

는있으나식품이변질하였을수있고,아이들이먹을것이라고하

니양심상재배송할수없다면서자신이배상하겠고했다.

우리는기사님의진심어린사과와진실한처리를보고,측은한마

음이들었다.그래서우리가자체적으로해결해보기로했다.너무

늦은시간이라전화하기가미안해서기사님께물어보지않고,오배

송한아파트가우리집근처아파트일거로생각하고그아파트를찾

아가보았으나물건은없었다.3km떨어진다른아파트로배송된

것이었다.

물건가격은만원도되지않는것이었고,기사님이너무미안해하

고아이들먹을거리니양심상배송할수없다고까지하니오히려우

리가감사했다.그래서우리는배상을받지않기로했다.

다음날,기사님말씀이고마워서없었던일로하기로했으니송

금안해주셔도된다고메시지를남겨우리뜻을전했다.그랬더니

바로전화가와서그렇게하면안된다고우리계좌를알려달라고했

다.우리의뜻을충분히전하고,우리가기사님께감사하다고말씀

드렸다.기사님은도저히그냥넘어갈수없다고완강히계좌를요

청하였으나,거듭된우리의거절의사를듣고는그럼아이들간식거

리를문앞에두겠다고했다.

다음날우리집문앞에는베이커리봉투가놓여있었다.딱봐도

몇만원은들었을것이라는생각이들어미안해졌다.감사하고죄송

해서전화를드렸더니,기사님은자신의돈이귀하면다른사람의

돈도귀한것을안다며감사하다고했다.그리고우리가주문한물

품은자신이회수해서시식했는데양도얼마안되고맛도별로니재

구매하지말라고조언까지해주었다.

우리는고민했다.만원도안되는물품인데,몇배의보답을받으

니미안해서그냥넘어갈수가없었다.휴대폰으로선물쿠폰을보

내기로했다.마음같아서는비싸고좋은것을보내드리고싶었지만

부담을드리면안될것같아간단한것으로선택했다.

이번일로우리는많은것을배웠다.분쟁이생길수있는일이지

만,기사님은당신의잘못을바로진실하게인정하고,처리를정중

하게해주셨다.그자세와태도에우리는누구나실수할수있다고

생각했고,어렵고힘든일을하시는분께고통을드리고싶지않아

순수한마음으로거절했다.이처럼진실한사과와인정그리고진정

성은상대방에게그대로전달되고,오히려미안함과측은함을느끼

게한다.

실수를인정하지않는경우도있고,진실이드러나면‘돈주면될

거아니냐’는식으로일축해버리는사람도있는데,그런처리는상

대방을자극하게되고,분쟁을더크게만들것이다.기사님이보내

주신훈훈한문자를다시보니기분이또좋아진다.

〈오간문자내용〉

기사님:모택배기사입니다.감사하게도보내주신쿠폰으로동료

들하고맛나게먹었습니다.저는대한민국에혼자있거든요.전후

사정을들은동료들이대신감사하다고전해달라네요.덕분에사무

실분위기가더욱더화기애애해졌습니다.하핫,정말감사합니다.

아참,바깥분께도감사하다고전해주세요.

우리:동료분들과맛나게나눠드셨다니저도기분이참좋습니

다.우리집도기사님께서주신간식,맛있게잘먹고있습니다.건

강유의하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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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편지 22 |

세월은흘러어느덧내가대한민국박씨가문에시집온지20

년된다.20여년동안나는두아이를키우느라고동분서주

하며바쁘게보냈다.이제큰아들은정비학교졸업반으로올해주민

등록증이나오고,초등학교6학년인딸도올해졸업이다.나도이제

는오십을바라보는인생중년이되었다.

지난인생을뒤돌아보며부모님과같이생활하던때가잊혀지지

않고나의지금생활에서참고가되고있다.나는중국길림성왕청

현모농촌에서태어났고9년의의무교육단계를끝마치고,나는연

변재무학교,언니는연변위생학교,남동생은장춘전기전업학교에

입학하면서고향을떠나외지에서공부하게되었다.

아버지는유식한분이어서청년시절에영화관련공부를하여국

유영란

인천광역시 서구 신석로

길림에서 왔어요

Letter 4가방영원에있다가텔레비전이나오니영화방영사업이잘경영되지

않게되자국가전력자격증을따고국가전력부분에전력기사로일하

셨다.당시아버지혼자연봉에삼남매를공부시키느라가정의부

담이이만저만이아니었다.

마침국가로부터개혁개방정책이펼쳐졌다.예전에는어떤사람

이호박하나혼자심어도자본주의라고하면서모든국민의손을묶

어놓았었다.다함께큰가마밥을먹던시대는이미지나고,누구든

부지런히일하면잘살수있게됐다며사람들은보다적극적이되었

다.아버지도공휴일을이용하여집과5리떨어진작은산비탈에땅

을개간하여매년생활에많은보탬이되었다.

내가재무학교2학년때일이다.그해5.1절,나라에서노동자명

절이라고학교에서3일휴가를실시하여우리삼남매가모두집에

돌아오게되었다.아버지께서우리세자식에게“너희들은중등교육

을받는인재지만실천경험이없기에오늘나와같이밭에가서조

를심자”하며공구를챙기셨다.

우리셋은어머니가싸준점심밥을가지고언덕산밭으로갔다.아

버지는밭머리에서서“오늘은농부가얼마나땀을흘리며일하는

지,흙을고르고곡식을심어서좋은수확을얻는과정을학습하여

앞으로너희의인생에도움되기를바란다”하면서아버지는먼저

괭이로땅을깊숙이파헤치고호미로고랑을만들었다.

아버지는우리삼남매한테각기한고랑씩나누어주어누가잘하

고빨리하는가를비겨보게했다.나이어린남동생이작아도제일

빨리하였다.한참일하여온몸이땀투성이되고손바닥은물퉁이가

생기고그물퉁이가또터져몹시아리고아팠다.아버지께서는그

런우리손을입김으로홀홀불어주면서대견한눈빛,만족해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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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내일몇시에가?”

돌아보지도않은채게임에몰두한그대로아들은대답한

다.

“조금있다가갈건데.”

비가계속오는데이빗속에간다고한다.

아들은이내여러소리가뒤섞여서나던컴퓨터를끄고는주섬주

섬가방에짐들을넣는다.

“아들먹으라고엄마가감자탕이랑가지나물무치고고추조림하고

깨나물도볶았는데….”

“가방이무거운데…”아들이망설이며말끝을흐린다.

“그러면감자탕만조금담아줄까?”

김은순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아들의 식습관 가이드

Letter 5웃음과함께“우리조상들모두이렇게두손으로밭을가꾸어먹을

것을해결하였다.이흙이우리의생명을만들었다.금후너희들이

사회에나가서도언제나농민을잊으면안된다.그리고자기생활

직업에충성해야한다”부탁하셨다.

그해추석명절에우리삼남매모두집에와서추석을즐기게되

었다.아버지께서는우리가봄에심은조가풍년을맞이하였다면서

온집식구조이삭따기활동을조직했다.

점심밥을싸고이말저말나누며소풍삼아조밭으로향했다.밭

에도착한우리는노랗고알알이꽉차축축늘어져한가함을뽐내는

조이삭을보면서자기도모르게“와!”하는소리와함께모든것이

희귀하게만느껴졌다.좁쌀을먹어보았지만조이삭이이렇게생긴

줄은처음알았으니그럴만했다.

아버지는인생은농사와같다면서봄부터가을까지쭉잘가꾸어

야한다며,인생의봄은단한번이라며인생을소중히여겨야한다

고재삼강조하면서여문조이삭을깨끗이잘라이고지고집까지와

서조타작을하였다.힘든하루였지만잘된조에흥이났고뿌듯함

이생겼다.조밥은깔깔하지만영양만점이고,내가지은것이라유

난히구수하고맛있었다.

그해나는학교를졸업하고직장생활을하다한국의텔레비전방

송을통하여한국발전과한국문화생활에푹빠졌다.한국을사랑

하면서한국의공민이되려고생각하여한국의길을선택하니부모

님께서는‘한국은우리고국’이라면서아버지는지지하였다.

부모님께서한국에와서우리사는것을보고만족하면서나의혈

육이한국에서꽃을피우니자랑스럽다고우리생활과외손주들을

사랑하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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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이없다.치사하다.냉장고에붙은종잇조각을올려다본다.

아들이두어주전에붙여놓은종이에서‘감자탕’을찾아본다.없다.

아이들아빠가하던사업이곤두박질치며때마침고3이던큰아이

는등록금이그나마덜한지방의국립대를선택해서집을떠났다.

집도차도잃고정신이없었던나는아이가졸업하던날에야겨우한

번아들이다니던대학에가보았을뿐이다.

아들은기숙사와자취를번갈아하며생활했고군대에다녀와서는

학교에서근로장학생으로일하며공부했다.그바람에열심히해도

한번에합격하기힘들다는임용고시는엄두도못냈고,졸업하고는

시골학교에서1년간기간제교사를하고는올3월에집으로돌아왔

다.스무살에집을나갔다가스물일곱살에들어온것이다.7년만

의귀가였다.

나는언젠가부터식성이변해서육류도생선도멀리하게되고주

로나물먹는것을즐겨했다.그런나와달리아들은인스턴트식품

들이입맛에맞았고치킨과햄버거피자에길들어있었다.그래서

어쩌다가같이식사를하려고하면아들의눈은식탁을한바퀴돌아

보고는이내일어나서라면을끓여먹기도하였다.

그러던어느날일을하고돌아와점심겸저녁을먹으려고냉장고

문을여는데종이한장이펄럭하고날린다.올려다보았더니꼼꼼하

게자신의호불호의식품목록을작성해놓았다.제목은‘아들식습

관가이드’.별다섯개짜리로제일좋아하는음식은피자,햄버거,

치킨,귤,제로콜라.별네개짜리는두부,라면류,찌개류,수박,

말랑한복숭아,달걀,딸기,카레,짜장.별세개는왕만두.별둘

은천도복숭아,나물,굽는고기류,조합이이상한찌개와카레.별

한개는옥수수,모든간식류,죽.이렇게적혀있었다.

큰아들이집에온후나름대로신경을쓴다고썼는데도우리는떨

어져지낸7년동안몸도나이를먹었지만생각도식성도나이를먹

어서서로가달라져있었다.아들이객지에서생활이아닌생존을

하면서나름의생존전략으로처음에는손수조리를해서먹었는데

그것에들이는시간과노력이생각보다너무크기에반찬가게,편

의점,식당의찌개,치킨,배달음식등을이용하며입맛이자연스레

변해버린것이다.

이번에어떤계기로큰아들이방을얻어서서울의원룸촌으로나

가게되면서뭐라도밑반찬을들려보내야할것같아서내마음편

해지자고이것저것준비했는데아들의표정이그다지달갑지가않았

다.이내나도마음을접고는아들이가방을다싸기를기다렸다.

“아들,비온다.버스정류장까지태워다줄게.가자.”

아들은두툼하고묵직한백팩을등에메고한손엔노트북,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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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처음부터제주도에산것은아니고,남편직장때문에제

주살이를하게되었어요.남편이먼저내려왔는데,저는작

은딸이고3이라뒷바라지해야하고졸업도시켜야해서근1년간은

남편과떨어져살았습니다.남편은주말마다육지로오곤했습니다.

처음에는떨어져사니까보고싶기도하고,끼니는잘챙겨서먹나

걱정을많이했는데,주말마다올라오니까슬슬귀찮아지더라고요.

그렇게1년이지나고,드디어제가제주살이를하게되었어요.설

레는마음반,걱정되는마음반,지인들도어떻게적응해서살거냐

고걱정해주고,어느지역이나텃새가있다고,힘들면다시오라고

말씀도하셨어요.사실제가아주씩씩해서어디내놔도적응을잘

하는편인데,요번만큼은걱정이앞섰습니다.

임인정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살이

Letter 6한손엔예비군훈련에신을군화,그리고우산.어제커다란상자에

옷,이부자리,책을택배로부치던데남은짐또한묵직하다.‘이렇

게나가면또언제만나려나.세시간이걸린다는데…명절에는오

려나…’혼자생각한다.

아이들아빠의사업이힘들어지면서부부의마음도,사춘기인아

들들의마음도그때모두얼어버린듯하다.결국은가정이해체되어

혼자힘들게아들둘을키웠는데지금은모든것이허망하고공허하

다는생각이든다.

비오는정류장에아들을내려주고집으로들어오는데집으로그

대로들어올수가없었다.중간에차를돌려아들이있는정류장의

건너편에차를대고는“아들~”부르며손을흔들었다.아들의마음

이어디만큼떨어져있는지는모르지만그래도‘엄마는너를사랑해’

하는표시를전하고싶었다.아이가무표정한시선으로건너다보더

니앉아있던의자에서일어나버스가오는방향을바라본다.이내

버스가오나보다했다.하지만버스는그러고도한참있다가나타

났다.아들은엄마의시선이불편했던것이었을까?한번도이쪽을

향해어떠한몸짓도손짓도표정도보내오지않았다.‘괜히왔구나’

하는쓸쓸한생각이들었다.

아들은차에올라떠나고빈정류장.나는마음이허전하고복잡

해서뚝방길로차를몰고갔다.불어난붉은강물을따라40여분을

걸으며생각을바꾼다.‘그냥아들이잘있다가오기만바라자.그리

고아들속에있는어려움과상처가치유되기를바라자.서운해하지

도슬퍼하지도말자.’나를다독인다.

각자있는자리에서행복하자.그럼된거라고생각하며차를돌려

집으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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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를잘할수있는것도순전히이분,해녀어머니덕분입니다.여

기분들은나보다나이가드신분들을‘여자삼촌,남자삼촌’이라고

부릅니다.저는삼촌보다는어머니가더편하고,어머니께서도‘어

머니’가편하고친근감있다고하셔서어머니라고불러요.어머니께

서는힘들면언제든지도움을청하라고하셔서저의제주살이가어

렵지만은않습니다.

어머니처럼마음이따뜻하고좋은분들이제주에는많다는이야

기를하고싶습니다.해녀어머니!건강하셔서,저랑같이오래오래

윗집아랫집에서지금처럼행복하게살아요.사랑합니다.

처음한달은혼자서길도익힐겸버스를타고전입신고도하고,

정방폭포에도가보고,천지연폭포,천제연폭포에도다녀왔어요.정

방폭포는물줄기떨어지는것이멋있고장관입니다.중국진시황때

신선의술법을닦는‘서불’이라는사람이불로초를캐기위해한라산

에동남동녀500명을거느리고왔는데,캐지못하고폭포벽에‘서

불과차’라는글자만새기고돌아갔대요.서불과차는‘서불이지나갔

다’는뜻인데,서귀포도‘서불이돌아갔다’는뜻에서유래되었다고

합니다.천제연폭포는하늘의선녀들이밤에내려와목욕했다는이

야기가전하고,천지연폭포는하늘과땅이만나서만들어진연못이

라고합니다.

5월초에서7월초까지는수국이활짝피는데,지나가던발걸음

을멈추게만들고,‘와’하는감탄사가절로나옵니다.한림,협재,

금릉도워낙유명합니다.금릉바다는언제보아도에메랄드빛이아

주멋있고요.협재바다도예쁘고수영하기딱좋은바다에요.그바

로앞에비양도가보이는데,이또한예쁘고볼거리,먹을거리가많

습니다.한림공원은공원이라고만생각하면오산입니다.이곳에는

각종식물,파충류,야자나무,선인장,새종류,타조,동굴도있어

서돌아보는데3시간이걸려요.중간쯤가다보면주막집이보이는

데,파전,막걸리,갈치조림을드셔보시라고추천해드리고싶어요.

체험해볼곳으로는한림해녀학교를말씀드리고싶어요.세계최

초로해녀학교가세워진곳인데,슈트를입고물질을체험할수있

어요.안전요원들도있고,해녀들이사용하는부표인‘테왁’과그물

인‘망사리’를들고,소라,전복도직접채취할수있습니다.

여기계신해녀는해녀중의해녀,최고령에상군중에상군입니

다.물질도아주잘하시고,해녀의모델도되어주시고,제가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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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이가묵은지돼지등갈비찜을해주었다.이집저집나눠

먹느라그리많은양은아니어서아이들앞으로자꾸만등갈

비를내민다.고기가연하고살이많이붙어있기도하지만묵은지

와어우러진맛이간도딱맞아서맛있었다.아들이어찌나맛있게

먹던지!

“그리도맛있냐?천천히묵으라.”

“응.엄마!고모는어쩜이렇게음식을맛있게할까?내가근래먹

은음식중에서최고로맛있어!”

“신기하지.똑같은날,똑같은사람이담근김치를가져다가내가

끓이면왜맛이없는걸까?”

그랬다.시댁에서어머니랑시누이들이랑같이담근김치를통에

박영옥

경기도 시흥시 은계남로

요리 잘하는 법을 찾아서

Letter 7담아가져온건데,그걸로내가등갈비찜을하면맛이없다.진짜

로.시누이가만들어준등갈비찜묵은지를먹기좋게찢어서아들에

게주니평소엔쳐다도안보던푸르스름한배추겉부분까지아주

맛나게먹는다.“그렇게맛있어?”했더니아들이또그런다.

“엄마,음식할때고모가얘기해주는레시피대로만하면안돼?

그럼이런맛안나올까?”

“나도똑같이하는데이런맛안나와.이유가뭘까?”

아들이밥을먹다말고잠깐생각하는듯하더니고개를크게끄덕

이며나를바라본다.

“뭔데?뭔데,뭔데?”숨넘어가게물었더니하는말.

“음…알았어.우리집,가스!가스가문제였고만?”

“야!우리집도시가스나고모네도시가스나똑같은데무슨?”

그랬더니또하는말.“음…그럼,설탕이문제인가?간장이문제

인가?아니다,식초가문제인가?”하며웃는다.

아들의그런말을들을법도한게참으로맛이없다.내가한음

식이.전업주부로산세월이수십년인데어찌그런지원!너무짜

던가,너무싱겁던가,너무달던가,무르던가,딱딱하던가,풋내가

나던가.애들말대로중간이없다.나름으로열심히노력하고,양파

를,키위를갈아넣네,멸치,다시마육수를만드네,마른새우,버

섯을갈아넣네하며노력은하는거같은데늘맛이없다.내가먹

어도그리맛없으니나아닌다른사람이먹으면더맛없지싶다.내

가그래서식당에갔을때정말로맛없다싶은집이면이렇게생각하

곤한다.‘아휴,세상에나!박영옥만큼이나맛없게만드는사람,여

기또있구나’라고.얼마를더시행착오를겪고,더노력해야맛있는

식단으로될까나?오늘도나는주방에서도를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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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4남4녀중에둘째이자큰딸이어서동생이6명입니다.

그리고남편은3남4녀중에둘째이자큰아들이어서동생이

5명이에요.시아버님이94세,시어머님이86세,친정아버님은88

세,친정어머님은84세,저는61세,남편은64세.

우리부부에게는아들이둘입니다.큰아들중3,작은아들이중2

일때,남편이중소기업에다니다가퇴사했어요.아이들에게한창

돈이많이필요할때회사를그만두어서너무힘들때는일하면서아

무도모르게많이울었습니다.저녁에운동삼아호수공원에가면

물만보아도눈물이자동으로흐르고,가을에낙엽만보아도‘낙엽

아,넌지금땅바닥에뒹굴지만,봄에는또예쁜새싹으로나올거

지?’하면서눈물을흘리면서희망을품어보기도했지요.

박임순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

실감 나는샌드위치 세대

Letter 8

이제는큰아들은결혼해서아들둘을낳았고,작은아들은대기업

에다니고있습니다.아이들공부만끝나면돈걱정없이살줄알았

는데,결혼자금도필요하고,예쁜손주들용돈을주어야하고,부모

님들도자주찾아뵈어야하니까,끝이보이지않는기분입니다.

시골시댁과친정이10분거리에요.반찬이나과일,간식거리도

두집것을사야하니까시골에가는것이무섭고괴로울정도입니

다.힘든이야기는부모님들과자식들한테자존심상해할수없고,

매번마음이아파요.부모님드릴생선을살때는돈걱정때문에작

은것으로사고,객지생활하는자식줄생선은조금더큰것으로

살때는부모님들한테죄송스럽기도합니다.

이렇게살다보니까‘아,내세대가정말샌드위치구나’싶어지기도

합니다.그렇지만,다시마음을토닥토닥,예쁘게살아보려고많이

노력해봅니다.

이달의 편지 34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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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편지 36 |

교육청에서전화가왔습니다.늘어지게늦잠을자던저는비

몽사몽상태로휴대폰을들었고,상대편은친절하고공손한

말투로“방과후강사구인란에올리신이력서보고전화드렸습니다”

하더군요.그동안취업이되지않아무기력하고나태한일상을보내

고있던저는그말에벌떡일어나자세를바로잡고귀를곤두세웠습

니다.급하게중학교기간제교사를찾고있으니서류를제출해달라

더군요.처음엔살짝의아했습니다.그동안저는초등학교에서방과

후컴퓨터강사로만근무했을뿐중학교교사로일해본경험이전혀

없었거든요.하지만교육청관계자분은제가중등교사2급자격증

을소지했고,대학교때부전공으로교육학을전공,교생실습도다

녀온경험이있으니자격이된다고하더라고요.제이력을좋게봐

길현아

세종특별자치시 만남로

마트 아주머니의작은 호의

Letter 9

주시고,직접전화로서류를넣어달라고하니영광이었습니다.

하지만그렇게타의반자의반으로서류를준비하면서도여전히

두려웠어요.한번도가르쳐본적없는그것도한창사춘기를맞이

했을중학생들과제가조화롭게잘지낼수있을까싶었죠.

하지만용기를내어보기로했습니다.매순간열심히살아온저의

이력을보고주신기회니까그분들의선택이잘못되지않았다는걸

증명해보이려고요.누구에게나처음은있는것이고,미약한시작

이지만노력하면안될일이없다고생각하거든요.그래서합격하지

않아도좋으니,부담이나책임감보단기쁜마음으로응하자생각하

고서류를챙겨중학교로향했습니다.

시내에서한참떨어져있는중학교치고는교통이매우편리하더군

이달의 편지 36 |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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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뮤지컬초대권이생겨서남편과서울나들이를했어

요.조금일찍퇴근해부천역전철타는곳에서만나기도했

습니다.부천지하상가는몇달의수리끝에새로운음식점이많이

들어왔어요.요즘인기가많다는빵집도생기고,돈가스집,칼국숫

집,커피전문점도생겨서,큰아이말로는이곳이핫플레이스라네

요.

“남아?뭐라고핫슬라이스?”

“엄마,핫플레이스라고요즘인기많은곳이야.사람도많고맛집

도많고.”

“핫플라이스?”

“플라이스아니고플레이스.엄마그냥핫플이라해.그럼사람들

김선미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변해가는 세상, 적응하기 어려워

Letter 10요.한번의환승이있을뿐,중학교바로앞에서정차하더라고요.

정겨움이느껴지는아담한시골학교더군요.이런곳에서라면학

생들과격없이잘지낼수있을것같단생각이들었습니다.교무실

에혼자계셨던교감선생님께용건을말씀드린후,정중히서류를

드리고나왔습니다.

그리고중학교바로앞낡은정류장그늘막에서돌아올버스를기

다리다갈증이나서맞은편간판도없는작은마트로들어갔는데요.

순간현금이없다는걸깨달았어요.그렇게작은시골마트에서카

드로음료수를산다는게왠지너무죄송했지만,가지고있는게카

드뿐이라어렵게내밀었는데,아주머니께서현금만된다고하면서

“다음에지나갈때줘요”하시더군요.세상에처음본사람에게외상

이라니요.순간아주머니의친절함에감동한저는“제가여기다시

올일이있으니까요.그때2천원꼭드릴게요!”말씀드리고,염치

없게도음료수를가지고나왔습니다.뜨거운태양볕에서버스를기

다리느라너무갈증이났었거든요.

근데서류전형에서떨어지면,다시갈일은없을것같은너무나

한적한시골마을이었는데,왜아주머니는제가그마트를다시지

나칠거로생각하셨을까요?그냥지나가는사람에게호의를베푸셨

던걸까요?또저는왜서류전형에서합격할자신도없었으면서다

시올일이있다는그런말이갑자기그렇게튀어나왔을까요?혹시

그학교와제가좋은인연이려나하는기분좋은상상을해보며,마

트아주머니의작은호의덕분에그시골마을은저에게아주따뜻한

곳으로기억될것같습니다.

간판없는마트의아주머니!비록제가서류전형에서떨어지더라

도꼭시간내서음료숫값전해드리러갈게요.정말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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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알아들어.”

그렇게‘핫플’이란말을배웠네요.

지난달,퇴근후큰아이알바끝나는시간에맞춰서같이집으로

오면서아이는제게흑당버블티라는걸사줬습니다.밀크티에큰빨

대를꽂아서줬는데쪽빨면검은알갱이가입으로쏙들어와서먹

는것도재밌고맛도있더라고요.오천원이넘는비싼가격에놀랐

지만뭐라하지도못하고얻어먹었습니다.메뉴판을보니가장저렴

한커피가사천원이넘는곳인데사람들이가득차있어서놀랐습니

다.요즘은다들어렵다하는데,젊은이들은어렵지않은건지,마

음이참묘하더라고요.

어제남편을기다리면서남편에게제가먹었던음료수를하나사

주고싶었어요.나는한번먹어봤는데,남편은이런음료못먹어

봤겠지싶어서요.직원이세사람이나있는데모두주문한음료를

만드느라정신이없고,카드로결제할거면옆에있는주문기기에

서하라고하더라고요.기계에카드를넣었습니다.음료를선택하고

다음을누르는데,그다음이눌러지지않네요.여러번해도눌러지

지않아서뒤를보니25살큰아이또래의여학생이있더라고요.자

식또래의아이들을보면자신만만해져서“처음주문해서그러는데

요,이게다음이안눌러지네요”했더니“뜨거운음료와차가운음료

를선택하셔야해요”하더라고요.그래서차가운음료를선택했더니

또그다음이안눌러집니다.미안해져서“차가운음료를선택했는

데요,안되는데요”하고쳐다보니절그냥외면해버리네요.한참을

버벅거린끝에얼음도정해야하고,당도도정해야하고,그안에들

어가는알갱이도모두정해야하더라고요.기본이있고,더많이먹

고싶으면추가도있고요.하나하나선택을해야하는거였어요.통

신사할인이된다했는데어찌해야하는지도모르고,결제하려는데

카드를넣으라는문구가나오더라고요.카드를미리넣어두었던제

모습에웃으며카드를다시빼고넣어서결제했습니다.주문하려는

줄이길어져서혼자만주문기앞에한참을서있는게영미안했습니

다.비싼음료를사서주니,남편은“그냥아이스아메리카노나사

지,뭐이런걸샀어?맛이하나도없다”하더라고요.

전철을타고가면서나도나이를먹었다는생각이들었답니다.요

즘은무인주문기가많이생겼어요.자주가는쌀국수집에도무인주

문기가있는데그건몇번쉽게사용을했답니다.몇달전집앞에

햄버거가게가생겼는데,그건처음에어려웠답니다.포장인지매

장에서먹고갈건지선택하고,세트인지단품인지선택하고음료도

선택하고,선택하는게많은건늘어렵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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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돼지띠,40대의마지막해를보내고있는공고출신

남자입니다.

예전에는공고나상고를실업계라고했지요.부르는말은달라졌

어도여전히공고나상고를다니는고3학생들은여름방학이학교

에서즐기는마지막일겁니다.대부분2학기에는기업체로취업을

나가니까겨울방학은있어도일하느라즐기질못하지요.

저는1989년고32학기때취업을나가서일하기시작한게벌써

31년째.

지금은27년간잘다니던조선소를조선경기불황으로그만두고

건설업으로이직해열심히배우며일하고있습니다.

이런저의입장에서는경기가안좋다,일자리가없다,실업률이

송영호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나는야 공고생!

Letter 11서로얼굴보며눈맞추며모르면알려주면서주문하는게익숙해

져서그런지작은아이햄버거사러간첫날도버벅거리며무인주문

기앞에있었는데,그때는큰아이또래의여학생이눈높이로알려주

더라고요.덕분에아주쉽게주문하고결제하고,그다음에갔을때

도쉽게주문을했답니다.

뮤지컬을보고집에들어와서큰아이에게저녁에있던상황을설

명하니“엄마는처음이라주문하는게어려울수도있어.근데한번

만주문하면쉬워”했습니다.

“근데남아,왜그여자애는엄마안알려줬을까?”

“엄마,그건그여자애마음이라엄마가뭐라하면안되는거야.

서운해하지도말고.그여자애는엄마가물어보는게귀찮을수도

있고,주문도못하는사람이앞에있어서기다리는게싫을수도있

지.”

“아니,예전에햄버거주문할때는다가르쳐줬단말이야.”

“그러는사람도있고,아닌사람도있지.울엄마왜이러지?나이

드셨나?별게다서운하셔.”

“너도그러냐?주문못하는사람앞에있으면안알려주냐?”

“엄마,그것도알려달라고할때야알려주는거야.주문못한다

고무조건알려주는거아니고,난물어보면다알려줘.그게뭐별

거라고.”

제가모르는사이에큰아이는몸도마음도많이자랐나봅니다.그

러는사이에저는늙어가고요.그래도큰아이에게배운건,모르면

물어서라도주문해야한다는것.왜냐면전한번만주문하면잘하

거든요.나이먹어가는아줌마는이렇게빠르게변해가는세상속으

로어렵게한걸음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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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라하는얘기를들으면솔직히공감이잘안됩니다.

잘다니던조선소를그만두면서도그리어렵다는재취업을한달

간푹쉬고바로했거든요.몸만건강하다면늦은나이라도마음먹

기에따라일자리가정말많다고생각합니다.

제가보는우리사회는일자리를너무가리는것같아요.일손이

부족해서힘들어하는회사가많지만그만큼일자리를가려서구직하

는취준생들이많으니까외국인들을고용해서일하게되잖아요.

일이란게귀천은없어도사회적지위라는게있다보니다들그

잡히지않는것을향해손만뻗고있는것같아마음이아프답니다.

저는공고를졸업하고공장에서,조선소에서,지금은건설현장에

서배운기술과건강한몸으로건강한가족을꾸려나가고있는,나

는야공고생입니다.

그래서인지젊은학생들에게실업계(=특성화)고등학교를많이

권하고싶어요.

우리학교동문3만명중에5천여명이대표이사로사업체를운

영중인데,다들자기자신이일하면서자금을준비하고원하는꿈

을선택해다지다보니,공고를졸업하고도정치,경제,의학,법학

기타등등다양한분야에서꿈을실현한동문도많습니다.

대학교까지한번에공부하고자기의꿈을실현하는것도좋지만

특성화고등학교를졸업하고빠른사회생활을하다가더높은곳을

보고자한다면스스로번월급으로무언가하고싶다는열망을연료

삼아내가하고싶은분야를선택해공부하니까꾸고있는꿈에더

빨리도달할거라믿어의심치않습니다.

그아이는어제자전거를타다가넘어졌다며멋쩍어하며보건

실에왔다.아이의팔과다리곳곳에상처가나서나는정성

껏상처를소독했다.유난히귀여운얼굴로귀엽게말하는그아이

에게“너는막둥이냐?”라고물었더니“저는외동이에요”라고했다.

“외동이여서좋겠다”고했더니“아빠도없고,엄마도없고,할아버

지는재작년에돌아가시고할머니랑단둘이사는데뭐가좋아요.

날마다심심하기만해요”해서,괜히물었다는생각이들었다.그리

고그아이가너무안쓰러웠다.나는“많이외롭구나.그럼선생님

이친구해줄게”라고말하며,그날부터그외로운아이의친구가되

었다.

토요일에그아이와그아이의친구를만나산에올랐다.날다람

안영순

광주광역시 북구 삼각동

풀꽃들의 이야기

Letter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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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처럼산을잘타는아이였다.아이는산을타면서도쉴새없이자

신의이야기를했다.재잘거리는그아이의이야기가노래처럼들

렸다.산에서내려와같이서점에도가고,점심도먹고,도서관에도

갔다.나도책을좋아하는데,그아이도책을좋아했다.나는그아

이에게책선물을몇번했다.

나와친구가된그아이는스승의날아침,환한미소를지으며

“선생님,감사합니다”하면서,보건실책상위에카네이션이활짝

핀화분과연습장을찢어서쓴편지를두고갔다.고마우면서도‘돈

도없을텐데,사고싶은것도많을텐데…’하는생각이먼저들었

다.그래서미안했다.

어느날,그아이와같은반친구인두명의아이가상처가나서보

건실에왔다.그래서나는“너희반에선생님이랑친구있어.그아

이랑선생님이랑친구야”라고말하며,그아이와친하게지내달라

고부탁했다.그랬더니대뜸“선생님,그애나빠요.선생님말씀도

안듣고맨날친구들과싸워요”라고했다.그래서나는그아이들에

게“오늘,선생님이너희들에게미션을줄게.그아이의좋은점한

가지를찾는것이오늘의미션이야.도전할거야?”했더니,그아

이들은도전하겠다고했다.1교시가끝나고“선생님,좋은점찾았

어요”하고달려왔다.그래서“벌써찾았어?그럼오늘온종일찾아

봐.선물도줄게”했더니,한학생은네가지,한학생은다섯가지

를찾았다며집에가는길에보건실에왔다.

그아이의좋은점을종이에적어보게했다.종이에는‘1인1역을

잘했다.조용히했다.선생님말씀을잘들었다.친구의의견을존

중했다.나에게책을빌려주었다’등이적혀있었다.

나는그아이들에게“누구나좋은점이있어.그동안너희가그아

이를자세히보지않아좋은점을못찾은거야.앞으로그아이랑

친하게지내라”하고는도전성공선물로비스킷하나씩을주고,오

늘미션도전은우리셋만의비밀로하기로했다.

나태주시인의‘자세히보아야예쁘다.오래보아야사랑스럽다.

너도그렇다’라는시를보건실한쪽에붙여놓고풀꽃같은아이들이

자신과친구들을자세히보길바라고있다.나또한아이들하나하

나를자세히보기위해노력한다.자세히본아이들은정말예쁘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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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마산에사는70세할머니입니다.1988년내나이39세

에거제장평에서7년을살다남편과뜻이맞지않아이혼했

습니다.

저는무일푼으로중3아들과초등학교6학년딸,두자녀를데리

고여동생의도움으로마산으로이사를왔습니다.셋방하나를겨우

얻고무엇을해서아들딸을먹이고입히고공부를시켜야하나눈앞

이캄캄했습니다.

동생의도움으로살집은정해졌지만하루끼니를걱정해야하는

입장이었습니다.배운기술이라고는미용기술밖에없었는데손을

놓은지10년세월이되다보니어떻게해야하나막막했지요.그것

도70년대의기술이라연탄불에고데기를사용하는방법밖에몰라

남정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포동

국수를 내게 준아주머니

Letter 13다시특강을들으며기술을습득하기로결심했습니다.

창원관리공단에서이미용사자격증을갱신하려고버스를타고창

원으로갔습니다.처음가는길이라낯설고어디가어딘지몰라무

작정걷다보니재래시장같은곳에서돼지국밥냄새도나고국수냄

새도나고배에서는꼬르륵소리가나면서갑자기배가고파졌습니

다.그당시조그만손지갑속에동전과토큰몇개가전부였습니다.

손지갑안의동전을아무리세어보아도국수한그릇값이되지않았

습니다.당시짜장면은400원,국수는300원이었습니다.

저는국숫집앞에가서큰맘먹고아줌마를불러놓고돈이모자라

서그러는데버스토큰으로국수한그릇줄수있느냐물었더니아

주머니는저를아래위로쳐다보면서불쌍했는지토큰은안줘도되

니국수한그릇먹고가라하면서국수를듬뿍담아주셨습니다.

맛있게잘먹고일도잘보고버스를타고마산으로오면서‘미용

실차려놓고형편이나아지면꼭아주머니를찾아뵙겠다’생각했지

만이렇게30년이훌쩍지나버렸습니다.그당시국수가게아주머

니나이는50대중반쯤되어보였습니다.살면서그아주머니의국

수를하루도잊어본적이없습니다.

저는이제밥은먹고살만합니다.옛날국수얘기를운동가서회

원들에게해주었더니눈물을글썽거리는회원도있었습니다.그날

이야기를딸에게했는데딸이“집에밥이있는데왜그렇게했어?”

하던말이기억납니다.배고픔을모르는사람은아마모를겁니다.

고마운아주머니,저는마산에서미용실을20년동안하다가59

세에그만두고지금은편히쉬고있습니다.이름도성도모르는분

이지만살아계신다면꼭건강하시기바랍니다.아주머니그때정말

감사했습니다.오래오래만수무강하십시오.

이달의 편지 48 |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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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말,같은아파트에사는초등학교2학년손자가전화

를했다.내가받자마자다급한목소리로“할아버지,엄마

아빠가싸워요.무서워죽겠어요.빨리와주세요”이렇게제말만

하고는나에게말할기회도주지않고휴대폰을끊었다.

서울에서50년가까이살다가딸이결혼하고애를낳게되자딸

곁으로이사온지10년째다.그동안딸부부가부부싸움을한일로

전화를받아본적도없고,그들이사는모습에대해전혀신경쓰지

않았기때문에딸이같은아파트에산다는것을의식하지않고살았

는데,갑자기손자의전화를받고보니앞이캄캄했다.

평소에는그렇게멀지않게여겨지던딸집이한없이멀게느껴졌

다.딸부부싸움에친정아버지가가는것이옳은것인지,사위에게

딸의부부싸움

김용정

경기도 광명시 가림로

Letter 14무슨말을해야할지,오만가지생각을하느라머리에서쥐가날것

만같았다.

급하게벨을누르자,손자가“할아버지!”를크게외치며이제는살

았다는듯목소리를높여크게울었다.

딸부부의모습은보기민망할정도였다.살림도구들은마구어

질러져있었다.사위가싸운이유를설명하려는듯,딸에게“주말에

에어컨좀켜놓고게임을한것이그렇게죽을죄냐?집에서쉬지도

못하느냐?”고말한다.

부부싸움의원인은에어컨과게임이었다.사위는게임중독수준

이다.회사에지각했을정도로밤새워가며게임을한때도있음을

손자를통해들어알고있다.아빠가게임만하자,손자도학교에서

돌아오면겨우숙제만해놓고는게임에빠져있다.

딸이민망한지“왜왔어.아무일도아니야.아빠,그만가”하고,

사위도“죄송합니다”한마디하고는제방으로들어가버렸다.

우리집은딸만둘이다.둘째딸이결혼하고두달도안되어부부

싸움을했다는말을듣고그때는딸부부를불러“이혼해라.앞으로

살날이많은데벌써부터싸우고살려면헤어지는것이더낫다”고

호되게꾸지람을해서보냈는데,그후로는싸웠다는말을듣지못

했다.

그러나10년이나같이산큰딸부부에게는이혼하라는말은할수

없었다.손자가눈에밟혔다.집에오는내내하염없이눈물이흘렀

다.아버지로서딸네부부싸움에큰소리를칠수없을정도로나자

신이늙었다는사실이서글펐다.

지난주말에는전화벨이울릴까봐겁이났다.부부싸움은칼로물

베기라고하는데서로조금씩양보하고살기를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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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마흔아홉살,대학2학년인딸과고3,고2두아들의엄

마입니다.출근하면라디오부터트는게일과이고,제일좋

아하는두분방송을들을때는사무실에서될수있으면안움직이

려고여성시대시작하기전에미리무척분주합니다.

요며칠몸과마음이너무지치고아파서생전안하던자리보전하

고드러눕기를했습니다.그동안사느라바빠깊이생각해보지못

했던나자신을돌아보는소중한시간을보냈습니다.그덕에그동

안그누구에게도털어놓지못했던내얘기를,섭섭하고억울하고

상처받았지만꾹꾹참기만했던지난날을여기서얘기할수있을것

같습니다.

저는드라마에나나올법한출생의비밀을가지고있습니다.드라

애청자

출생의 비밀을 딛고 바르게 살아보렵니다

Letter 15마와다르다면친모가부유한재벌이나사모님이아니라,시골다방

을잠시스쳐갔던화류계사람이라는점이겠지요.

저는언니셋과오빠가있습니다.오빠가태어난후가을에정부

에서벼를사들이는나락수매로목돈을쥐게된우리아버지가읍내

다방에새로온아가씨였던저의친모와눈이맞으면서일이시작되

었습니다.할머니말씀에따르면,아들을낳으면정실로들이겠다는

아버지말에친모는나를낳았고,딸임을알자아버지의애정이급

속히식었고,친모는생후두달된저를우리집대문앞에버리고

떠나셨다고합니다.

제가4살되던해에막내인남동생이태어났고점점자랄수록무

언가이상함을느끼게되었습니다.저는항상괄호밖에있는느낌

을받았고,엄마는계모가틀림없을거로생각하곤했습니다.엄마

는저를가까이오지도못하게하고항상저에게는화를내거나소리

를지르고먹을것도양보하게했습니다.언니나오빠도저를때리

고울리기를반복했습니다.출생신고도3년이나늦어동생과연년

생으로호적에올랐습니다.

초등학교6학년때그나마제편을들어주던할머니가돌아가셔서

장례식에서쪽잠을잘때였습니다.어른들끼리두런두런얘기하시

는내용이들렸고내얘기를그때알게되었습니다.기왕친모가있

을거라면돈많고예쁜엄마가짠나타나서나를데려가기를상상했

는데,청천벽력같은얘기에충격을받긴했지만,그럴지도모른다

고마음속으로늘생각하고있었기에담담하게받아들였습니다.

저는그얘기를못들은척했고혹시나쫓겨나기라도할까봐입은

꼭닫고열심히눈치보며살았습니다.오빠가제도시락반찬에청

개구리를잡아넣어서놀라밥을못먹을때도절대고자질같은건

이달의 편지 52 | 53

Page 28: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하지않았고,언니들이쓰던물건과옷을물려받아도싫은내색안

하고감히내것은새로사달라는말은한번도하지못했습니다.

중학교까지는학교가가까워서걸어다닐수있었는데,고등학교

는십리가넘어서자전거로통학했습니다.비가오거나날이안좋

을때는차비를달라는말이안나와서왕복20리가넘는길을걸어

다닐때도많았습니다.위생용품살돈이없어서친구들에게신세를

질때도많았고,등록금은항상밀리고밀려서행정실에도자주들

락거렸습니다.그나마고3때는장학금을받아좀편하게다닐수

있었고,담임선생님이대학진학을권하며집에전화도했지만,저

는졸업하기도전에큰아버지소개로대구염색공단에현장경리로

취업했습니다.쥐가들락거리는기숙사에서살았지만,독립할수있

어좋았습니다.

스물한살되던해에큰아버지께서이제는때가된것같다며전

화번호가적힌종이를한장주셨습니다.제친모의집전화번호라

며지금은결혼해서슬하에남매가있다고알려주셨습니다.그쪽지

를가지고몇날며칠을고민하며보냈습니다.오만가지생각에쉽

게수화기를들수없었습니다.간신히마음을다잡고회사근처공

중전화에서전화를걸었습니다.성함을물어친모임을확인하자그

만말문이꽉막혔습니다.차마다른말은못하고아버지이름을대

고아느냐고물었습니다.한참의정적후에친모가말씀하셨습니다.

그런이름알지도못하고,알고싶지도않다고.왜전화했는지알겠

는데,그럴일없으니다시는이런식으로연락하지말라고.그렇게

끊어진전화기에서들리던뚜뚜소리가지금도가끔들립니다.설레

고들떠서떨리는가슴으로겨우전화했는데,무어라말할수없이

참담했습니다.

그날이후그분을내속에서싹지우고살았습니다.결혼전에는

돈을버느라바쁜시간이었고,결혼후에는시댁일과애들키우느

라정신없이바쁜시간이었습니다.첫애낳고백일도되기전에시

어머니가간암진단을받아돌아가실때까지1년반을병수발을들

기도했습니다.친구들과놀기좋아하는남편때문에혼자세아이

를독박육아했고,셋째를낳고위의아이들때문에몸조리를못해

서허리가아프다가어느날갑자기오른쪽다리를절었습니다.한

의원에다니며젖먹이를배위에올려두고침을맞기도하면서무조

건참고살아야한다고나자신을더몰아붙이며살았습니다.

시어머니가계신첫아이출산때는괜찮았는데둘째,셋째를낳을

때는엄마나친엄마가와주시기만해도좋겠다는생각을잠깐했던

것같습니다.아무것도모르는남편은애를낳았는데도안들여다

이달의 편지 54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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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일인데도흑백다큐멘터리필름처럼기억이선명하다.

일곱살차이막냇동생이초등학교3학년때쯤어느봄날저

녁,가족이모여있었는데,아버지로부터환영받지못한존재인나

는귀퉁이에서눈치보며어색하고불편하게앉아있었다.지은죄도

없는데….

그때막내가아버지께학교숙제라며느닷없이우리집가훈이있

냐는질문을했다.아버지는“가훈?아,당연히있지”하고는머뭇

거리셨다.그때까지우리집가훈에대해서단한번도들어본기억

이없어가족모두아버지의일성만기다리는상황.짧은정적이흐

르는사이심하게흔들리는아버지의안타까운눈빛을나는또렷이

봤다.당황과고민뒤더듬더듬“근면성실절약….”준비되지않은

이명식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가훈 이야기

Letter 16보신다며제엄마를섭섭해하기도하더군요.20년을넘게살았지만

차마남편에게는말하지못했습니다.

지난5월에는친모가너무궁금해서큰아버지께연락처를아느냐

고물어보았습니다.섭섭하고속상한마음에찢어버린그옛종이가

얼마나아쉽던지요.큰아버지는내가친모를찾는다는얘기를부모

님께하신모양입니다.얼마전양파를캐러오라는말에시골에갔

더니엄마께서저한테엄청화를내시더군요.머리검은짐승은거

두는게아니라고키워준공도모르고은혜도모르는게인간이냐고

도하셨습니다.

이젠세월도많이흘렀고연세들도있으니다이해해주시고친모

도이제는날만나주시리라기대했는데,시도조차못해보고실컷

욕만먹은것이억울했습니다.엄마의상처가크다는건알겠지만,

저역시행복하지않았습니다.죽고싶을때도많았고요.

그길로며칠을끙끙앓으며몇가지결심을했습니다.앞으로는

내가하고싶은일은그누구눈치도보지않고할것이며,내잘못

이아닌일로더이상미안해하고죄책감을갖고살지는않겠다고

요.그분이허락한다면친모도만나고,부당하다싶을만큼이것저

것요구하시는엄마부탁도힘들면거절할겁니다.자신감을가지고

좀더당당하게살고싶습니다.

지금아니면못쓸것같아서정신없이쓰다보니두서없는글이

되고말았네요.내나이오십이눈앞인데,내속에는아직한없이겁

많고주눅들어눈치보는아이가들어있는것같습니다.

여성시대에나오는다양한사연을들으며용기내어내비밀을털

어놓아보네요.쉽지않겠지만앞으로는다르게살고싶습니다.여

성시대들으며많은힘을얻고있습니다.

이달의 편지 56 |

Page 30: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이달의 편지 58 | 59

“보험회사전화쪼매해봐라.차가사고났데이.쪼매박았

다.”

“우야다가?다친데는없고예?”

사고가쪼매났다는남편의다급한목소리가찝찝했지만자동차

보험회사담당자연락이먼저였다.어쩌다그랬는지,다친데는없

는지,차는얼마나부딪힌건지또전화해보고싶었지만,여름날된

장단지누르듯이꾹눌러참았다.잔소리반,걱정반인내전화보다

는사고처리담당자와사고수습전화가남편에게는더급할테니까.

두어시간쯤후남편에게서전화가왔다.

“대충정리가되었다.다친사람은없고내도개안타.그런데‘인

마’를폐차시켜야된다카네.뿌사진데가많아서고치는데돈이너

김현주

대구광역시 수성구 매호동

남편의 13년 지기 친구, 트럭

Letter 17걸급히지어내느라애쓴아버지의역력한몸부림사이로비집고스

며드는연민.순간터지려는웃음을참느라고통스러웠고막내는그

생경한단어들을공책에꾹꾹눌러쓰며칸을메워갔다.

이나이쯤살아보니나도안다.대부분남자가특별한공부나준비

없이나이먹으면자연스럽고당연하게가장이되고또아빠가되어

자신과가족들에게여러가지시행착오를겪는다.나또한같은부

류.나도가장이되고,아빠가되니,우리가족들에게도생활속에

서기억해야할가훈이필요했다.

내가만들어야하는데,아이들과함께살아가는순간의지표가되

는글이자우리가족이새롭게쓰는역사란사실에애꿎게고민만깊

어갔다.어렵고무겁고거창한것보다거부감없이받아들일수있

는나침판같은게뭘까고민끝에만든게“따뜻하고겸손하게.”둘

째가태어난뒤작은액자에이렇게살아가자며또박또박이름도써

넣었다.

그후큰아이유치원때부터매년학기초면어김없이가정신상조

사서에가훈에대한질문이빠지질않고그때마다나는아이들에게

자신있고당당하게말해줬다.액자에쓰여있다고!

어느덧세월이참많이흘렀다.큰아이가높은경쟁률을뚫고취업

해어엿한새내기직장인으로,작은아이는군대다녀와복학준비

하며공무원시험을치러최종결과를겸허히기다리고있다.

오래지않아내아이들도결혼해자신들처럼귀여운아이를낳을

테고,이즈음에서보니,내아버지의당황스러운그날해프닝도가

르침이었음을궁색하게인정하며대대로전해질우리집가훈“따뜻

하고겸손하게”를가만히읊조린다.녹록지않은세상,매순간기

억하며덜후회하고덜부끄럽게살아가겠노라고다짐하며.

이달의 편지 58 |

Page 31: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무든다카네.”

남편이말한‘인마’는우리트럭이었다.13년전잡초무성한농장

을일구고,딱두마리암소로농장을시작할때부터남편의모든시

간에함께한트럭.주말부부로일주일에한번얼굴볼까말까한나

보다도가까이에서남편의보좌관역할을해준트럭이었다.

마른짚단을실어나를때도,아픈송아지를한밤중에수의사에게

데려가주었고,참한암소를이사시켜오기도했고,가지않겠다고

큰눈망울굴리며울던송아지를내다판것도이트럭이었다.두어

번두딸과함께한가족여행도이트럭이함께했었다.폐차해야한

다는남편의말에가슴한구석이싸해졌다.

직장인으로서프로답게집안일을회사에서까지고민하고연결짓

지말자했지만결국조퇴하고회사를나섰다.대구에서밀양까지

지하철,기차,시외버스를5번이나갈아타면서농장에들어섰다.

100여마리소들이낯선아줌마의방문에까만눈망울을굴려가며

음매하며울었다.

마흔후반에시작된악재는우리부부를정신없이휘몰아쳤다.벌

써7년째.여전히경제적고달픔은만만치않고쉰중반을넘어선

남편은조금씩힘겨워하고있다.하지만쉽사리이농장을포기하지

못하는건꿈을키웠고,그꿈을위해서사십대를보낸열정에대한

아쉬움과남편만의우직함과말로는표현되지않는‘그무엇’때문이

었다.

농장에들어선날보며남편이씩웃었다.

“평상개얀체?당신이평상에앉아저녁노을보면서커피마시고

싶다해서내가제일신경써서만든게이평상이다.어떻노?”

풀썩곁에앉는남편의어깨가참많이도야위었다.빛깔고운나

무조각들을이어만든평상에앉아남편의수고로움이그대로인작

은집을둘러보았다.

작년농촌환경개선의일환으로겨우거처하고있던낡은컨테이너

를치워야했다.농장운영비조차없어허리띠를졸라매고또졸라매

던남편에게는청천벽력같았다.최소한의경비로집을짓자니남편

은자구책으로집을지어올리는3개월동안텐트생활을했다.일주

일에한번씩들렀던대구의집에도당분간오지못한다선언했다.

올해3월부터시작한남편의집짓기는경비대는게만만치않아

딱한명의인부와남편의노동으로온전히대체되었다.7월초에

집이완성되었다.집이다되었다해서늦은저녁들러보긴했지만

이렇게환한대낮에집을본건처음이었다.

“차는?다친데는없고예?”겨우사고뒷얘기를물었다.

이달의 편지 60 | 61

Page 32: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그래다개안타.그란데‘금마’를폐차시키고나니께맘이쪼매이

상하네.”

또새로운트럭을장만할거고새로운트럭은우리차가되어우리

의고단한시간을함께하는친구가될것이지만익숙한것에대한서

운함이앞섰다.남편이만든평상위로저녁노을빛깔이스며들었

다.갓따온상추와쌈장과김칫국으로저녁을먹고,난좋아하는커

피를,남편은캔맥주하나를들고나란히앉았다.

특공무술교관으로온몸이다부진근육으로카키색군복이너무나

도잘어울렸던남자였다.하지만지금은집짓느라홀쭉해진몸매

로민소매셔츠가늘어져흘러내릴만큼어깨근육이다빠져버린쉰

여덟아저씨가되었다.34년전당당했던그목소리는이제무슨일

이든‘개안타’하는아저씨가되었다.

오래전올랐던지리산임걸령가파른고갯길이생각난다.무거운

배낭을두개나다들고가파르기만한고갯길에서행여나내가못

가겠다주저앉을까내손잡고당겨주던스물넷그남자를이젠내가

두손모아잡고일으켜당겨주려한다.

내가제일좋아하는축구경기로보자면지금우리부부의경기는

후반전시작하고10분쯤뛴것같다.조금씩지쳐가고마무리도해

야하는시점이다.하지만인생이란상대편도지쳐가는시간이다.

역전할기회다.이악물고한걸음더뛰어준다면우리부부한팀으

로멋진센터링을한번쏘아올린다면역전골은반드시터질거라

믿어본다.

하얀트럭이농장에들어섰다.이제또다른시간을함께할남편의

친구다.든든하고근사하게마누라인내가채우지못한그어떤자

리에같이있어줄또다른‘13년지기친구’이길바라본다.

이달의 손편지

세탁기 속에서 사라진 50만 원권 수표

63이달의 손편지 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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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이달의 손편지 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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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사진방 66 |

[8545] 큰딸이 옥상에 이렇게 예쁘게 텐트를

쳐놨습니다.

[3081] 오늘은 농민들 피땀 흘린 결과가 나오는 날입니다. 2월에 파종하여 4월 말에 밭에 심은 고

추가 빨갛게 익어 수확해서 오늘 농협에 출하하는 날입니다.

[6514] 경남 진주입니다. 하우스 안에서 받는 햇

살이 따갑습니다. 수확한 참깨 말리기에 너무도

소중한 햇살입니다.

[6235] 예쁘게 채색되고 있는 가을 들판입니다.

[5837] 오늘 홍로 첫 수확입니다. 올해도 시세

가 좋았으면 합니다.

여성시대 사진방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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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68 |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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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70 |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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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으로 빛나는

인재를 양성하다 IBK기업은행 명동역지점 거래고객

정화예술대학교 허용무 총장

글 | 조병례(자유기고가) 사진 | 이동진

정화예술대학교의 설립에는 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넘어

나눔과 상생을 통해 인간애를 실천하고

사회공헌을 실현하자는 숭고한 가치까지 담겨있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정화예술대학

교의 역사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1

년부터 시작됐다. 전쟁으로 어려워진

생계를 꾸려야 하는 여성들과 고아들

이 직업을 갖고 자립하도록 길을 만

들겠다는 것이 당시 정화미용고등기

술학교를 세운 고 권정희 여사의 뜻

이었다.

2008년에는 정화예술대학교로 제

2의 창학을 이뤘다. 미용예술학부와

사회복지학부를 기반으로 점차 규모

를 확대했다. 그 결과 현재는 방송·

영상학부, 공연예술학부, 실용음악학

부, 관광학부, 외식산업학부가 함께

운영되고 있다.

허용무 총장은 2009년 부임해

2013년 총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가

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은 대학

의 장단기발전계획과 더불어 교육이

념과 교육목표를 재정립하는 것이었

다.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

록 대학이 인생의 디딤돌 역할을 해

주자는 내용이다.

이러한 교육과정 중 하나로 ‘정화

행복론’이라는 제목의 강좌가 있다. 대

학 장단기발전계획 ‘Eduvolution2020’

을 통해 교양 및 전공교육과정에 ‘행

복교과’를 개설한 것이다. 학기마다

마련되는 강좌의 첫 수업은 허 총장

이 직접 나선다. 최근 진행한 강의의

제목은 <내 삶 속의 수채화>. 왜 이런

강좌를 만들었는지 학생들에게 이해

시키고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

움을 주고자 함이다.

그러한 노력은 학생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전해졌다. 허 총장은 졸

업을 앞둔 한 학생의 부모가 찾아왔

던 사연을 이야기했다. “‘학생들의 행

복한 삶’에 방점을 둔 교육목표가 인

상 깊어 정화로 진학을 결정할 수 있

었다며 2년간 잘 가르쳐주어 감사하

다는 인사를 해오셨습니다.” 교육에

대한 대학의 철학과 신념, 그것을 실

천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학생을 행복

한 삶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믿음이

더욱 공고해진 순간이다.

허 총장은 앞으로도 전문 직업교

육대학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설명했

다.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들

의 역량을 기르는데 가장 집중할 것

입니다.”

그 첫 번째 계획은 지역사회와 상

행복을 찾는 사람들 72 | 73행복을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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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할 수 있는 전문 직업교육 플랫폼

으로서의 기능을 구축하는 것이다.

대학이 위치한 서울 중구는 공연예술

의 메카인 대학로와 충무로, 방송사

가 밀집된 여의도와 상암에 인접해서

주요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올

해 방송영상·연기학부를 방송·영상

학부, 공연예술학부, 실용음악학부로

재편한 바, 그 효과는 더욱 기대되고

있다.

두 번째는 산업현장을 연결하는

산학연계교육 플랫폼으로서의 기능

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다. 특임교

수제를 적극 활용해 현장에서 활약

하는 전문가를 초빙한다. 외식산업학

부의 경우 유현수, 미카엘, 청와대 조

리장 출신 셰프들을 초빙해 한 학기

동안 릴레이 형태의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는 지역사회 봉사 기능을

수행하는 평생교육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다. 대학의 우

수한 인적, 물적 자원을 지역주민에

개방하고 누구나 원하는 교육에 참

여하도록 뷰티, 요리, 문화 및 예술 분

야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정화예대와 IBK기업은행 명동역지

점이 손을 잡은 것은 2008년부터다.

등록금 수납이나 학생증 겸용 체크카 정화예술대학교 허용무 총장의 운영 노하우 3가지

1. 학생의 행복한 삶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한다.

2. 특화된 역량을 가진 인재를 양성한다.

3. 지역사회 봉사 기능을 수행하는 대학으로 만든다.

정화예술대학교 허용무 총장(왼쪽)과 IBK기업은행 명동역지점 최익환 지점장

정화예술대학교

총 장 허용무

주 소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16길 21

홈페이지 www.jb.ac.kr

드 발행과 같은 기본적인 주거래 외

에도 장학 사업을 통해 학생들이 꿈

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익

환 명동역지점장은 “정화예대와 IBK

기업은행 모두 ‘학생의 행복’과 ‘고객

의 행복’이라는 동일한 목표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기관 간

협력관계 증진은 그 의미가 매우 크

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정화예대의 인재들이 사회에서 제

몫을 다하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가

는 동시에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일터 성장을 도

모하고 지역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

다. 두 기관이 지향하는 행복한 직업

인재 양성과 중소기업 성장의 지원이

지역사회 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

하는 양 축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해본

다.

행복을 찾는 사람들 74 |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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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변리사학원(법인명: 한빛지적

소유권센터)은 1986년 설립, 1990년

법인으로 전환해 올해 법인 설립 30

주년을 맞았다.

변리사 수험생에게 효율적인 공부

환경을 제공하고자 수험 단계별 강의

를 꾸준히 개발, 설계하고 있다. 강의

실을 확대하고 전용 독서실을 제공하

는 등 편의시설 확보에도 힘쓰는 중

이다. 주요 과목인 산업재산권법 등

의 법과목은 1년에 2~3번에 이를 정

도로 개정이 잦은데 이에 대응해 수

험서 개정판을 신속히 출판하는 것

도 그러한 노력 중 하나다. “급변하는

환경을 수용해 수험생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빛

을 운영하고 있는 황춘자 이사가 말

했다.

기술 개발은 기업과 국가 경쟁력의

초석이다. 황 이사는 기술 개발 특허

권에 관한 전문가인 변리사를 양성한

다는 사명감으로, 국내에 변리사 학원

이 전무하던 시절 학원을 설립했다.

변리사 합격자 발표는 매년 11월

자부심과 긍지,

전문가를 키우는 힘

IBK기업은행 테헤란로지점 거래고객

한빛변리사학원 황춘자 이사

글 | 조병례(자유기고가) 사진 | 이동진

변리사를 양성하는 한빛변리사학원은 온오프라인 강의 및

교재 제작부터 인터넷 강의뿐 아니라 취업 박람회까지 개최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학원이다. 위기를 잘 넘기고

지금의 위치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초 이뤄진다. 한빛은 이 시기에 맞춰

매회 ‘한빛 수습변리사 취업박람회’를

진행하는데 박람회는 50여 곳 이상의

특허법인 및 특허사무소 부스를 마련

하고 업계와 신규 합격자를 연결시켜

주는 자리다. 수험의 시작부터 취업까

지 책임지겠다는 한빛의 의지를 보여

주는 행사다.

한빛은 매회 95% 이상의 합격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탄생한 변

리사들은 현장에서 전문가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황 이사가 “자부심과 긍

지로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유다.

이 같은 결과는 직원 간 수평적 문

화와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뒷받침되

었기에 가능했다. 강사와 임직원이 오

직 강의와 수험생들을 위한 고민에만

전념하는 업무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누구나 능력껏 역량을 발휘하는 기업

을 만들고자 노력했기에 60여 명의

강사진과 30명의 임직원이 한마음으

로 같은 목표를 향해 정진할 수 있었

다. 덕분에 한빛의 구성원들은 근속

10년을 훨씬 넘긴 사례가 많다. 황 이

사는 그들이 회사에 열정을 바친 만

큼 충분한 보람과 성취를 느끼도록

뒷받침하겠다는 강한 책임감을 갖고

77행복을 찾는 사람들

행복을 찾는 사람들 76 |

Page 40: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있다.

한빛의 운영 초기 시절은 꾸준히

발전하는 서울 역삼동 지역에서 안정

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은행의

도움을 통해 자가 건물을 확보한 후

에는 발전을 이어왔지만 한동안 경영

난을 겪기도 했다. 추가대출이 불가하

고 기존 대출 상환 요구가 이어졌을

때 한빛의 손을 잡은 것은 IBK기업은

행 테헤란로지점이었다.

“당시 유일하게 한빛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판단해준 기업은행과

거래하게 됐습니다. 그때의 위기를 동

력으로 회사를 다시 성장시켰고 지금

은 안정적인 회사로 인정받고 있습니

다.” 이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한빛은

20여 년 가까이 IBK기업은행 테헤란

로지점과 끈끈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

하고 있다.

성장에 디딤돌이 되어준 기업은행

과 함께 더 발전해나가는 것이 사회

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

는 것이 황 이사의 생각이다. 퇴직연

금, 신용카드 등 대부분의 금융 활동

에 기업은행 거래를 원칙으로 삼은

것도 그래서다.

배관희 테헤란로지점장은 “어려울

때 돕는 것이 IBK기업은행의 역할”이

라며 “과거에 드린 도움으로 한빛이

성장한 것을 보람있게 생긱하고, 앞으

로도 꾸준히 좋은 인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덧붙

였다.

교육 사업을 잘 이끌어가고 있는

황 이사에게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

을 향한 조언을 부탁했다. “자신의 가

치를 가장 잘 실현하고, ‘가장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창업의 매력이

죠.” 창업 시 미칠 수 있는 자신의 능

력과 장, 단점을 정확히 파악해 단점

극복을 충분히 고려하라는 것이 황이

사의 당부다. “창업을 통해 실현하려

는 가치가 사회적 가치를 충분히 담

아낸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황춘자 이사는 “지금까지의 성공

은 모두의 열정과 도전의 결과물입니

다”라고 말하며 임직원과 강사들에게

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문가를 키

우는데 필요한 책임감과 눈에 띄는

성공적인 결과, 이를 통한 자긍심은

더욱 뛰어난 변리사를 양성하는 한빛

의 원동력이 된다. 한빛의 꾸준한 행

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한빛변리사학원 황춘자 이사의 경영 노하우 3가지

1. ‘사람이 힘이다’ 도리에 따라 사람을 대하라.

2. 자신의 위치에서 역량을 다 하여 맡은 바 최선을 다하자.

3. 회사의 경쟁력인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말자.

IBK기업은행 테헤란로지점 배관희 지점장(왼쪽)과 한빛변리사학원 황춘자 이사

한빛변리사학원

대 표 황춘자

주 소 서울 강남구 논현로95길 29-14

홈페이지 www.gohanbit.co.kr

행복을 찾는 사람들 78 | 79

Page 41: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글 | 성기애 (여성시대 작가)사진 | 송인혁

전북부안군부안읍‘떡사랑’

유서현씨를찾아서

떡사랑, 시누이 사랑

생일,결혼,돌,환갑,제사등집안의특별한일이있을때빠지

지않고먹는음식중하나가떡이다.즐겁고흥겨운자리를더욱빛

내주는떡.그떡을만들기위해아침부터분주한여성시대가족이

있다.전북부안에사는유서현씨가떡과인연을맺은지는이제5

년째다.

“결혼전에는떡에대해전혀몰랐어요.떡집은명절날만바쁜줄

알았지요.그런데그게아니더라고요.추석이지나고서도계속떡

주문이들어와요.시골어르신들가을추수다끝내놓고여행을가

실때그차에떡이꼭실리고,가을에각종체육대회,지역행사들

이많잖아요.그때도떡주문이밀려와요.가을이성수기랍니다.”

지역에서나는쌀과최상의천일염으로간을맞춘 ‘떡사랑’의떡은

근방에서알아주는떡이다.

독신주의자를자청하며콧대를한껏높이고살았던그가결혼을

선택한건순전히‘시누이들’때문이다.

유서현씨는20대초반을일본에서보냈다.어려서부터사이가각

별했던이모가일본으로시집을가는바람에유서현씨는일본에자

81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0 |

Page 42: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주갔다.사람이그리웠던이모의간곡한부탁으로일본에오래머

물며대학도그곳에서다니게됐다.고베지역의그학교에는서현

씨외에한국인이딱한명더있었다.한학년선배인김화정씨와

같이밥을먹고공부를하며타국에서의외로움을달랬다.

식구가단출한집안의딸인서현씨에반해화정씨는여러형제자

매가복닥거리는집안의막내딸이었다.서로의집안사정도속속들

이알아가며친분은날마다두터워졌다.대학을졸업하고화정씨는

한국으로돌아왔고서현씨는일본에남아취업준비중에2011년

후쿠시마원전사고가났다.멀리떨어진지역에서일어난일이지만

두려움은쉽게사라지지않았다.잦은지진으로새가슴이되어매일

심장이콩닥거리곤했는데,원전사고는차원이다른공포였다.어

서한국으로돌아가고싶은마음뿐이었다.다행히한국면세점쪽에

일자리가있어일본에서의생활을정리하고돌아왔다.

서현씨가한국에왔다는소식을접한화정씨는별별이유를다

만들어전북부안의자신의집으로초대하곤했다.언니,오빠와복

작거리며사는화정씨집이서현씨는참좋았다.

“우리오빠어때?우리오빠사람이참진국이야.”

대놓고중매쟁이역할을자처하는화정씨말이처음에는부담스

럽기만했는데가랑비에옷이젖는다고했던가.여러번그런말을

듣다보니어느새그사람좋은오빠와둘이서밥을먹게되고술도

한잔하게되며,만난지6개월만에결혼하게됐다.

“남편이좋은사람인건맞아요.그런데제가결혼을결심하게된

데는우리시누이들이더좋아서였답니다.”

서현씨가집에가면상다리가부러질정도로맛있는음식을가득

차려놓고수다가끊이지않는자매들을보며‘나도이런집에서살

83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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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4 |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4 |

고싶다’는생각이자연스럽게스며들었던것이다.

육남매의다섯째아들인남편김현옥씨는누나들의귀여움을한

몸에받고자랐다.연세가많은어머니대신누나들이학교에데리

고다니고뒷바라지를했다.금지옥엽아들처럼키운남동생이마흔

이넘도록결혼을하지않자누나들의마음은다급했다.누구를소

개해도꿈쩍않던동생이서현씨에게관심을보이는것을본누나들

은온마음을다해두사람의결혼을반겼다.

떡집을운영하는남편을돕기위해발을동동거렸지만일이손에

익지않은서현씨는마음만늘바빴다.결혼첫해추석을맞았을때

는정신이하나도없었다.쌀을빻아오색송편을만들어내는데,그

양이어마어마했다.모든식구가추석전전날밤을새워만든1톤

분량의송편은그다음날오전에동이나고말았다.다시쌀을씻고

담가떡만들기를무한반복하며추석이지나갔다.

그해추석을보내며‘시누이들’의결속력에다시한번놀라고말았

다.추석명절며칠전부터서현씨의떡집에모여떡을만들고포장

하고배달하고판매하는데손발이척척맞았다.수십년을그일만

해온사람들처럼어느한구석어긋남이없었다.매년두번의명절

이면시누이들이앞장서서명절대목장사를돕는다.생활력강하고

부지런한시누이들은일을겁내지않고,동생네를도왔다.

하물며셋째시누이는일본에살고있는데명절즈음이면서현씨

네떡집일을돕기위해명절보름전에미리와서일할준비를한

다.매번명절이면한번도빠지지않고와서손을보탠다.

셋째시누이만빼고다른시누이들은모두한동네에살다보니‘참

새가방앗간을그냥지나치지않듯이’거의매일아침떡집에와서

일을거든다.

시누이들이매일드나들어도불편하거나번거롭지않다.자기일

을거들어주고늘사랑의눈빛으로바라보니귀찮고성가신일이없

다.더구나둘째시누이는밥집을하는데음식못하는서현씨는그

집에서밥을해결한다.밥도해결해주고일도거들어주고,무슨일

이생기면서현씨편이되어주는든든한지원군이바로시누이들이

다.

“제가시누이들이좋다고하면다들이상한눈으로바라봐요.그

런데정말저는우리시누이들이참좋아요.”

이말을옆에서듣고있던큰시누이정남씨는시원한웃음으로

화답을한다.

“우리서현이가참순하고착해요.우리동생과결혼하고아기도

낳고잘살아주니그것만으로도너무고마운사람이죠.그냥다예뻐

요.”

따뜻함이가득담긴시선이야말로얼마나정직한것일까.시누이

올케라는역할이아닌서로에대한정답고알뜰한마음만을나누니

문제될일이별로없다.

시루떡,인절미,증편,절편,영양찰떡,송편을사이에두고시누

이올케의정담은끊임없이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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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장용의 단필충 곤파스와 할머님

95 일요일엔 편지를 예비 매형에게

99 아버지 막내딸입니다

102 레바논에 보내는 편지

106 내 친구 진이에게

일러스트 | 조신애

코너 속 편지장용의 단·필·충

애청자

곤파스와 할머님

2010년7월13일,지금은추억속으로사라진306보충대를통해

입대한저는8월20일에경기도가평의한부대에배치받았습니다.

신병이니초긴장해서바짝군기든채군생활에임하고있었습니

다.며칠뒤어느금요일점호시간에한창군기모드로선임들눈치

만살피고있는데당직사관님께서공지를하나하시더군요.

“자자,주목!금요일이고하니TV맘껏보게해주고싶은데힘들

게됐다.너희도뉴스봐서잘알겠지만최근태풍곤파스로수도권

일대피해가심각하다.특히이곳가평도직격탄을맞아서지금부

대주변이거의초토화된상태다.국민들의소중한세금으로먹고

자고입는우리가이럴때나서야하지않겠냐.그래서내일대민지

원나가기로결정됐다.오늘은푹자고낼일할수있도록준비해라.

이상!”

공지가끝나자여기저기서불평불만이터져나왔죠.제가오기전

코너 속 편지 86 |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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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쌍룡훈련이라고큰훈련이하나있었대요.전그거피했다고다

들운이좋다고했죠.암튼그거마치고주말에좀쉬나했는데주말

대민지원이라니.

다음날우리부대는부대인근농가들로지원을나갔습니다.나가

보니태풍피해상황은심각했습니다.논밭은엉망이됐고,도로는

유실되고,비닐하우스는처참하게찢겨방치된상태고,심지어부서

진집과축사도보였습니다.순간모두입을다물지못한채,좀전

까지터져나왔던불평불만은쏙들어갔습니다.저와분대장님,몇

몇선임들은그중에한할머님댁을맡아지원을하게됐습니다.몇

몇은벼세우기작업,몇몇은축사치우기등으로조를나눴습니다.

한창열심히일하고있는데할머님께서새참을가져오셨더군요.

“군인양반들이고생이많아.자,그만들일하고이리와.나가새

참좀갖고왔응께.이것들좀잡숩고일햐.다들땀좀봐.아,뭐

혀?그만들하고싸게싸게오라니께.”

할머님께서가져오신소쿠리를보고눈이휘둥그레졌습니다.매콤

칼칼한비빔국수에아삭한오이소박이,고소한감자전까지이것저

것알뜰살뜰챙겨오셨더라고요.

“할머님,뭘이런걸다준비하셨습니까?태풍피해때문에경황

도없으셨을텐데.”

“아이고,나가다미안허요.원래집에손님이오면한상떡하니

차려드려야하는디,나가지금상황이요래가지고경황이없어이

것밖에준비못혔소.자자,일단들드시구랴.”

할머님은저희곁에서알뜰살뜰챙겨주시며계속저희를걱정해주

셨습니다.

“아이고으째쓰까잉?주말에쉬지도못하고.나가울영감살아계

시고자식들만왔어도이렇게군인양반들고생안시켰을텐데.”

“다른댁을보니까자녀분들이와서일손도거들고병원도모셔가

고하시던데,외람된말씀이지만할머님자녀분들은?”

할머니는갑자기눈물을훔치시며“그게사실아들하나딸하나

있는디,쩌그미국으로이민갔소.애들공부땀시.그리고아들하

나있는디.딱여그들군인양반나이에못된놈이먼저가부렀소.군

대에서.아휴나가지금뭔말을한다냐.그냥늙은이가씨부리는소

리니께그러려니하고.군인양반들은그저몸건강하게제대하는게

최고로효도하는거요.이늙은것이주책없이떠들었구만.자자,싸

게싸게드시고이막걸리도한잔씩하소.”

“할머님,다른건너무나도감사히잘먹겠습니다만,저희가술을

먹는건곤란해서마음만감사히잘받겠습니다.”

“아따,막걸리한잔이무슨술이다요?그냥음료수제.늙은이가

권하는거자꾸마다하면그게더예의없는거여.”하더니갑자기

또눈물을훔치시며“뭐여?지금혼자사는노인네라고내말무시

하는거여뭐여?아이고이막걸리한잔도안마시고아이고,아이

고,이러니까늙음죽어야해.죽어야해.”

할머님의눈물어린신세한탄에결국마시게됐습니다.할머님은

불과30초만에눈물콧물쏟으시더니이내반색하시며“아따그라

제.그라제.마셔야제.어이거기이등병양반도좀마시고그랴.엉

아들눈치보지말고안마시고뭐햐.쑥쑥넘기랑께.”

그렇게한잔이두잔되고두잔이석잔되고할머님께서연신권

하셔서주거니받거니마시는데.참고로제별명이‘알쓰’,일명‘알

콜쓰레기’입니다.조금만술을마셔도금방벌게지고금방취하거든

요.좀전에먹은이온음료에막걸리세사발을마시고금방취한저

코너 속 편지 88 |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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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알딸딸한상태인데할머님은계속막걸리를권하셨습니다.

“야,분대장!막내좀챙겨.얘지금보니까맛좀간거같다.”

“예,알겠습니다.막내야.그만마시고우리저기가서좀쉬자.”

순간저는그만정신줄을놔버렸습니다.

“내가취하긴뭐가취했다고그래!끅!나하나도안취했거든.

어,못믿겠어.아우기분좋다.신나기만한데왜그래.잘들보고

즐기라고!”

제가정말미쳤었나봅니다.그자리에서댄스삼매경에빠진저

는한손엔전투화,한손에는막걸리사발을들고당시유행하던테

크토닉,셔플댄스부터개다리춤까지정신없이추고있는데,그런절

보며할머님도조금취하신상태셨어요.

“아이고,잘한다잘한다.우리막내가아주춤을잘추는구만.뭐

햐눈치보지말고춰!”

그렇게저와할머님은쿵짝이잘맞아같이무아지경상태로춤추

고있는데한창그러다순간,저와할머니를제외한일동이얼음이

됐습니다.등뒤에서냉기,아니살기까지느껴졌습니다.그목소리

는익숙한목소리였습니다.

“지금뭣들하는건가?”

술에취해춤추던저에게소리를친건바로연대장님이었습니다.

대민지원순시나오셨다그광경을보곤호통을치시더군요.

“지금뭣들하는건가!피해복구하라고대민지원보냈더니,막걸

리나마시고.거기이등병,자네뭐하는건가.강하사,자네는병력

관리안하고뭐하는건가!”

그런데순간할머님은연대장님을향해“이보쇼!보니까높은양

반같은디,나가마시라고한거니께애꿎은군인양반들잡지말

고날잡으쇼.이양반들아침일찍와서지금꺼졍허리한번못펴

고일만혔소.그래서내가좀먹고쉬라고챙겨준건디!그리고태

풍땀시울적한노인네재밌으라고재롱좀피는건디.이게그뭐시

냐?대민인가국민인가그것이아니면뭐란말이요.그거가지고뭐

라할거면날잡으쇼.아따나부터잡으랑께!”

마치랩퍼처럼속사포로뱉어내시는데,결국이에못이긴연대장

님.“오늘일은어르신께서정그렇다하시니그냥넘어가지만,이

코너 속 편지 90 |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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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술다치워.얼른현장으로복귀해.그리고다음부터는이런일

없도록!”

그때느꼈습니다.연대장님보다무서운건할머님이란사실을요.

그렇게사태가수습되고부대로복귀하는데할머님이제전투복주

머니에뭔가넣으시더군요.

“이것이나가직접찐호박떡이랑인절미여.군대가면배고프잖

여.요즘세상에더맛난거많이먹겠지만내마음이니께받으랑

께.나가이등병양반만보면꼭우리아들보는거같아.우리아들

도딱이등병일때고생만하다먼저가부렀거든.아따뭐햐.엉아들

가는디빨리따라가지고않고.이등병은빠릿빠릿하고눈치빠른게

생명이여.”

부대로복귀한그날밤남몰래부대화장실에서할머님이정성스

레싸주신호박떡,인절미를먹었습니다.어릴때돌아가신친할머

니생각이나더라고요.그리고혼자계실할머님걱정도되고그래

서결심했습니다.

‘그래.적어도내가가평에있을때만이라도할머님께손주가되어

드리자.’

그래서제가한일은바로할머님께편지쓰기였습니다.제가계원

이라대민지원나간집주소랑성함을체크해놓았거든요.사실편

지는컴퓨터로만쓸줄알았지손편지쓰는건진짜안해봤거든요.

더군다나오글거리는거딱질색이고요.그래서훈련소때다른동

기들이부모님께눈물어린손편지를쓸때도전‘밥잘먹고잘지내

고있다.엄마아빠건강하세요’딱이렇게두줄쓴게전부였답니

다.그런제가한번뵌할머님께손편지를쓰려니참고역이었지만

내용이나길이가중요한가요.마음이중요한거지.

편지를보낸며칠뒤,정문위병소근무를선전투지원중대선임

이저에게보자기를건네며“야,본부막내.어떤할머니가너한테

이것좀건네달라고정문까지오셔서신신당부하시더라.할머니가

글을몰라서답장을못쓰셨대.대신이장님통해내용은잘전해들

었고너무고맙다고.이거떡이랑과자니까먹으라고그러시더라.

아차!그리고부대나올일있음한번들르라고하시더라.난전했

으니이만간다.수고.”

알고보니그할머님은직접부대정문까지오셔서저랑선임들먹

으라고손수떡이며한과를직접만들어서가져오셨더라고요.원래

규정상외부음식을들이면안되지만,할머님의간곡한애원에결

국저한테오게됐는데순간코끝이시큰하더라고요.

그렇게전할머님과왕래를시작했고백일휴가를시작으로휴가

를나가거나부대밖으로외출,외박을나갈때면늘할머님댁에먼

저들렀습니다.

“오늘이휴가첫날이라고?천금같이귀한시간인디서울안가고

왜여기를들르고그랴?”

“어차피가평에서서울까지금방가는데요.그런말씀마시고요.

할머니저랑오늘병원가요.지난번에무릎도계속아프고발목도

저리다고하셨잖아요.”

“아이고됐어.노인네가늙으면여기저기고장나는게당연한거

여.됐고밥이나먹고가.닭볶음탕맛있게해줄팅께.”

“자꾸그러신다.천금같이귀한휴가라면서자꾸시간끄실거예

요.그러지마시고가요.저병원에서진료받는거까지딱보고,맛

있는거딱먹고갈테니까.어서가요.”

그렇게할머님을모시고병원도가고가평맛집도가고남이섬도

코너 속 편지 92 | 93

Page 48: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가고,정다운시간을보냈습니다.할머님은절마치아들,손주처럼

예뻐해주셨고저도할머니처럼따르며재롱부리곤했습니다.

그러던중한동안바쁜군대생활과국가적중요한사건들로몇개

월간밖으로나가지못하게됐습니다.시간이흘러병장진급하여

그주주말에모처럼외박을나가게됐고,오랜만에할머님댁을찾

아갔는데아무도안계시더라고요.이상하다,어디가셨지하며1시

간이고2시간이고하염없이기다려도할머님은오시지않길래옆집

에가서여쭤봤습니다.

“아주머니,혹시옆집에사시는할머님어디가셨습니까.뵈려고

기다렸는데아무리기다려도안오시네요.”

“아이고,누군가했더니종종찾던그군인양반이네.에구,왜이

제왔어.할머니,두달전에돌아가셨어.평소에지병이있는데그

게안좋아져서딸이서울로모셔갔는데그만그렇게되셨다네.그

양반30년전에죽은아들평생그리워하시다그만.그래도군인양

반덕분에근래얼굴도화색도돌고즐겁게사셨는데.”

순간듣는데정신이멍해졌습니다.몇개월동안뵙지못했는데그

사이에돌아가시다니.그자리에우두커니서서한동안눈물만흘렸

습니다.언제든집에가면절환하게맞아주실거로생각했는데말

입니다.그리고그런할머님의마지막을뵙지못했단사실에얼마나

죄스러웠는지모릅니다.

지금도군시절을떠올리면그할머님에대한추억이많이떠오릅

니다.군복무중이던절친손주처럼예뻐해주시고잘해주셨던거

평생잊지못할겁니다.군대에서돌아가신아드님을평생그리워하

면서사셨던할머님.하늘나라에선그아드님과행복하게잘지내셨

으면좋겠어요.

변진수 | 경북 문경시 문경읍 주흘로

일요일엔 편지를

예비 매형에게

형,저예요.무뚝뚝한경상도남자들이라그렇게오랜시간을봐

왔는데도형에게제마음한번전한적없는것같아이렇게편지를

씁니다.

얼마전가족들이모인자리에서형이용기있게결혼허락을받던

모습이생각납니다.절차대로격식을갖춰결혼하기에는형편이좋

지않고그렇다고마냥미루기에는나이가있는지라혼인신고를먼

저하고신혼부부임대아파트에먼저입주하고소박하게식을올리

겠다고하셨죠.

저역시결혼을약속한여자친구가있기에형이그말을부모님께

얼마나어렵게꺼냈을지그마음이어땠을지미루어짐작이갑니다.

형을처음만났을때가생각나네요.대학생이된누나는중학생인

제게남자친구가생겼다며소개했고형은가끔맛있는것도사주고

입시에관한고민상담도해주고형이없는제게남자들만이알수

코너 속 편지 94 | 95코너 속 편지 94 |

Page 49: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있고통할수있는여러가지조언도많이해주셨죠.또누나몰래

게임아이템도선물해주고그시기남자들이갖고싶어하는것들을

선물해주기도하며형이있는친구들마저부러워하는그런형이되

어줬어요.

형과누나는어린제가봐도멋있다는생각이들정도로열심히공

부했고그러면서도틈틈이아르바이트도했죠.취업난이심각하다

는기사들이뉴스에서쏟아질때도졸업도하기전에형과누나는취

업에성공했어요.그렇게누구보다빠르게열심히살았던형과누나

인데각자집안의가장으로사느라정작결혼은미루는모습이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저도빨리취업해서도움이되고싶었는데생각보다취업

도잘안되고마음먹은대로되지않아힘든시간을보냈어요.

처음서류전형에합격하던날,형은저를데리고가서면접용정

장과구두를사주셨죠.그리고“취업이라는게한두번도전해서성

공하는게아니더라.네가보기에는형이금방취업한것같지만이

력서랑자소서만몇백통은보냈어.그러니까취업은장기전이라생

각하고몇번떨어지더라도지치지말고실망하지말고계속도전해

봐”라고말해줬어요.형의그말씀이저에게큰힘이됐습니다.

저는그뒤로도1년을취업준비생이라는이름표를달고살았는데

가족들이농담으로라도“우리집백수”라며“쟤를어쩌면좋냐?”라

고할때마다형은“누가뭐래도본인이제일힘들겁니다.잘챙겨

주세요”라고하며제편이되어줬어요.

최종면접에서탈락한날도소주한잔하자며저를불러내말했죠.

“최종면접에서떨어진날이나도제일힘들더라.누나놔두고군

대갈때보다더힘들었어.”

그한마디가또저한테큰위로가됐어요.형의진심이전해왔거든

요.형!그런고마운형인데돌이켜생각해보니저는형한테따뜻한

말한마디마음한번전한적이없네요.형,고맙습니다.

제가첫월급을받던날형한테맛있는걸사드리겠다고호기롭게

식사를했는데형이이미계산을끝내버리고그돈으로부모님맛있

는거사드리고결혼자금이나모으라던했던형.

우리부모님께아들보다더든든하고의지가되는큰아들이되어

준형.집안이기울고집에안좋은일이몰아쳤을때도우리가족

곁에든든히있어준고마운형.

누나가원인도모르고병명도없는병으로아파고생할때도누나

코너 속 편지 96 | 97

Page 50: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가불안하지않게당장혼인신고하고결혼부터하자는말로단번에

모든상황을정리해버린멋진남자인형.빚도많고집안문제도정

리가안됐다고결혼은다시생각하자고하는누나에게모든짐을혼

자지려고하지말고나눠지자고말해준멋진형.누나곁에서함께

걸어갈사람이형이라서참좋고든든하고고맙습니다.

추석이지나고나면입주할수있을것같다는말에뭐라도해주고

싶어서많진않아도차곡차곡모은돈을꺼냈더니“까불지말고넣

어둬라.받은거로할테니너앞길이나신경써.너그래서결혼하

겠냐?남자가몇푼이라도쥐고있어야밖에나가서어깨가펴지지.

나중에너도결혼하고자리잡고,우리도결혼해서아기라도생기면

그때조카한테맛있는거나사줘”하던형.

바리바리싸서시집보내진못할망정빚만잔뜩지게해서빈몸으

로보내미안하다는부모님말씀에“이렇게예쁘고귀한여자를맞

이하려면제가바리바리싸들고가야하는데그러지못해죄송합니

다.다른건몰라도마음고생은시키지않겠습니다”하던형.

형도누나도이젠집안의가장이라는무거운짐을내려놓고둘만

생각하고이제진짜행복해졌으면좋겠어요.

저도더열심히일하고더노력해서누나어깨에있는짐도함께

짊어지고형한테도더든든한동생이될게요.

오랜시간함께해서이미가족이되었지만앞으로진짜가족이될

우리형.형이매형이라서형이누나곁에있어줘서정말감사합니

다.

형!한번도제대로말못했지만저,형진짜좋아해요.

같은남자가봐도진짜멋진상남자우리형사랑합니다.

결혼축하해요!

이은주 | 경북 칠곡군 기산면 노석길

아버지 막내딸입니다

아버지!그곳에서잘지내시는건가요?

아버지가돌아가신지도참오랜시간이흘렀네요.9살어린막내

딸이어느덧불혹의나이를넘어섰으니말이죠.

어떻게살았느냐고요?엄마,언니,오빠그리고저까지참힘들게

도살았습니다.때로는아버지를원망하면서요.

저지난달늦게나마결혼식을올렸습니다.착실하고아버지막내

딸끔찍이도예뻐해주는신랑이랑요.

우리아버지살아계셨으면올해여든여덟이신데내손잡고식장

에들어가실수있었을까,잠시생각도해봤습니다.언니들은작은

아버지손을어쩔수없이잡고입장했지만전오빠가있어서그래도

다행이었습니다.그런데오빠가가슴이벌렁벌렁해서도저히손잡

고못들어가겠다고해서사람하나살리는셈치고우리신랑손잡

고들어갔네요.

일요일엔 편지를

코너 속 편지 98 | 99코너 속 편지 98 |

Page 51: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아버지!막내딸나이는많아도얼마나예뻤는지아시나요?아버

지손녀가그러데요.그날결혼식하는어린신부들보다훨씬더예

쁜신부였다고요.이정도면상상이되시죠.

그날아버지생각많이나서눈물참느라고막내딸참힘들었네요.

아이들도다키웠겠다,못올렸던결혼식도하고나니이제는부러

울것이없는데요즘저에게가슴아픈일이있네요.

아버지!하늘에서지켜보고계셔서알고계신가요?

셋째언니가알코올치료병원에입원한거요.아버지가터잘팔

아서귀한아들낳았다고셋째언니예뻐하셨잖아요.손님들이사

온사탕도오빠보다는셋째언니한테한움큼쥐여주셨잖아요.그렇

게예뻐하던아버지셋째딸이이혼하고힘들어하더니술로세월을

보내다가도저히안돼서지난주에입원시켰네요.아버지도술로돌

아가셨는데언니까지병원에입원하니마음이아픕니다.

저한테는친구같은언니였는데서로사는게바쁘고,입원한게

처음이아니라서제가모진말도많이했어요.‘그렇게살거면여러

사람괴롭히지말고우리안보는데가버리라’고.제가그렇게독한

말을해버렸네요.

아버지!제가오늘아버지한테부탁좀드리려고부치지도못할편

지에다가하소연을해봅니다.엄마그렇게고생시키고,우리들다

키워놓고가지도못하셨으니이제라도하늘나라에서잘살게좀해

주세요.특히셋째언니이번에는깨끗이치료잘해서퇴원하면즐

거운인생살수있도록아버지가보살펴주세요.그마음약한우리

언니,더이상은힘들게살지않게해주세요.

내가어릴때아버지한테응석안부리고뭐사달라고조르지도않

았으니이번만은제부탁좀꼭들어주세요.

아버지랑살던9년동안아버지가너무무서워“아버지!”그한마

디를맘껏불러보지못했는데간절해서일까요.오늘은목놓아아버

지를부르고또부릅니다.아버지사랑한다는말은못하겠습니다.

9년을아버지랑정다운부녀지간의사랑을키워보지않아서요.그

래도이것만은항상감사하게생각합니다.어디가서아비없이자

랐다는말안듣게해주셔서감사합니다.부디막내딸의처음이자

마지막부탁좀들어주세요.

아버지!하늘나라에서는부디평안하시고,아프지도마시고,아주

가끔은막내딸꿈에라도오셔서잘살고있는막내딸보고가세요.

어찌그리무정하게한번도꿈에안나타나시는지요.부디우리언

니치료잘받고행복하게살수있도록아버지가도와주세요.

코너 속 편지 100 | 101

Page 52: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이상희 | 부산광역시 남구 용당동

레바논에 보내는 편지

“잘다녀오겠습니다.제걱정하지마시고건강히잘지내십시오.”

2017년3월28일,떡국한그릇먹고떠나던새벽녘너의뒷모습

이지금도눈에선하다.갓스무살된너의뒷모습은못난엄마의

눈물로채워져하염없이뿌옇기만했다.

인문계고다니던너는스스로공부에는재주가없다생각했지.그

래서남들다꾸는꿈조차도꿀수없다던네가고1여름방학에느닷

없이특전사여름캠프를다녀오겠다며허락을구하던날이생각난

다.비로소꿈이생겼다고했지.너의꿈은특전사가되겠다는것.

아찔했다.텔레비전에서만보던비행기에서뛰어내리며낙하산을

타고하늘에서내려오던군인들은납량특집의어느무서운장면보다

내게가슴철렁한장면이었거든.너의비장한선포에많이놀랐지만

‘그래고생좀해봐라.세상에서가장쉬운게공부라는것을느낄거

야.이번기회에좋은경험하나쌓겠군’내심잘됐다싶어흔쾌히

일요일엔 편지를보내주었지.그때엄마는.

하지만폭염속3박4일의힘든훈련을견딘너는까맣게그을린

얼굴에다가군기에가득찬쉰목소리로군인의모습이되어돌아왔

지.엄마는그때너의꿈에승복할수밖에없었다.

헌혈이가능한몸이되어처음헌혈의감격을얘기해주었던아이.

어릴때는오동통한작은손으로피아노를밤새껏치며감동을주던

아이.중학교다닐때는야구가좋아져류현진선수처럼멋진투수

가되겠다던아이.하지만점점꿈이없어져머리가하얘진다던너

에게이엄마는공부하라며얼마나다그치고가끔은한살위의누나

랑비교하며상처를주었니.

네가집을떠나던그날,못해준일들이송두리째후회로다가와얼

마나많이울었는지몰라.

4개월후보생의힘든과정을이겨내야만특전부사관으로당당히

임관할수있다고했지.열달을품고낳은내아들이무사히해낼

수있을까.무거운군장을어깨에지고장거리도보하기,비행기와

헬기,기구에서뛰어내려낙하산을타고무사히착지하기.하루하루

가걱정의연속이었다.

나혼자편하고자버스타는게미안해걸어서출퇴근했고,고소공

포증이있는이엄마도꿈속에서는특전사후보생이되어하늘아래

뛰어내리고있었다.두려움으로까마득한땅을향해곤두박질하는

데도도무지펼쳐지지않던꿈속의낙하산.그만큼막막하고두려운

시간들이었다.

하지만모든건엄마의기우였다.4개월의과정을무던히견뎌내

고자신과의싸움에서도이긴네가그토록원하던특전사로거듭났

으니까.

코너 속 편지 102 | 103코너 속 편지 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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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용사를 위한 찬가

안되면되게하라!

특별한대한의건아들이

조국을위해

삼천리방방곡곡에서분연히모이였나니

적군의어떤도발도

호랑이처럼무찌르고그용맹을펼치나니

너의이름은젊음의굳센기상불타는태양

당할자아무도없네

사랑하는부모님

이아들걱정일랑부디마시옵소서

투지로갈고닦은강한인내

나라향한애국심에평화의등불켜지고

마침내세계로뻗어가는대한민국

미래는비로소활짝열리나니

오오특전사독수리내아들들아

창공을향해힘껏날아오르라

오늘도부릅뜬너의눈에

조국의혼은영원히빛나리

너의꿈을위해이엄마도말하지못한비밀이있었지.15년병상

에계시던너희외할머니의부음을네가임관식하던그날털어놓을

수밖에없었다.몇번씩통화할때마다외할머니의안부를물었지만

그저잘계신다고만했던엄마마음을이해해주렴.당당히임관식을

마치고고향으로내려가내부모님의묘소에절을올리는네가이엄

마는너무나대견하고자랑스러웠다.

시간이유수처럼흘러너는스물두살의어엿한어른이되었고국

제평화지원단으로레바논에파병을떠나있지.오늘은어떤모습으

로어떤시간을보내고있을까.

이엄마는오늘도요양보호사로서아흔아홉의어르신몸을정성껏

닦아드리며나의지난잘못들을참회한다.때로는육체적한계에지

쳐잠시주저앉고싶지만그래도힘을내어다시일어선단다.스무

살이던네가세상밖으로나가겪은고난만할까싶어서.

모든것들이평안하기를기도해본다.조금만더지나면그누구보

다빛나던내아들이스물세살이되어국제평화의임무를수행하고

나라의품으로돌아올테니까.대한민국군인의힘찬위상을세계에

널리알려주리라.내일도레바논의하늘아래특전용사모두가무탈

하기를간절한마음담아연서를띄운다.

한여름의태양같은아들아,사랑한다.스무살어린너를모진세

상에보냈지만폭우에당당히맞서고굳은결의로인내의나이테를

만들어가는네가너무도자랑스럽구나.엄마도많이단단해져서이

제웃으며기다리고있으니내걱정일랑말고멋진사나이가되어우

리만나자.그날까지파이팅!

*과거에아들의임관을고대하며쓴‘특전용사를위한찬가’입니

다.아들과어깨를나란히한모든군인아들들을위해띄웁니다.

코너 속 편지 104 | 105

Page 54: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몸에코를밀착시키고킁킁거렸지.그리곤“오,아직도너몸에서

아카시아꽃향기가나는거같은데”능청을떠는너의말에웃음보

가터져서우린한참을웃었어.

또내가꽃에정신이팔려서,삐져나온보도블록을못보고발이

걸려중심을잃고자빠질뻔했다는말에너는말했지.

“아카시아꽃이잘생긴남자로보였던거아니야?”

지금생각하면별로웃기지도않은말이었는데그때우린왜그렇

게깔깔대며웃어댔을까?그날따라웃음이고팠던것일까?어린아

이처럼웃고있던너와나를밤하늘의별들이봤더라면철없는소녀

같다고하진않았을까?

그날너는깊은한숨을내쉬며이런말을하기도했어.

“요즈음내마음상태는가지런하게정리해둔서랍속의옷을누군

가가마구마구뒤적거려놓은듯해.엉키고복잡한마음을가지런하

게정리정돈하기전에우선깨끗하게세탁하고싶어.”

내마음도그랬기에‘어둡고무거운사람들의마음을,깨끗하게빨

아주는세탁기가있다면얼마나좋을까’했더니,넌박수를치며동

감했었지.

웃음과넋두리가오가는사이동쪽창문이환해지고있었어.누군

가에게내얘기를그토록오랫동안한적도없었지만,누군가의이

야기를밤이새도록들어준것도나는처음이었단다.

너는어떠니?까만밤을하얗게새운몸은너무나피곤했지만내

마음은새털보다더가벼웠어.내친구진이야,너도그랬겠지?

살다가마음이뒤죽박죽엉망일때,우리또만나서밤새이야기

나누자.복잡하고무거워진마음깨끗이빨아탁탁털어버릴수있

게.

권영애 | 울산광역시 중구 남외동

일요일엔 편지를

내 친구 진이에게

진이야생각나니?

그게2019년올해였으니까아마잊어버리지는않았겠지.내가출

렁거리는네배를베고누워서하얀아카시아꽃이만발했던풍경이

그리워진다고말문을열었을때너는피식웃었더랬지.

석굴암가는길에아카시아꽃이하얀눈처럼소복하게쌓여있었

다고했더니네가그랬잖아.

“그래?아카시아꽃이정말눈송이같은지우리내년에는같이꼭

가보자.”

하루쯤은바쁜일상모두접고둘이서하얀눈송이같은아카시아

꽃도바라보고또그나무그늘아래서어깨동무하고사진도찍고즐

거운시간을보낼수있다면얼마나좋을까.

꽃이너무예뻐서눈을떼지못하고하염없이바라보고있으면속

수무책으로아카시아꽃향기에온몸이젖어든다는내말에너는내

코너 속 편지 106 | 107코너 속 편지 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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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시대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남성들!

멀리 해외에 있는 모든 남성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시간!

남자라서 느꼈던 애환들,

남자라서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남겨주세요.

다문 입 속에 들어 있던 그 사연들! 함께 나누겠습니다.

목 : 장용의 단필충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군대 시절!

코미디 영화보다 더 웃기고 액션 영화보다 짜릿하고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 눈물나게 만드는 군대 시절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개그맨 장용 씨와 함께 나누겠습니다.

일: 일요일엔 편지를

‘사랑한다’는 말 자주 하세요?

한 업체에서 사람들에게 빈 종이를 주며 ‘하고 싶은 말’을 적으라고

했더니 가장 많이 나온 말이 ‘사랑한다’였대요.

하고는 싶은데, 말로 하기 힘든 말들 살다 보면 종종 있죠?

그럴 땐 편지 한 통 어떠세요?

뱃속 아이에게, 미안하기만한 언니에게, 너무 쨍쨍한 태양에게,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에게도 좋아요.

여러분의 일상이 담겨 있는 편지, 보내주세요.

주소 : (03925) 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267 MBC 라디오 여성시대

여 성 시 대 에

사 연 을 보 내 주 세 요

매일: 일반사연

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 속 시원히 털어 놓아야 할 말들,

간단한 사연 신청곡, 축하해주고 싶은 일들,

칭찬하고 싶은 사람들을

사연으로 부담없이 편안하게 보내주세요.

월: 우리 아이 문제없어요

아이를 키우다보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한숨이 절로 나올 때가 있지요?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육아고민과

자녀와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대해

<우리 아이 문제없어요> 방에 보내주시면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인 서천석 선생님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수 : 열린 수요일

매주 수요일은 여성시대 문을 활짝 열어놓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야 ‘열린 수요일’ 살면서 궁금하고 알고 싶은 거,

알아야 할 거, 두루 알아보는 시간으로

수요일 3~4부를 꾸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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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양희은 | 여성시대 진행자

양질의 수면

추석이지나면서아침저녁기분좋게지나가던산들바람이제법

선들거리더니,긴소매옷을챙겨입어야했다.2019년도이제3달

남았구나.나는잠을설치는날이많아지고‘이렇게늙어가는가?’하

는생각에가라앉아있다.초저녁잠이들어가뿐하니일어나시계를

보면12시30분.화장실가려고일어나면1시등등….그렇게잠이

달아나면말갛게깨어있다.스르르다시잠에빠지게되질않는다.

그럼TV를켠다.집짓기,집고치기,오지여행,요리.이런심야에

도TV를볼수있다니홀로깨어있는누군가에겐놀라운일이고참

고마운일이다.마치심야의방송통신대학같다.

결혼전생활이야행성일때는식구들잘때혼자깨어책도보고

일기도쓰고,한밤의고요함을즐겼다.마루에나와앉아서불환히

켜고차도마시고야참도즐겼다.그러다가결혼하면서남편의일상

을따라새벽밥을챙겨먹었고(이사람은꼭밥을먹어야만했다),

외식도밥이가능한데서했다(하다못해볶음밥이라도나오는곳).

덩달아나도아침사람이됐다.

언젠가한의원에서한.중.일의한의사들이체질문제로토론을벌

인다면몇년은계속할수있을거라는얘길들었었다.타고난체질

이변할까싶었지만,60세넘어나를보면식성도체질도변하는것

같다.생선잘먹고음식가리는것없이뭐든잘먹었는데,이젠비

린생선보다흰살생선위주로,밀가루보다는당연히쌀로굳어졌고,

쓱봐서속불편하게생긴것은입에대지도않는다.남편과얘기하

며‘그러니까나는뭐뭐절대안해.안먹어.절대!이해못해이런

말도하면안되는거’라고결론지었다.

요즘들어혼자있고싶은마음이굴뚝같다.모든책무로부터벗어

나고프다.내가시간을마음대로요리하고싶다.어쩌면우리일은

뽑혀야만가능한직업인데다일에들어가면시간을내마음대로할

수없기때문에흐름대로따라가야한다.오후8시공연이라도기

본적으로2시부터대기하고오디오맞추고조명맞추고전체적으로

공연하듯이한바퀴하고서야본공연차례가오니까,조각보처럼

이어붙여도사실은두번넘게공연을하는셈이다.

내동료중에는아프리카봉사를여러번다녀온이가있는데,아

무래도긴비행시간과날씨,먹거리탓으로몸이망가진것같다더

니만또다시거길가겠다해서,이유를물었더니혼자있고싶어서

란다.왕복비행시간이길어서좋단다.혼자오롯이있고싶어서척

박한땅에다시간다니….‘얼마나혼자있고싶으면그럴까?’그마

음알듯했다.

요즘내가부러운건양질의수면이다.누우면3초도안되어곯아

떨어지고,차로이동중에뒤통수만갖다대면그냥자고,틈틈이자

고도모자라밤에제자리에누워곯아떨어지고….능력이다.어떤

아이돌이음악프로준비하며제일심할땐일주일에2시간자는적

도있다고해서재차물었다.

“정말?진짜로?왜?”

그어여쁜청춘의나날이그래서야쓸까마는….

결론:잠자는것도,잠을억지로참는것도능력이다.

111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110 |

Page 57: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여성시대앞으로배달되는편지들은아주다양한감동을준다.예

능작가가꾸며도나오기어려울만큼재미있는사연도있고,너무

나슬퍼계속읽기힘들정도의편지도종종온다.그런데지난달,

한편지를읽고영개운하지않았던기억이있다.

손자를돌보고계신한할머니의이야기.친손자돌보기도쉽지않

으실텐데그분은손자의친구들까지두루살피시는그야말로‘동네

할머니’였다.내아이만잘되면되지하는생각이아닌우리아이들

모두가행복해지도록노력하시는분.그리고그분은아이만돌보지

않으셨다.지난달태풍‘링링’이한반도를강타했던그때,마을을위

해나서셨다.강풍으로구조물조각이날아가도로한복판에떨어져

있는것을보고그냥지나치지않으셨다.도로한복판에있는그것

을들어다가안전한곳으로치우신것이다.당시방송때도여러번

얘기했지만,태풍상황에서는밖으로나가는것조차금해야한다.

따라서보통사람같으면현장을목격하고도재빨리자신의몸을안

전한곳으로옮겼을것이다.그런데도그분은제2,제3의피해를

막기위해위험을무릅쓰고도로로나가신것이다.

그때까지만해도할머니의따뜻한이야기에마음이촉촉이젖어

있었다.그런데그다음부분을읽어나가면서가슴이답답해지기시

작했다.

서경석 | 여성시대 진행자

훈훈하게 시작해서 씁쓸하게 끝난 편지

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어떤젊은남성이쓰레기를거리에내놓으려하는모습을보고,할

머니는쓰레기가혹시라도거리에날아다니지않을까걱정되어,강

풍이좀지나간후에버리는게어떻겠냐고조언을했던것.

나도미처생각지못했던이야기에,속으로“아하,그렇지!역시

생각이참깊으신분이네”하고무릎을치게되었는데,그로부터돌

아온얘기가정말기가막혔다.

“아니그럼이걸다시집으로가져가란말이에요.정걱정되면아

줌마집으로가져가시든가하세요!”

아하!놓치기쉬운지혜를알려주셔서감사하다얘기는못할망정,

짜증을내다니….아니감사는그렇다치더라도생각이짧았으니그

렇게하겠다고하면될것을.좋은방법을일깨워준이웃에게,게다

가인생대선배님께그렇게하다니….너무도화가났다.

짜증내던그남성의마음은무엇이었을까?아직도궁금하다.진

즉에했어야만하는생각을누군가일깨워줬을때,받아들이는것이

그리어려웠던것인가?너무도당연한것을몰랐던것이창피해서

짜증으로대신한것인가?차라리후자였으면좋겠다.당시엔당황

스러워그렇게자리를피했지만다음엔그러지않을수있을테니.

마음으로라도할머니께죄송한생각을가지게되었을테니.하지만

전자의경우라면….

여성시대정신이필요한사람이다.그리어려운일이아닌데.더

불어사는세상,조금만남을배려하고상대방입장이되어생각하

면모두가행복해질수있다는아주간단한생각이절실히필요하

다.특별하진않아도성실하고진실되게하루하루를살아가는우리

네이야기에귀기울이고,함께울고웃는세상으로하루빨리들어

와야한다.글을쓰고있는지금도씁쓸함이가시질않는다.

113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112 |

Page 58: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10.pdf쩍 아는 척을 했더니, 눈이 동그래진 딸! 아, 그때 그 놀란 표정을 확인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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