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let proof - 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 · 2013-07-02 · 12 국방과학, 세상을...

27
우수한 방탄기술은 우리 병사들의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와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수준의 방탄제 복합 기술을 확보하고 새로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무심코 받은 파일 치명적 좀비 파일 www.add.re.kr QR코드를 찍어보세요. 손안으로 <무내미>의 다양한 소식들이 들어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세계 수준의 과학기술을 통해 미래창조국방중심 역할담당하겠습니다. Bullet Proof 2013 ADD MAgAzine vol.118 May / June 2013 ADD MAgAzine vol.118 MAy June

Upload: others

Post on 02-Jun-2020

2 views

Category:

Documents


0 download

TRANSCRIPT

우수한 방탄기술은

우리 병사들의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와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수준의

방탄제 복합 기술을 확보하고

새로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무심코 받은 파일 치명적 좀비 파일

www.add.re.krQR코드를 찍어보세요.

손안으로 <무내미>의

다양한 소식들이 들어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세계 수준의

과학기술을 통해

미래창조국방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겠습니다.

Bullet Proof

2013 AD

D M

Ag

Azin

e vol.118 May / June

2013ADDMAgAzinevol.118

MAyJune

아띠 ‘친한 친구’를 뜻하는 우리말

24 특별한 만남_

세계 모든 여성과학기술인을 초대합니다

신용현 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28 우리들의 놀이터_

진해 6본부 야구회 “블루샤크”를 소개합니다

32 소원을 만나다_

대한민국의 하늘을 처음으로 정복하다

36 별난기록 별난 주인공_

가정의 달 기념 삼대(三代)가 함께 떠난 가족여행

라온 ‘즐거움’을 뜻하는 우리말

40 시간이 머무는 여행_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서울 용산

44 트렌드 연구소_

부성애, 아버지의 전성시대

48 책으로 읽는 세상_

삶의 시련을 도약의 발판으로 바꾸는 마음의 근력,

회복 탄성의 놀라운 힘

50 생활 돋보기_

초보 등산가를 위한 봄철 산행 가이드

52 ADD 스케치북

혜윰 ‘생각’을 뜻하는 우리말

04 Zoom in ADD_

박근혜 대통령 ADD 방문

08 ADD 지휘부 동정&뉴스

10 인문학, 전술을 읽다_

말 한마디로 나라를 구한 서희

12 국방과학, 세상을 만나다_

병사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

아람 ‘열매’를 뜻하는 우리말

16 Global Review_

독일의 국가우주프로그램을 선도하는

독일 항공우주연구원(DLR)

20 상생의 길을 걷다_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주)YJC

발행인┃백홍열 발행일┃2013년 6월 10일(통권 118호) 발행처┃국방과학연구소 대전광역시 유성구 북유성대로 488번길 160 TEL. 042-821-2011 편집장┃이필영

기획·편집┃국방과학연구소 사보편집실 편집위원┃ 김관식, 민병철, 서창환, 송봉호, 신환규, 이영숙, 이재용, 이준우, 전기윤, 채제욱, 한명원 사보담당┃박금옥

([email protected]) 디자인·제작┃(주)홍커뮤니케이션즈 www.hongcomm.com ※ <무내미>에 쓰인 글과 사진은 필진의 의견에 따른 것으로 국방과학

연구소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지에 사용된 글과 사진을 재사용하려면 <무내미>와 저작권자 양측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2013ADDMAgAzinevol.118

MAy / June

contents

/ 표지이야기 /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곳곳에 국방과학

기술은 숨어있습니다.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지혜와

인문학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노력들.

그리고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고 있는 국방과학기술들. 이러한 모든 것들을 형상화

하여 국방과학기술의 다양성을 표지에 담았습니다.

무내미는 우리 연구소가 있는 수남동의

옛 지명입니다.

계사년癸巳年

자연에서 배우다

낙타가 햇볕을 응시(凝視) 하듯

우리도 문제를 직시(直視) 한다면...

가정해보자. 당신이 현재 길을 잃었다고... 산과 광야, 과연 어느

곳의 방황에 더욱 좌절할 것인가? 많은 이들은 이야기한다. 산은

오르막과 내리막이라는 ‘방향’이라도 존재하지만 끝없이 펼쳐진

광야는 동쪽과 서쪽의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기에 더욱 절망적

이라고 말이다. 거기다 풀 한 포기 없는 광활한 대지위에 내리 쬐

는 송곳같은 햇볕은, 절망에 고통을 더해 괴로움을 가중시킬 뿐

이다.

여기서 잠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광야 위에 쏟아지는

불같은 햇볕이 당신이 맞닥뜨리고 있는 인생의 문제라고 가정한

다면, 과연 그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아마도 많은 이들은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지도 모

르겠다.

하지만 사막 위 낙타는 다르다. 햇볕이라는 ‘문제’에 정면으로 응시한다. 작렬하는 태양아래, 결코 쉴만

한 그늘을 찾을 수 없는 사막에서 숨을 곳을 더듬기보다 내리쬐는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얼굴을 꼿

꼿이 드는 정공법(正攻法)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낙타가 문제를 회피해 등을 보이기보다 얼굴로 또렷이 맞서는 것은, 햇볕을 피하기 위해 등을 보일 경

우 몸통의 넓은 부위가 뜨거워져 결국 더 큰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햇볕을 정면으로 보는 낙타

의 습관은 유전에 영향을 미쳐, 길고 수북한 속눈썹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아픔에 대한 내성이 자신만의

무기로 승화된 셈이다.

우리의 삶은 거센 바람 혹은 강렬한 태양빛으로 많은 시련을 거치게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를 회피하기

보다 고개를 오롯이 세워 직시한다면 더욱 지혜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ZoominADD

글 편집실

혜움

●●●

04 05

●●

박근혜 대통령

ADD방문

북한이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며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22일 이루어진 대통령의

ADD 방문은 우리나라의 국방력을 다시 한 번 점검

하고, 국방기술 능력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 지난 5월 22일 대통령은 ADD를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았다

●● 창조관 로비에 비치되어 있는 방명록에 서명하는 대통령

●●● 대통령이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국방장비들을 살펴보고 있다

●●●●●

06 07

창조경제의 성장엔진 국방과학연구소

1970년 ‘국방의 초석’이라는 기치아래 창설된 국방과학

연구소는 우리의 기술로 개발한 국방무기들을 해외로 수출하는

등 기술력을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연구소를

방문한 대통령은 “그동안 ADD가 이룩한 성과가 대단하다.

피눈물 나는 실패를 딛고 이룩한 성과에서 연구원들의 용기,

도전의 힘을 배우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며 자긍심과 큰 자부

심을 느끼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주기를 당부했다.

대통령의 연구소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7년 전, 선친

이 설립한 연구소를 영애(令愛) 신분으로 찾았었다. 대통령은

“당시 아버님도 ADD에 깊은 애착을 가지고 계셨다. 그래서 수

시로 연구소를 방문해 과학자, 연구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안다.” 며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소장의 안내로 연구실험실을 둘러본 대통령은 “열악한 환경에

서 열정과 애국심으로 헌신하는 현장을 보고 진한 감동을 받

았다.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하는 것을 보니 마

음이 든든하다. 여러분의 어깨에 우리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이

달려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자리를 옮겨 ADD의 성과와 연구개발 방향, 민군기술협력현황을

보고 받은 대통령은 ‘국방과학기술과 민간과학기술의 융합은

국방과학기술이 창조경제에 중요한 한 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강조하며 “ADD가 더 혁신적으로 정부

가 추진할 민군협력 시스템의 주축이 되고, 민간기술분야와 더

긴밀히 연결돼 기술혁신과 융합에 나서 우리 안보와 경제발전

에 큰 기여를 해줄 것을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실패는 당연

한 것이고, 실패를 딛고 일어나야하며, 성실한 실패를 너그럽

게 용서하여 과학기술의 융합을 이루어내는 것이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말한 대통령은 자주국방과 방위산업 발전이라는

ADD의 설립 목표에 ‘창조경제’라는 과제를 접목시켰다.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은 후 주요 국방연구개발 및 민군협력

기술성과를 둘러보며 국방연구개발의 향후 발전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현대 경제의 핵심이 되고 있는 인터넷이라든가 내비

게이션 같은 기술들이 국방과학기술에서 시작되어 점점 경제

적 파급력이 커지는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ADD의 책무와 역

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 밝혔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전시관 관람 후 대통령은 ADD 직원들과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우리과학기술이 일천(日淺)했던 옛날에 ADD는 선

진 과학기술을 받아들여 국방과학기술은 물론 민간산업분야

에도 신기술을 전파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오늘 국방과학기

술에서 안보와 경제가 상생할 수 있는 해답을 찾은 것 같다.”

며 기대감을 표했다.

오찬에 참여했던 배민지 연구원은 연구원으로서 자신의 비전

에 대해 이야기하며 “힘들고 지칠 때 국과연에 다시 방문해 주

신다면 우리의 넘치는 에너지를 대통령님께 나눠드리겠습니

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퇴직을 앞두고 있는 장명

진 연구위원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연구소원들의 도전정신과

뜨거운 열정, 그리고 연구 결과에 대한 보람의 눈물과 자긍심

이 있었기에 지금의 ADD가 가능했다.”고 밝히며 퇴직 후에도

ADD를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대외협력실장은 연구소원을 대표하여 “연구소에 대한 대통령

님의 애정과 격려에 깊이 감사하며, 그 뜻을 새겨 국방과학과 기

술로 우리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대통령은 “ADD가 세계적인 국방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여 안

보는 물론이고 창조경제실현에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

부하였다.

이날 자리에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을

비롯한 정부 군 관계자들이 함께 했으며, 청와대 국방비서관은

“이번 방문은 자주 국방 역량의 강화는 물론 ADD를 세계적

국방과학기술연구기관으로 육성해 창조경제의 성장엔진으로

활용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

명했다.

●●●● ADD 소장이 연구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대통령은 민군협력 성과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 대통령은 ‘창조경제실현을 위해 ADD가 앞장서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 37년 전 영애(令愛)시절 연구소를 방문했던 모습

●●●●

●●●●●●

●●●●●●●

대통령님을 만나는 설렘에 저희들은 행복했습니다“ “

ADD지휘부동정&뉴스

글 편집실

혜움

08 09

국방부/산업통산자원부 차관 내방

백승주 국방부 차관과 김재홍 산업통산자원부 제 1차관이 지난 4월 26일과 5월 2일에 연구소를 처음 방문하였다. 새 정부가 시작되며 새롭게 임

명된 두 차관은 연구소를 살펴보며 연구소가 미래창조경제의 새로운 동력이자 세계적인 국방연구개발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박

수를 보냈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연구소 현황에 대해 보고 받은 후 “연구소가 많은 예산과 복잡한 업무를 잘 이끌기 위해서는 자율성을 가지

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국방부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속 도와 드리겠다”고 밝혔다. 김재홍 산업통산자원부 제 1차관도

연구소를 둘러 본 후 “창조경제는 창의력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이 다른 산업이나 문화와 융합되어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라고 말하며 “민·군기술협력 등과 같이 ADD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ADD 뉴스

ADD 지휘부 동정

청소년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다

우리 연구소가 개방형 연구소라는 정책방향에 맞춰 국민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위

한 노력의 일환으로 미래의 꿈나무인 청소년들을 위해 연구소 체험, 과학강연, 연구 성과 전

시, 멘토링, 장학 지원 등 다양한 청소년 지원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먼저 연구소는 제 46회

과학의 달을 맞아 이달 3일부터 25일까지 대전을 비롯해 태안, 진해, 창원, 해미, 포천 등 지역

에 위치한 15개교 1000여명의 학생들을 초청하고 국방과학에 대해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자리

를 마련하였다. 연구소는 청소년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기 위해 찾아가는 전시도 계획

중이다.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전시에 매년 참가한 연구소는 올해도 무기 속에

숨겨진 과학원리 등 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관심을 유도할 계획이다.

신입소원 특전사를 가다

세계일류 연구소로 나아가기 위해 연구소가 신입소원을 채용하고 안보의식을 강화하

기 위한 병영체험훈련을 실시하였다. 지난 16일 ADD에 입소한 신입소원 51명은 24일부

터 26일까지 2박 3일 간 서울에 위치한 비호부대를 방문하고 강도 높은 특전사 훈련을

받았다. 24일 입소식을 실시한 신입소원들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훈련을 통해

국방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체력과 정신력을 재무장하였다. 연구소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신입소원들의 안보의식을 강화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자긍심을 제고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종합시험본부 국제공인시험기관 환경시험 분야 추가 인정 획득

종합시험본부 안흥시험장은 2013년 4월 22일 기존 7개 분야에서 1개 분야(온도충격)가

추가된 8개 환경시험 분야에 대하여 기술표준원 한국인정기구(이하 KOLAS)가 수여하는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정서를 획득하였다. 이로써 안흥시험장은 환경시험 8개 분야에

대한 세계적 수준의 시험인력, 시험시설, 기술 및 시험절차를 확보하게 되어 명실공이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최고품질의 시험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제공인시험

기관으로서의 자격을 갖게 되었다.

종합시험본부 CMMI 레벨3 재인증 획득

2013년 4월 30일 종합시험본부 안흥시험장에서는 CMMI 레벨3 재인증서 수여식이 열

렸다. CMMI는 조직의 성숙도 측정을 위한 모델로서 레벨3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18개의

프로세스 영역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종합시험본부는 2010년 4월 CMMI 레벨3 인증

수여 이후 올해 4월에 성공적으로 재인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이는 종합시험본부의

프로세스 개선 및 내재화 활동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종합시험본부가 국가시험장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투명하고 공정한 시험 서비스

를 제공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 김재홍 산업통산자원부 제 1차관 방문기념• 백승주 국방부 차관 방문

혜윰

인문학, 전술을 읽다

글 편집실

말 한마디로 나라를 구한 서희

전쟁의 승패를 가늠하는 능력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운 소손녕의 침입에 고려의 중신

들은 ‘어떻게 항복 할 것인가’를 논한다. 거란의 80만 대군이 당장

이라도 개경으로 향해 올 것 같은 순간 서희는 냉철하게 거란의

침략이유를 분석했다. 전쟁이란 식량이 넉넉하면 성을 지킬 수

있고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며, 전쟁의 승패는 병력이 강

하고 약한데 달린 것이 아니라 적의 약점을 잘 알고 행동하는데

달려 있다는 것이다. 서희는 거란이 고려를 침략한 목적이 고구

려 옛 땅(故土)의 전면적인 탈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 성의

탈환에 있다고 판단했다.

서희의 논리정연한 주장과 이자백의 지지발언으로 항복론으로

기울고 있던 고려의 대응방침을 항전론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

때 마침 안융진을 공격하다가 중랑장 대도수에게 패한 소손녕이

고려 대신과의 면담을 청해왔다. 이를 통해 거란의 침략목적이

고려와의 국교 수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고려 조정에서는 서

희를 담판의 사절로 내세운다. 소손녕은 강화회담에 나온 서희에

게 신하의 예를 갖추라고 요구했으나 서희는 ‘주군에게만 할 수

있는 절을 맨땅에서 할 수 없으며 두 사람이 각국의 대표자로 평

등한 상태에서 협상할 것’을 당당히 요구한다. 서희의 당당함에

감복한 소손녕이 결국 굴복하고 서로 마주본 채 회담을 시작하

니, 이미 소손녕은 기싸움부터 지고 있었다.

담판에서 소손녕은 ‘고려는 신라의 땅에서 일어났는데 우리가 소

유하고 있는 고구려 땅을 침식하고 있으며 자기 나라와 땅을 연

접하고 있으면서도 바다 건너 송을 섬기고 있다’는 것을 침략의

이유로 내세웠다. 그리고 ‘땅을 베어 바치고 조빙을 닦으면 무사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서희는 ‘우리나라는 고구려를

옛 터전으로 했으므로 고려라 이름하고 평양을 도읍으로 한 것이

다. 만일 지계(地界)를 논한다면 상국(上國)의 동경(東京)도 모두

우리 경역안에 있는 셈인데 어찌 침식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압

록강 안팎도 역시 우리 경내였는데 여진이 그곳에 자리잡고 있어

도로가 막혀 어려움이 바다를 건너는 것보다 심하다. 조빙을 통

하지 못한 것은 여진 때문이다. 만약에 여진을 쫓아내고 우리의

옛 땅을 되찾아 성보(城堡)를 쌓고 도로가 통하게 된다면 감히

조빙을 닦지 않겠는가’라고 답변했다.

서희의 담판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서희와 소손녕의 회담에서 핵심은 두 번째 문답에 있다.

거란이 고려를 침범한 주목적은 송과 고려사이에 연결된 친선관

계를 끊고 태조부터 이어져온 거란과 고려사이의 노골적인 적대감을

제거하여 배후의 위험성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었다. 일찍이 송

나라에 사신으로 갔다와 동북아 나라들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던

서희였기에 거란의 화의요구를 거란과 국교를 수립하되 여진지

역을 회복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소손녕은 서희의 의견을 받아들여 군사를 돌리고 고려가 압

록강 동쪽 280리의 땅에 강동 6주를 개척하는데 동의한다는 답

서를 보내온다. 이러한 서희의 유연한 외교술은 당시의 전황과

소손녕의 심중을 정확하게 읽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또

한 회담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서희의 개인 역

량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국가 비전과 탄탄한

국방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려는 왕건 이후 북방정책을 꾸준

히 추진해 왔으며, 이러한 국가비전에 따라 상당한 군사력을 유

지해 왔다. 서희가 항전론을 주장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고려군에

대한 신뢰와 고려 지형지세를 이용한 항전으로 거란군에게 타격

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강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여건 때문에 한반도의 운명은 정치적

외교의 성패가 좌우하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역사적으로도 외교적 선택으로 인해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 순간

이 많았다. 서희의 외교담판은 그중에서도 손꼽을 수 있는 대표

적인 성공사례이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며 강국들의 여러 가지

이권문제가 얽혀있는 현 시대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거란이

라는 강국의 대군과 맞서 당당히 자존심을 지키고 실리를 얻어냈

던 서희의 담판같은 ‘외교적 해법’은 아닐까?

여기 말 한마디로 적군을 물리친 사람이 있다. 아니 정복을 위해 쳐들

어온 적군이 오히려 자신들의 영토를 내어주고 그곳에 성을 쌓을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내기까지 했다. 고려 시대 말 한마디로 나라를

구해낸 영웅 서희. 그가 거란의 적장 소손녕과 나눈 담화는 지금까지

외교의 표본으로 남을 만큼 약소국이 강대국과 맞서 대등하게 날린

시원스럽고 멋진 한방이었다.

● 소손녕의 침략에 고려 조정에서는 항복론(降伏論)과 서경(지금의 평양)이북의 땅을 떼어주고 화의

하자는 할지론(割地論)을 내세우며 논쟁을 벌이느라 쉽게 결론을 내지 못했다

● ● 외교안보연구원은 우리 외교를 빛낸 최초의 인물로 ‘서희’를 선정하였다.

● ●

10 11

성능은 권총탄과 같이 관통보다는 충격에 의한 손상을 방어하

는 능력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두 가지 위협에 대한 방어 조건이 서로 반대되

는 물리적 성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관통 저지력을 높이려면

유연한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면 유연하고 펄렁거리는 천보다

팽팽하게 고정되어있는 천을 송곳으로 뚫는 것이 훨씬 쉽다. 반

면에 이러한 유연 재료는 후면 변형이 크게 일어나기 마련이다.

뻣뻣한 재료의 경우 후면 변형이 적게 일어나는 것은 너무 당연

하지만 뻣뻣함 때문에 관통 저항성이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방

탄복을 뻣뻣하게 만들면 권총탄 방어인 후면변형 특성은 유리하

지만 파편탄 방어 능력은 저하된다. 반면에 유연한 방탄복을 제

작한다면 파편탄의 관통을 저지하는 특성은 우수하지만 후면변

형이 커져 권총탄 방어능력이 저하되게 된다. 결국 우수한 방탄

복 설계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기술인 것이다.

● 2012년 진행되었던 ‘장병 피복 및 장구류 발전 민ㆍ군 대토론회’에서 장병들이 ‘다목적

방탄복’과 ‘통합형 전투조끼’를 살펴보고 있다.

● ● 사격실험이 진행된 방탄조끼의 모습. 총알이 앞쪽에만 구멍을 남길 뿐 뒤쪽까지 관통

하지 못한다.

● ●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탄복 기술

한국군에 방탄복이 사용된 것은 1950년 6·25 전쟁이며

이후 월남전에서도 미군용 방탄복을 사용하였다. 이들 초창기

방탄복이 오늘날 방탄복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중요한 변화 인

자는 바로 방탄 재료의 발전이다. 2차 대전 직후에 사용된 방탄

복은 나일론으로 제조되었으나 그 후 강도가 우수한 아라미드

소재가 개발되어 지금까지 방탄복 주요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동일한 아라미드 섬유라 하더라도 섬유의 굵기가 가늘수록 방

호성능이 뛰어나 최근 데니아수가 낮은 아라미드 직물을 방탄

복에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라미드 직물은 통상 ‘Kevlar’라

는 듀퐁사의 제품 명칭으로 통용되곤 한다. 한편 아라미드와 다

른 형태의 폴리에틸렌 계열의 섬유가 네덜란드 DMS사에서 개

발되어 ‘Dyneema’라는 상품으로 방탄복에 사용되고 있다. 아라

미드의 경우 400 ℃이상의 높은 내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고온

지역에서도 방탄성능이 유지되는 반면 수분에 취약한 특성을 가

지므로 이를 보완한 발수 코팅 섬유를 사용하곤 한다. 주로 직물

로 사용되므로 유연성이 좋은 반면 폴리에틸렌보다 무거운 단

점을 가진다. 폴리에틸렌은 가볍고 수분에는 강하지만 용융 온

도가 낮아(약 140 ℃이하) 뜨거운 곳에 보관하는 경우 방탄성능

이 저하될 수 있다. 주로 UD(Uni-Direction)란 적층 필름 형태

를 사용하므로 착용감이 뻣뻣하다는 단점이 있다.

방탄복은 흔히 총알을 막는 보호 장구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

으로는 두 가지 방호성능을 만족해야 군에서 사용가능하다. 하

나는 관통에 대한 방어이고 또 하나는 후면 변형에 대한 방어

이다. 파편성능이 중요한 이유는 전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파편

이 병사들에게 중요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실제 2차 대전 후 전

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파편에 의해 피해를 입은 병사가 전체

손상 병사의 약 60%에 이르렀다. 한편, 후면 변형에 대한 방어

혜윰

12 13

국방과학, 세상을 만나다

글 백종규 박사

우리 일상생활 속에는 국방과학에서 비롯된 여러가지 기술들이 숨어 있습니다. ‘국방

과학, 세상을 만나다’ 에서는 다양한 분야 속에 담겨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는 국방

과학기술을 소개하려 합니다.

병사들의 생명을 지켜주는마지막 보루

방탄 기술

본 글과 관련하여 인터넷 Google 검색에서 “Stephen Tschiderer” 란

검색어의 동영상을 보시기 바랍니다. 33초 동영상을 보시고

나면 이 글에 담겨있는 소중한 과학적 의미를 공감하시게 될

겁니다. 방탄복은 이렇듯 ‘생존’에 대한 감동으로 이어집니다.

전장이란 벼랑 앞에선 병사가 임무를 성공리에 수행하기 위해

방탄복은 아무것과도 바꾸지 않을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입니다.

목숨을 아끼지 않는 용감한 병사 일천 명 보다 방탄복으로 방호

능력을 갖춘 병사 일백 명이 승리를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 ● ●

● ● ● ●

● ● ●

● ● ● ● ●

● ● ● ●

만에 파편탄 관통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였다.

액체 방탄재를 방탄복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기술이 있었다. 첫째 해결 기술은 적합한 전단 농화 유체의 제조

와 이들을 직물에 함침하는 최적 함침량의 결정 그리고 함침 공

정 기술이 첫째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었다. 두 번째는 전단농화

유체를 함유하였으므로 증발을 방지하고 우천 시 비 침투를 대비

한 완벽한 씰링 공정이었다. 세 번째는 국산화를 이룩하기 위한

국내 직물 적용 기술적 부담의 극복이었다. 작건 크건 시스템을

개발함에 있어 소재 개발 연구를 병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제한된 개발 시간에 부담을 주는 일인지 여실히 느꼈다. 그래도

이루고난 보람은 매우 컸다.

이러한 기술적 난제들은 민군과제를 수행하는 참여 업체들과 대

학 위탁연구 기관 간에 서로 긴밀한 협조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

으며 이 과정에 국방에 뜻을 두고 산업현장에서 굳건히 자리매

김을 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을 만났던 것은 참으로 기쁜 인

연이었다. 지난번 민군겸용사업 성과 발표회를 통해 개발된 방

탄복의 성과가 KSS 9시 뉴스에서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 날 방

송에 액체 방탄복 보도가 주요(?) 내용 중 하나였다. KBS 기자

가 취재하던 중 액체 방탄재의 “찌르기” 성능을 경험하고 스스

로 놀래 “이건 송곳으로 찔러도 들어가질 않네” 라고 되뇌었다

비록 현장의 소리였지만 개발했던 필자는 참으로 뿌듯한 칭찬

의 소리로 들렸다.

지속적인 방탄복 지원 사업이 이루어지길

미국 또는 유럽의 경우 군용 방탄복에 대한 최신 정보가

전혀 공개되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넷 자료를 통해 조사한 결과

점차 방호면적을 줄여가는 추세라고 판단된다. 미군 특수부대의

경우 심장부위의 방호만 유지하는 형태로 방호면적을 줄였으며

이를 통해 방탄복 무게도 줄이고 활동성도 증가시키는 두 가지

큰 효과를 선택하였다. 우리 군도 이러한 디자인에 관한 전략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활동성과와 착용성 증

대를 위한 인체 공학적 디자인의 도입이 대단히 중요한 기술이며

병사들과 인체공학적 디자인 전문가가 한데 모여 임무에 적합한

다양한 형상 그리고 편안함을 주는 방탄복을 디자인하는 것이 필

요한 시기라고 본다.

최근 육군을 필두로 방탄복의 관심이 증대되어 과거보다 성능이

매우 향상된 방탄복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너무 다행하고 감사

한 일이다. 아울러 군에서 전력 지원 체계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

하여 연구개발 지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해당 분야를 연구했던

한사람으로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런 분위기에서 방탄복

지원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길 참으로 소망한다. 그리하여

방탄복의 고성능화, 경량화뿐만 아니라 착용성 향상 디자인 개

발 등에 대한 다각적인 결과를 이룩해야 한다. 우리가 개발한 우

수한 방탄복은 결국 우리 젊은 병사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방탄복은 개인병사 생존성 향상 물

자이지만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모든 병사의 가족들이, 병사의

어머니가 가장 간절하게 소망하는 소중한 감동의 과학적 결정체

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100% 국산 방탄복이 탄생하다

2007년에 민군사업을 통해 “나노입자 액체 방탄재 연구”

라는 방탄복 연구가 시작되었다. 군에서도 사용가능하며 민간에

도 적용가능한 방탄복을 제조하고 제품화하는 연구였다. 민간 적

용을 위해 국내에서 판매 가능한 방검/방침 기능의 방검복 개발

도 목표에 포함시켜 수행했으며 2012년 2월에 목표성능이 달성

된 군용 방탄복(파편탄+권총탄), 민간용 방탄복(권총탄), 민간용

방검/방침복, 방탄 방검 겸용복 등을 개발하였다. 아울러 저격용

소총을 방어하는 최고 위력의 세라믹 방탄 플레이트도 국산 개발

하였다. 이 모두 액체 방탄재를 적용한 국산 아라미드 직물(저데

니아 헤라크론) 제품으로 한국군 체형을 고려한 3D 스캔 디자인

설계 제품이었다. 액체방탄이란 효율적인 개념을 적용하여 기존

제품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의 현 세계수준의 최고 성능을 만족

하는 방탄복 제품화 기술을 확보하였으며 적은 수량이지만 이웃

나라에 수출 실적도 이루었다.

액체 방탄은 전단 농화 현상을 이용해 직물의 방탄 특성을 증가

시키는 것을 아이디어로 출발한 기술로서 평상시는 액체와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가 외부로부터 강한 전단력이 작용되는 경우

유체의 점도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마치 고체와 같아지는 전단 농

화 현상을 이용한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해 외부의 권총

탄이나 파편탄 위협에 대해 후면변형을 감소시키고 관통 저항 특

성을 향상하기 위한 설계를 도입하여 관통 저항성도 개선시키는

연구 결과를 확보하였다. 이는 파편탄의 관통 특성과 STF 함침

직물의 관통 특성을 설계기법에 도입하여 확보한 두 마리 토끼

를 잡는 기술이었다.

초기 사업을 시작했을 때 당혹스러운 기억이 떠오른다. 방탄복의

중요성능인 후면변형 특성은 기대수준이었는데, 파편탄 관통시

험 결과가 의외로 낮은 값이었다. 대략 초기 일 년 가량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력했었다. 아무리 시험해도 순수 직물 성

능보다도 낮은 성능을 갖는 액체방탄복!! 아무래도 계획서의 목

표성능을 잘못 잡았다고 걱정을 많이 했던 시기였다. 다행히 고

속물체 시뮬레이션 결과를 적절하게 설계에 반영함으로써 근 2년

● ● ● 경찰들의 방검/방침기능복 역시 민간에 이전된 방탄기술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 ● ● ● 액체방탄은 전단 농화 현상을 이용해 직물의 방탄 특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 ● ● ● ● 작전 형태에 따라 탈ㆍ부착이 용이한 모듈화 구조로 이루어진 방탄복

14 15

16 17

글 한기태책임연구원

아람

그림 1. DLR 조직 및 국방·안보연구 기능

독일항공우주연구원(DLR)

DLR은 항공, 우주, 에너지·운송 및 국방·안보 분야의 R&D를 국내외

협력 벤처사업 형태로 추진하는 한편, 정부로부터 국가우주 프로그램 기획·

실행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아 이를 총괄하여 수행한다. DLR은 본부가 있는 쾰

른을 중심으로 독일 전역 16곳(Augsburg, Berlin, Braunschweig, Bremen,

Goettingen, Hamburg, Juelich, Lampoldshausen, Stuttgart, Neustrelitz,

Bonn, Oberpfaffenhofen, Stade, Trauen, Weilheim 및 Cologne)에 위치

하며, 외국기관과 협력을 위해 해외사무소(브뤼셀, 파리, 도쿄와 워싱턴DC 등

4곳)도 운영한다(인력: 약 7,400명).

가. 조직 및 현황

비영리 기관인 DLR의 상부조직은 총회(General Assembly), 이사회, 우주위원회,

DLR 지휘부 및 과학기술자문회의로 구성된다. DLR 지휘부는 연방경제기술부가

임명하는 의장(1명)과 부의장을 포함한 5명의 멤버 등 총 6명으로 구성되고, 직원

들의 관심을 대표하는 중앙참모회의(Staff council)를 운영하는데, 이것은 지역

참모회의에서 1~2명을 파견받아 구성된다. 의장은 국방·안보와 국제·경제·정책

등 대외협력을 총괄하고, 부의장은 DLR 전체 행정과 사업관리를 담당한다. 또

멤버중 1명은 우주행정을 전담하며, 나머지 3명의 멤버는 각각 우주연구기술, 항공

및 에너지·운송연구 분야를 관리한다(그림 1). DLR은 지휘부 아래에 기술본부

(28개), 센타(3개), 시설(3개) 등 총 34개의 하부조직으로 두고 있는데, 이들은 각

3명의 멤버가 담당하는 연구분야에 공유되어 운영된다.

독일의 국방R&D 구조의 경우(그림 1), 국방부 아래 2대

주요조직으로, 군비전략, 계획, 사업조정·통제를 담당하는 국방

기술조달청(BWB : Federal Office of Defense Technology &

Procurement)과 IT보안, 기술개발 및 군수물자관리를 담당하는

정보기술청(ITAmtBW)이 있는데, BWB는 무기체계 개발·시험

평가 및 획득업무도 총괄한다. BWB 산하 연구기관은 기술센타

(7개), 연구소(2개) 등이 있으나 국방·안보 관련 R&T 개발은 타

정부기관 산하 연구소와 긴밀한 협조 하에 수행되며, 특히 항공

우주분야의 핵심 R&T는 연방경제기술부 산하의 독일항공우주

연구원(DLR : German Aerospace Research Center & Space

Agency)이 주도한다(독일의 국방 R&D : 약 30억 유로).

독일항공우주연구원DLR

독일연방 경제기술부

의장

국방/안보

•의장실 •참모회의 •전략/국제협력 •해외사무소 •경제/정책협력•자본지출 관리 •ESA의회 •안보연구 •프로그램조정

•행정/기술 •마케팅 •홍보관리 •인적자원 •법무지원•Site시설관리 •자체감사•공동벤처 •품질보증•재무협력조정 •정보통신기술•사업관리본부

부의장 우주행정 우주연구기술 항공 에너지/운송

•예산관리•프로그램 관리 •사업관리 •ESA 프로그램

•우주시설 •우주기술본부•프로그램관리 •사업관리 •우주개발본부 •기술이전

운송R&D

•에너지/운송시설 •에너지/운송본부 •에너지 프로그램 / 사업관리부 •운송 프로그램 / 사업관리•기술이전

항공R&D

•항공시설•항공기술본부 •프로그램관리 •항공개발본부 •설계인증 •기술이전

우주R&D

우주위원회

이사회(이사장 : 주장관)

에너지R&D

과학기술 자문회의

● 독일항공우주연구원 전경모습연방공화제이며 내각책임제(총리와 14개 정부기관)로 국가를

운영하는 독일연방공화국은 정부가 개입하여 산연 R&D 협력

촉진, IT·BT 분야에서 기업성향의 과학기술 혁신을 추구하는데,

독일의 과학기술 R&T는 연방교육연구부와 연방경제기술부의

주요임무로 설정되어 육성될 정도로 EU 과학기술 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GlobalReview

독일의 국가우주프로그램을 선도하는

Lampoldshausen

Cologne

Neustrelitzstade

Berlin

Augsburg

18 19

DLR의 총예산(2012년 3,087 M )은 주로 독일우주프로그램(270 M

), ESA프로그램(741 M ), 사업·관리비(1,287 M ) 및 연구·

운영비(789 M ) 등으로 구성되는데, DLR 활동의 약 80%가 항

공·우주 분야와 관련되며, 나머지 20%는 에너지·운송 분야에

해당된다.

나. 주요 업무

DLR이 추진하는 연구분야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❶ 국방보안 연구 : 전 세계적으로 군사공격의 목표가 되는 사이버

해킹, 테러, 해적 등의 인재와 원자재·에너지 고갈 및 기후변화

등의 자연재해에 대한 국가안보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DLR은 이들 위협요소에 대한 미래 시나리오를 예측하며, 관·

산·학·연 협동연구를 통해 대비하고 있다. DLR이 추진하는

안보 프로그램은 아래에 언급될 나머지 4개 연구분야로부터 종합

적으로 도출되고, 의장은 이 프로그램을 주관하며 추진한다. 예를

들면, 공항안전관리, 지구관측·통신위성을 이용한 위기관리,

원격 에너지 공급 및 운송재난관리, 로봇공학 등과 관련된 안전관

리전문기술을 확보해 독일과 세계안보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

❷ 항공연구 : 이 연구의 주목적은 독일과 EU의 우주항공·운송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수송량 대비

공해를 줄이려고(CO2 방출<50%, NO방출<80%), 기초·응용연구

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 노력은 유럽항공연구자문회의(ACARE)

가 수립한 전략연구혁신안(SRIA)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DLR은

독일-네덜란드 풍동(DNW), 유럽천음속풍동(ETW) 및 연구용

항공기(Falcon, HALO)등을 활용하여 지상과 상공에서 항공기

운영관리를 연구하되, 항공기 유동분석과 평가를 위한 수치모사

와 실제검증을 병행한다. 이러한 연구는 독일 민·군의 관심도 반

영된 것이며 독일 국방부의 장기계획과 맞물려 짜임새 있게 추진

되고 있다. DLR의 항공기술본부 및 시설은 17개이다(그림 2).

❸ 우주연구 : 지구관측, 무중력 실험 및 행성탐사는 DLR의 우주

연구분야로서. 이를 토대로 농업, 기계공학, 지상탐사 및 신약개

발 등에 필요한 연구결과들을 얻고 있으며, 또 로봇을 이용한 우주

선 제어 자동화 및 라디오파 원격기술을 이용한 우주선 내 실험통

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DLR은 우주연구를 통해 궁극적

으로 인류의 공통문제(오존층 구멍, 그린하우스 효과 및 해양오

염 등의 지구환경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있는 셈이다.

DLR 우주기술본부 및 시설은 21개에 이른다(그림 2).

❹ 에너지 및 운송연구 : 에너지 효율과 생태환경·사회적으로 큰

고민거리인 화석연료와 이에 따른 기후변화 때문에 DLR은 대체

에너지 개발(가스터빈과 연료전지 기반의 저탄소 에너지), 태양

열에너지 및 고효율 에너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주

운송

항공

에너지

4 1

1

2

2

4

4

4

6 6

그림 2. DLR 본부공유 현황(총34개)

DLR은 독일·유럽국가와 중장기 연구를 계획하고 있는데, 주요 목표는 태양열 발전과 저온·고온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상용화가 가능한 고효율 증기·가스 터빈 발전소를 개발하는 것이다. 독일 산업화의 초석인 운송분야는 인구유동성 요구

충족, 고용창출과 국가경제에 꽤 기여해 왔으나, 이 때문에 교통소음과 배기가스 공해, 교통사고 증가 등의 역효과도 생겼다.

DLR은 이러한 역효과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DLR의 에너지 부서·시설은 11개이고, 운송분야의 경우 23개이다(그림 2).

다. DLR 미래임무와 국제협력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DLR은 항공우주기술개발, 태양계 탐사와 지구환경보호 등의 연구임무를 지속적으로 선도할 계획인데

이는 DLR 주력 5개 분야를 계속 수행하되 친환경적 요소도 적극 고려할 것임을 의미한다. DLR의 포트폴리오는 기초연구부터

미래체계 개발까지 망라하는데, 각 분야에서 지금껏 쌓아 온 과학기술 전문지식을 토대로 지역산업 발전에도 변함없이 기여할 것

으로 생각된다. 이런 미래 임무를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DLR은 국제협력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주요 협력국으로는

유럽국가, 미국, 러시아, 일본, 알제리, 호주, 브라질, 카나다, 카자흐스탄, 싱가폴 및 태국 등이 있는데, DLR 대외정책을 감안하

면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

ADD-DLR 간 과학기술협력

최근 우리 연구소는 DLR과 과학기술협력 양해각서(S&T Collaboration MOU)를 체결하고(’13. 중반기 예정), 필요시

ADD-DLR 간 기술협력추진위원회(Joint Steering Committee) 회의를 양국에서 번갈아 개최하며, 양국 간 항공우주분야의

기술교류를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 연구소는 독일협력의 첫걸음으로 ‘DLR 항공역학·유동 기술본부’와 기술협력을 수행할 예정

인데, 이 본부는 DLR의 5개 연구분야에서 서로 공유할 정도로 핵심공통기반기술을 다룬다. 곧 체결할 MOU를 계기로, 앞으로

양기관 간 과학기술협력의 물꼬가 터질 것으로 전망된다.

좋은 일이라도 생길 것처럼 화창한 봄날 함평에 있는 ㈜와이제이씨(이하 와이제이씨)를

찾았다. 함평은 나비축제를 비롯해 봄맞이 축제가 많이 열리고 있어, 어느 곳을 가도 생동

감이 가득 했다. 그 중에서도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을 시도해왔다는 배

지수 대표이사를 비롯한 와이제이씨 직원들의 열정은 봄 햇살처럼 눈부시게 다가왔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기대되는

기술개발로 극복해낸 위기

지금은 전국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시범농공단지가 제일 먼저 시도된 곳이

바로 이곳 전남 함평이다. 1987년 배지수 대표이사는 이곳에 회사(영진세라믹스)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Casting 공법을 바탕으로 도자기 소성용 내화물을 생산하는

사업을 했습니다. 저희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내의 대부분의 도자기 회사에 공급을 했

었습니다.” 하지만 도자기 관련 사업이 점차 사양화되면서 회사역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아무래도 도자기 관련 분야가 전체적으로 사양화되면서 저희 회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

었습니다. 그래서 도자기가 아닌 다른 활로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1996년부터 국내의 전자산업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는 전자세라믹 소성용 내

화물을 비롯한 미래 사업 연구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 여의 기술개발 노력의 결과

로 이전에 수입에만 의존해야 했던 전자세라믹 소성용 내화물 개발에 성공하였다. 때 마침

불어 닥친 IMF 위기가 와이제이씨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다. “IMF위기가 닥치자 국내

기업들이 전량 수입하였던 전자세라믹 소성용 요도구를 대체하면서 저희 회사 제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80%까지 높일 수 있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공을 이룩해낸 와이제

이씨는 이를 바탕으로 부설연구소를 신축하고 연구원을 확보하며 지속적인 R&D 투자를 이

어갔다. 어떤 위기가 닥쳐와도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면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체험

했기 때문이다.

● 액체방탄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YJC. 이제 방탄기술로는 국내 선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 미래 산업용 기초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현무암 섬유

상생의 길을 걷다

글 편집실사진 엄지민 작가

아람

20 21

●●

우리 군의 생명 보호와 수출에 기여하는 기업

오랜 기술개발을 통해서 다양한 세라믹소재의 제조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와이제이씨. 이곳에서는 Press, Hot

press, Solid Casting, Gel Casting 등 다양한 세라믹 제조 공

정을 갖추고 있어 여러 가지 형태의 방탄 세라믹스의 제조가

가능하다. 특히 개인용 방탄판에 사용되는 인체의 곡면과 유

사한 다곡면의 세라믹 제조 기술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독자

적인 기술로 개발한 개인 방호용 방탄판의 성능향상을 위해

노력하던 중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나노입자 액체방탄

재를 적용하여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착용감이 좋은 방탄복,

방탄판을 개발하게 되었다. 배지수 대표이사는 국내의 경우

무기분야에 대한 개발은 활발하게 이뤄져 상당한 수준에 올

라와 있는 반면, 고성능 방탄재로 사용되는 세라믹에 대한 기

술 개발은 많이 늦어져 있어 방탄용 세라믹스에 대한 체계적

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인 방탄복 및 방탄판은 비무기체계이나 우리 군사의 생명

을 보호할 수 있다는 면에서 지극히 중요합니다. 개인 방탄

복 및 방탄판의 세계 시장은 5조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하지

만 우리나라의 경우 공인된 방탄 테스트 기관이 없어 미국의

White Lab이나 캐나다의 Biokinetics를 이용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공인 방탄성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해 주어 와이제이씨가 우리 군인

의 생명 보호는 물론 수출을 통한 국가 경제력 증강에도 기여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힌다.

2012년 1200평 규모의 신규공장을 추가 증설하고 현재는

세라믹 설비 및 자동화 생산시스템 구축 중에 있다는 와이

제이씨. ‘신소재로 고객가치를 리드하는 글로벌기업 YJC’를

목표로 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나가는 중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그들이 또 어떤 분야를

새롭게 개척해나갈지 궁금하다.

누구나 갈 수 없는 길을 걷다

와이제이씨의 기술개발의 특징은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기술개발 과정

에서도 단순하게 해외의 선진 기술을 도입하기보다는 국내의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독자적인 기술을 확

보해나가고 있다. 김재근 본부장은 와이제이씨에서 기술 개

발을 통해 사업화하고 있는 제품은 국내에서는 개발이 된 사

례가 없으며 해외의 경우에도 몇 개 안되는 기업에서 생산하

고 있는 제품들이라고 이야기한다. “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리

튬 2차 전지 양극용 내화물, 고온(1650℃) 열처리용 내화물,

PCB연마용 세라믹브러쉬, 현무암 섬유, 전기전도성 무기질

섬유 등이 있습니다.”

특히 현무암 섬유의 경우 러시아 국방부에서 우주항공 및 방

위산업분야에 응용가능성을 예측하고 Ukraine의 Kiev지방

에서 비밀리에 연구개발을 수행해오다 1995년이 되어서야 이

기술을 재분류하여 민간에게 이전했다고 한다. 그 후 각국에

서 현무암 섬유 제조 및 그 응용제품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유리 섬유와 달리 현무암 섬유를 제조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소수에 불과

하며, 기술에 대한 정보 역시 많은 부분 공개가 되어 있지 않

은 분야이다. 배지수 대표이사는 현무암 섬유가 미래 산업용

기초 소재로써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2008년부터 기술

개발에 착수하여 4년간의 노력 끝에 현무암 섬유 시양상 설비

제조 및 섬유 방사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였다.

‘지식을 유산으로 주자’

와이제이씨의 독창적인 기술 개발 성공 뒤에는 직원

들의 근면 성실한 노력이 뒷받침이 되었다. 이곳에는 노사협

의회가 구성되어 있어 항상 임직원과 CEO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어 주고 있으며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2년 이상

근속한 직원들에게는 고등학생 자녀의 학비와 대학생 자녀에

대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와이제이씨에 다니는 직원의

자녀가 ‘돈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했다’라는 이야기만큼은 나

오지 않았으면 한다는 배지수 대표.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던

그이기에 ‘지식을 유산으로 주자’라는 지침을 정하고 전 직원

이 자녀 교육에 소홀히 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투명한 기

업경영 역시 배지수 대표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다. 기업 순익

의 20~40%까지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성과급제, 직원들의

능력 개발을 위한 사내외 교육 등 탄탄한 복지와 교육제도는

임직원들이 회사발전과 함께 믿음을 가지고 장기근속이 가능

하도록 하여,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많은 고

급 전문기술 인력의 확보로 연결되고 있다.

22 23

●●●

●●●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대한 도전’이야말로 배지수 대표이사의

경영철학이다

●●●● (주)YJC를 이끌어나가는 배지수 대표이사와 김재근 본부장

●●●●

50년 전, 어쩌면 그 시대는 ‘현모양처’가 여성의 덕목처럼 여겨지

던 시기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흔치 않았던 여성 공무원이신 어

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란 신용현 회장은 여성도 직업을 갖는 것

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선택한 직업은

‘과학자’였다.

세계 모든

초대합니다

24 25

특별한만남

글 편집실사진 김하인 작가

아띠

600만 불의 사나이를 꿈꾸다

“어렸을 적 ‘600만 불의 사나이’를 보면서 과학자들은 사람들

이 필요로 하는 것을 척척 만들어주는 해결사에 정의로운 사람인 줄

만 알았습니다. 뭐든지 할 수 있는 만능 해결사처럼 보였죠. 그래서

막연하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과학

실험대회 학교 대표로 뽑히면서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실험들을 직

접 해볼 기회가 생겼다. 아마 그는 이때부터 실험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졌던 것 같다.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과 흥미로움도 좋

았지만 무엇보다 실험 결과가 나왔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다른 어떤

것에서 얻었던 것들보다 훨씬 컸습니다. 그 기분이 너무 좋아서 이공

계에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공대 진학을 반대

하던 담임선생님도 그가 계속 고집을 부리자 ‘정 그렇다면 물리학과

에 가라’고 하셨고, 결국 연세대 물리학과에 진학하면서 과학자의 길

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 와서 보면 물리학과를 전공한 것이 정말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된다는 그. 기계, 재료, 전자 등의 내용을 골고루 이해할 수 있었고, 연

구원 생활을 하면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협력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을 다니다가 표준연구원 공채 시험에 응

시하라는 추천을 받았습니다.” 시험을 통해 공채로 입사한 후 연구원

● 그의 이름 앞에는 많은 수식어들이 붙는다. 다양한 활동들은 그녀가 지금의 자리에 있

는 원동력이자 이유이다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위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2010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공학부문2009 과학기술유공훈장 웅비장

경력: 2012. 06 ~ 한국연구재단 이사2012. 01 ~ 2012. 12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위원2011. 08 ~ 국가우주위원회 위원2008. 04 ~ 2010. 04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위원

에서 보낸 긴 시간들은 그에게 영광과 감사함으로 기억된다.

“여성이기 때문에 더 우대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고 대외활동의 기회도 많았습니다.” 대외

활동은 그에게 다양한 산업 분야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그로 인해 여러 분야를 융합한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사람을 많이 아는 것이 힘!

대외활동은 그가 진공기술을 개발해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

로 상까지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한다. “산업계에서 어

떤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그에 해당하는 기술을 앞서

서 개발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이 앞서있기 때문에 그것이 바탕이 되는 진공기술에 대

한 수요가 높은 편이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진공장비의

15%를 우리나라가 수입할 정도였다. 외국에서 개발한 진공장

비를 단순히 사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국가가 나서

진공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대외활동을 하면서 쌓

아놓은 인적 네트워크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성과학기술인에게 인적 네트위킹을 강조하는 신용현 회장.

남자들처럼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학연 네트위킹이 약하므로

일부러 신경을 써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시작은 어렵지만

일로 만났던 사람들과 또 다른 새로운 일을 하기도 하고, 새로

운 일과 관련된 또 다른 분들과의 만남이 다시 이어지면서 자

연스럽게 네트워킹이 가능해집니다.” ‘지식을 많이 아는 것’도

힘이지만, ‘사람을 많이 아는 것’은 그보다 더 큰 힘이 될 수 있

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많은 대외활동을 해왔던 그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이하 KWSE)이다. 1993

년 창립된 공익법인으로 우리나라 이공계 여성의 대표적인

단체이다. 그는 2012년부터는 회장직을 맡아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임회장님들의 노력으로 좋은 결실을 맺어

왔기 때문에, 제가 그만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었습

니다. 하지만 각각의 회원들의 가지고 있는 능력이 탁월하

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잘 운영될 거라는 믿음이 있

었습니다.”

KWSE는 기본적으로 이공계 전문가를 회원으로 받고 있다.

“석사학위를 가졌거나 그에 대등할만한 경력을 가진 전문직

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을 정회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단

체와 달리 본인이 가입의사를 밝히고 입회비와 회비를 내야

해요.” 아무래도 자발적으로 모인 회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에 모두들 적극적으로 학회 활동에 참여하며, 그 영향력 또

한 높다.

KWSE가 탄력을 받게 된 계기는 2000년부터 여성과학

기술인 지원에 대한 정책을 제안하고 2002년 법안을 통과시

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하면서 부터이다. “그 일은 저희가 자

랑으로 내세우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법안에 담을 내용을 제

안하고 통과를 위한 서명 운동을 전개하는 등 실무적인 역할

을 담당했습니다.” 현재 KWSE에 가입되어 있는 회원의 수

는 총 1400여명에 달한다. 대덕연구단지에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전국에서 교수, 연구원, 변리사, 기업인들이 회원으

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단지내에 어린이집을 짓거나, 학교

를 방문해 과학교실을 여는 등 꾸준히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

가고 있습니다.”

설립20주년을 기념하는 BIEN

신용현 회장은 요즘 8월 22일부터 열리는 국제여성과학기술인

학술대회(BIEN2013)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

고 있다. 2000년 융합기술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KWSE는 우

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융합기술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

고, 2013년 세 번째로 BIEN 국제학술대회가 진행된다. “BIEN

은 BT, IT, ET, NT에서 첫 글자를 모아 만든 이름입니다. 불어

로 ‘좋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여성과

학자 총회나 연합 등 회의를 진행하는 행사는 있었지만 여성과

학기술인이 조직하고 주도하여 학술대회를 여는 것은 KWSE

에서 진행하는 BIEN이 최초였다고 한다.

“올해로 KWSE가 설립 2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기념하여 개최되는 BIEN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준비해나가

고 있고, 많은 기대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신용현 회장은 ‘여

성 리더십이 만드는 과학기술과 미래’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이

번 행사에는 10개국 이상, 4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 하면서 ADD 여성연구원들의 참여 또한 부탁했다. “대전의

연구단지에 위치하고 있는 많은 연구기관 중에서 아마도 ADD

에 가장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

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많은 여성과학자들을 초대해 진행되

는 행사인 만큼 ADD에서 연구하고 계시는 여성과학기술인들

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모든 과정을 여성이 주체적으로 진행하여 학술대회를 개최하

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한다. 비록 외국의 여성과학기

술인 단체 중에 더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 있더라도, 조직적 활

동이나 진행하는 사업내용면에서 모두 KWSE가 선도적인 역

할을 해내고 있어, 외국에서도 벤치마킹을 해가는 추세이다.

앞으로는 KWSE를 ‘여성 과학기술인을 위한 일 뿐 아니라 주위

를 돌아보는 일’을 하는 단체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신용현 회장

이 가지고 있는 목표이다. 할 일이 많아 행복하다는 그. 앞으로

도 겸손한 열정으로 여성과학기술인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

● ● ‘후배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연구 환경을 개선하는데 힘이 될 수 있도록 노

력하겠다’는 신용현 회장

● ● ●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KWSE 소식지

● ● ● ● 한번 시작된 연구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멈추지 않는다

26 27

●●●●

●●

국제여성과학기술인대회 (BIEN2013)

• 일자 2013년 8월 22일 (목) ~ 24일 (토)

• 장소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 주최기관

사)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KWSE)

대회장 : 신용현 박사 (KWSE 회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조직위원장 : 한성옥 박사 (KWSE 부회장, 한국연구재단)

• 행사 주제

KW-Leadership, SE-Future

(Korean Woman's Leadership in Science & Engineering and Future)

여성 리더십이 만드는 과학기술과 미래

• 개최목표

-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20주년 기념 국제여성과학기술인대회 개최

- 여성과학기술인이 주관하는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융합기술 성과확산

및 교류 촉진, 여성과학기술인 국제적 위상 강화

- 국제적 수월성을 가진 해외 여성과학자, 재외 우수 한인 여성과학기술인

초청 방문 등을 통해 국내 연구계와의 공동연구협력 기반마련

●●●

롯데와 NC에 이은 부산경남 제3구단,

“블루샤크”를 소개합니다.

야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구도(球都) 부산경남에 위

치한 이 곳 진해 6본부에도 야구에 살고 죽는 야구팀이 하

나 있다. 뉴스에서 한번쯤은 들어 알고 있을 꼴리건의 본

거지, 마산 아재들이 이웃하는 바로 그 곳의 팀이다. 이름

하여(두~둥) 블루샤크가 되겠다. 본 글을 통해 6본부 야구회

회원도 다 모르고 있는 6본부 야구회의 태동에서부터 지

금까지의 성장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28 29

우리들의놀이터

글 김정훈 소원사진 김병구 작가

아띠

2009년 야구팀의 창단을 선포하다

지역적인 정서상 진해 6본부 남자직원들의 상당수는 소위

말하는 꼴데1) 팬들이자 꼴리건2)들이었다. 이들의 특징이

자 공통점은 소싯적부터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잡초구장

동네야구를 직접 체험하며 성장하였고, 저녁 9시 뉴스보

다는 9시 30분 스포츠뉴스의 프로야구 경기결과를 더 기

다리며, TV중계라도 보노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야구해설

가이자 팀 감독이라는 것이다. 정서가 이러하니 당연히 6

본부에도 야구팀이 하나 있을 법 한데 의외로 6본부 직원

들에게 있어서의 야구는 눈과 귀로만 즐기는 스포츠일 뿐

이었다. 하지만 2009년 리얼버라이어티 ‘천하무적 야구단’

이란 프로그램에 의해 전국적인 야구 신드롬이 발생했다

는 연예 뉴스인지 스포츠 뉴스인지 모를 소식을 접하다 보

니 6본부 직원들 중에서도 잠재되었던 야구에 대한 욕망

이 꿈틀꿈틀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며 “우리도 한번?” 이라

고 용틀임하게 되었다.

진해 6본부 야구회

1 ) 1990년대~2000년대 중반까지 항상 프로야구 최하위를 도맡아 하던 롯데

자이언츠를 비하하는 야구팬들의 신조어

2) 영국 프리미어리그 훌리건에 빗대어 롯데 극성팬들을 일컫는 타팀팬들의

신조어

30 31

6본부 야구팀을 만들어 보겠다고 차근차근 기회를 노리고 있을 이 무렵 우리는 기막힌 타이밍에 본소 야구팀

인 ADD 피닉스의 막대한 지원을 얻어 내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각 본부의 담당자들이 모인 아무개 워크샵이

끝나고 저녁 식사를 하던 중에 우연히 본 필자가 자리한 테이블에서는 야구와 야구팀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

가 이루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더욱 우연이자 행운이었던 것은 그 테이블에 앉았던 사람들 모두가 이름만 대

면 알만한 야생야사(野生野死)의 본소 야구회 피닉스의 핵심 선수들인게 아닌가? 본소 야구팀으로부터 장비

들을 지원받게 되고 그것들을 진해 본진에 가져다 두고 나니, 이제 창단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시작했

다. 그리하여 2009년 11월 16일, 26명의 창설 멤버들은 마침내 블루샤크 야구팀의 창단을 선포하게 되었다.

한바탕 성장통을 겪는 사춘기 야구팀

막상 창단을 하고보니 욕심만 앞선 던 것인지 제대로 된 야구팀으로 키워나가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산더미

처럼 많기만 하였다.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초창기 회원들이 몸소 작업하여 소운동장 한편에 규격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안전그물망 그리고 장비함 등을 만들어 모셨다. 점심시간이라는 짧은 시간과 좁디좁은 소운동

장에서의 연습이었지만 캐치볼과 내야 펑고를 연습하기 시작하니 이제 야구팀이 만들어지긴 했구나 하는 생

각이 들었고, 하얀 바탕에 줄무늬가 들어간 산뜻한 유니폼도 갖춰 입고 나니 비로소 야구팀의 면모가 물씬 풍

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야구가 우리끼리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꾸준한 경기 출전이 가능한 지역 리그에 가입하고자 최

대한으로 애를 썼으나, 이미 넘칠 대로 넘치는 팀수로 운영되고 있던 진해 진희리그나 창원 까치리그는 신생

팀인 블루샤크의 리그 참가를 진심으로 반대하였고, 마산의 공공기관 리그는 고액의 리그참가비는 물론 신생

팀의 경기력에 대한 이의 제기로 참여가 불가능하였다. 이즈음 비슷한 처지에 있던 육군종합정비창 야구팀

이 주도가 되어 군기관 리그를 만들자 하여 인근 육해공군 야구팀이 망라된 군기관 야구동호회 리그전을 출

범시키려고 하였으나, 그 또한 2010년도 그 침울했던 안보환경에 따라 출범 시도가 흐

지부지 사라지고 말았다.

리그 가입이 요원하던 와중이었지만 야구의 묘미를 체험할 친선 교류전과

자체 청백전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소내 운동장이 협소하였지만 안전야

구공을 사용한 자체 청백전을 창의활동의 날에 치루기도 하였고, 전기연

구원 야구팀인 KERI 볼츠팀과의 친선전이 성사되어 이 교류전은 지금

까지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의미있고 재미있었던 교

류전은 본소 야구팀과 안흥 야구팀과 함께한 그 이름도 거룩한 “창설

40주년 국과연 야구회 교류전”이었다. 야구로서는 최초의 지역 간 교류이자, 연구소 조직이나 정책적인 필요

가 아닌 자발적 교류라는 점, 그리고 야구를 통해 타본부의 타지역의 연구소 식구들과 조우한다는 설렘으로

기꺼이 참여할 수가 있었다.

리그 가입 없이 친선 경기와 자체 경기로만 연명하던 그 때, 우리는 또 한 번의 간접 효과에 의한 행운을 겪게

된다. 진해와 창원 그리고 마산이 통합창원시로 통합을 하게 되면서 산하 체육복지시설의 관리체계도 조정하

게 되었는데, 진해 공설 야구장과 관련한 우여곡절 끝에 기존의 진희리그 2부 리그 격인 토요리그가 창설되었

고 블루샤크 팀은 당당히 토요리그3) 창설 멤버로서 리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리그 출범 첫해, 처음 접해보

는 정식 사회인 리그였던 탓에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신생팀 블루샤크는 생활체육협회장배 대회에서 당당하

게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는 이변도 이룩하였다.

초심을 잃지 않는 건강한 팀으로 지속되길

모든 동호회가 그렇듯이 진해 야구회도 건전한 여가 활동을 통해 소원들간의 친목과 유대를 강화하여 연구

소의 조직력과 활력을 증진하는데 일조하는 것이 일차 목표이다. 특히 본소와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근무함

으로 인해 체감할 수도 있는 소외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여 생활의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동호회

가 되고 싶다. 우연한 계기와 주변의 많은 직간접 도움을 바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 또 진일보할 기회를

받은 우리 야구회는 어찌 보면 참으로 복 많은 동호회일 지도 모른다. 받은 것 이상의 것을 연구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는 건강한 동호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각오로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파

이팅을 외쳐본다.

진해 6본부 야구동호회 블루샤크 파이팅 !!

3) 2011년 8개 팀으로 출범한 진해야구연합회 산하 토요리그는 현재 10개 팀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연중 토요일 리그경

기를 실시하고, 중간 휴식기간에는 몇 개의 이벤트성 토너먼트 대회도 개최되고 있다.

아름다운 진주에서 찾아온 손님

아무 연고도 없이 찾아든 진주를 그는 이제 다른 어느 곳보다 더

욱 사랑하게 되었다. 사시사철 때깔 옷을 갈아입으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

여주는 교정은 물론이요, 차를 몰고 30~40분만 나가도 탁 트인 바다가 언

제든 근심을 덜어 내준다. “처음에는 사투리 때문에 좀 놀랬습니다. 같은 경

상도 사투리라도 진주는 조금 다르더군요. 학생이 이야기를 하는데 무슨 말

인지 잘못 알아들어 당혹스러운 경우도 있었고요.” 낯설게 느껴지던 사투리

도 이제 익숙해졌고, 진주의 구석구석을 알게 될 만큼 오랜 시간을 이곳에

서 보냈다.

연구소에서 보직까지 맡고 있었던 그가 경상대에 오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

이 있었다. 한참 연구소가 어려웠던 시절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경상대학교

총장이 조 박사를 만나러 오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당시 대학교 총장이면

거의 장관급이었습니다. 그래서 소장님께 말씀을 드릴 테니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방문해달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잠깐 저만 만나러

5월의 캠퍼스는 싱그럽다. 이제 막 학교생활에 적응을 끝낸 새내기들

의 자신감있는 표정이 녹음과 어우러져 생동감있는 모습을 만들어낸

다. ‘교수님’하며 달려오는 학생들과 함께 교정에 전시되어 있는 항공

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조태환 前본부장(이하 박사). 그저 책에

있는 수치로 확인하는 이론적인 이야기들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몸

으로 터득한 그의 경험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항공분야를 이끌어나갈

미래의 재원들에게 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복하다조태환 前본부장 (現경상대학교 석좌교수)

소원을만나다

아띠

글 편집실 사진 김병구 작가

32 33

오시겠다고 하시더군요.” 조 박사를 찾아온 경상대 총장이 꺼낸 이야기는 바

로 경상대 교수직 제의였다. 당시만 해도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었기 때문

에 생각을 하고 말고 할 게 없었다. 조심스레 거절의 의사를 밝히자 언제든지

좋으니 좀 더 생각을 해봐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돌아갔다.

그 뒤로 해가 바뀐 뒤에도 교수직을 제의하는 연락은 계속 되었고, 조 박사는

신중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주변에 자문을 많이 구했습니다. 선배 박사

님들과도 상의했고, 또 장인어른과 교회 목사님에게도 상의를 드렸죠. 모두

들 한번 생각을 해보는 게 좋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어렵사리 마

음의 정리를 하고 모든 보직을 내려놓은 뒤 연구소를 떠나게 되었다. “그때

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짠합니다. 아직도 저는 제가 ADD사람인것 같습

니다. 우리 ADD라는 말이 항상 입에 붙어 있어요.” 그에게 ADD에서 보낸 시

간들은 마치 멋모르고 시작된 첫사랑처럼 오랫동안 마음에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굽이굽이 기억고개를 넘으며

입소하고 얼마 되지 않아 커다란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된 조태환 박

사. 그 당시 쟁쟁한 선배 연구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박정희 대통령에게 자

신이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해 브리핑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당

시 사진을 지금도 가지고 있어요. 그때 생각해보면 어린 책임자를 믿고 정말

여러 사람들이 참 열심히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진행되었던 중요한 프

로젝트가 3개 있었는데 담당자들 중에서 제가 제일 나이가 어렸습니다.” 미국

의 로켓을 벤치마킹해 만든 중거리 무인 로켓에 관한 프로젝트였는데 당당히

개발에 성공하고 대통령 앞에서 시연까지 성공적으로 끝냈다. 사업 성공의 공

으로 정부로부터 보국 훈장을 받았다. 그때가 조 박사의 나이 서른셋이었다.

연구소 시절을 생각하면 굽이굽이마다 기억에 남지 않은 것이 없다. 매 순간

이 인생이라는 거목에 옹이처럼 자리 잡혀 있다. “KT-1을 개발할 때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실제 개발에 소요된 기간은 10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때 예산을 1200억 정도 썼는데, 그 당시 천억이면 국방부에서 놀라고도 남

을 금액이었죠.” 공군 역시 미국에서 개발된 최상급 비행기만을 타던 시절이

기 때문에 KT-1개발에 호의적인 편은 아니었다.

“개발하는 와중에 추락사고도 한번 있었습니다.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고

오히려 이 사고가 공군이 저희를 좀더 신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고가

난 후 개발팀은 열심히 사후 조사에 들어갔고, 조종석의 사출 좌석을 만든 영

국 회사의 잘못을 밝혀냈다. 사고에 관련된 모든 보상을 다 받아냈고 그런 과

정들을 통해 공군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여러 가지 우려와 염

려 속에서 성공적으로 KT-1을 개발했고 양산까지 마쳤다. 이런 일은 전 세계

적으로도 드문 경우라고 한다.

요즘 아이들이 부모님을 협박할 때 ‘공대 진학한다고 이야기 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로 공대 기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교육자로서 또 앞선

선배로서 안타까움이 뒤따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모습이다. “제가 대

학에 진학할 당시만 해도 똑똑한 사람은 무조건 공대에 가는 것이 당연시

되는 시절이었습니다. 정책적으로도 잘 이루어져 있었지만, 기술적으로

발전을 이룩해서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자는 생각이 젊은 지식인들 사

이에 퍼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들이 몸집을 불리기 위해 무분별하게 학생을 많이 뽑는 관행을 버려

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조 박사. 그는 각 과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적정한 수

준으로 입학생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매해 백 명이 넘는 입

학생들이 학교에 들어오지만 정작 졸업을 해 취업을 할때에 학생들에게

실망밖에 줄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많은 인원들이 졸업을 하고 일을 하려

고 하지만 한국에서는 할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수업을 들려주고 졸업을 시켜주는 것이 전부

가 아닌, 홀로 설 수 있도록 단단한 뿌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교수로서의

역할이라 생각하는 그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늘 기본에 충실하고 경험을 쌓아가길

문제를 풀다가 잘 안될 때에는 제일 처음 어디서부터 시작했

는지를 점검해보는 것이 습관이라는 조 박사. 그는 학생들에게도 항

상 ‘무조건 많이 배우는 것’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라’고 이야기한다.

“항공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학문이나 기술적인 것들은 모두 기본적

인 것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를 하거나 논문을 쓰다 막힐 때면

처음 시작점이 어디였는지, 어디서부터 얽힌 곳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합니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 말고는 특별히 학생들에게 더 할 이

야기가 없다는 그도, 연구소 후배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부탁하자 기

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쏟아낸다.

“연구소에서 갇혀 지내다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산골

짜기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한 분야만 일하기 때문에 전제적인 삶이

좁아질 수 있습니다. 전에 본부장을 하다보면 다른 동료들과 자신을

비교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종종 보았습니다.” 그럴때마다 그

친구들에게 ‘언제까지 근무할거냐?’를 물어봤다는 그. ‘만약 내일 모

레 그만 둘거면 지금 보직이 무슨 상관이 있으며 10년 이상 근무할거

면 한해빠진다고 해도 결국 다 보상될 것이니 무슨 상관이냐’고 대답

해 주었다.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열심히 하면 본인이 받았던 불이익이

나 억울함은 다 해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변 동료들이나 선

후배에게 찌푸리지 말고 즐겁게 일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었습니

다.” 그의 원칙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고 싶은 일, 하기 싫은 일들

을 다 받아드리면서 연구소에서 보낸 시간들이 지금에서야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주어

진 일, 시키는 일, 맘에 안 드는 일일수록 더욱더 열심히 하면, 그것이

언젠가는 자신에게 큰 경험으로 돌아올 거라며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조태환 박사. 그가 전해온 따뜻한 씨앗이 우리의 마음속에 커다란 나

무로 자라길 기대한다.

34 35

● ‘기본에 충실하는 것’ 그가 전하는 원칙이다

● ● 학생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

● ● ● 그가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경상대학교

● ● ● ● 연구소에서 보낸 시간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다

●●

●●●●●●●

가정의 달 기념

가족여행배준성 소원

별난 기록별난 주인공

아띠

글 사진 배준성

36 37

열한 명이 함께 떠나는 여행

4월 7일은 부모님께서 결혼하신지 오십년이 되는 금혼식 기념일입니

다. 위로 누님 두 분을 모시고 뜻 깊은 가족여행을 준비하기 위하여 먼저 가

족여행 계획을 세우고 여행지와 숙소를 예약하기로 하였습니다. 강원도 설악

에 위치한 펜션으로 장소를 정하고 부모님과 누님 그리고 조카들이 이틀간 쉴

수 있는 숙소를 예약하기로 하였습니다. 군인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에

서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를 이용하여 두 공제회에 콘도를 예약 신청하여 적어

도 한 군데 콘도를 확보하고자 예약하였고 운이 좋게도 두 군데 모두가 접수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습니다.

설악 쏘라노에서 두 채의 콘도를 얻게 된 것도 부모님 금혼식을 기념하고자

하는 기특한 정성으로 하늘이 저에게 기회를 준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하였습

니다. 삼대가 떠나는 가족여행에서 아쉽게도 매형은 외국에서 주재원으로 근

무 중이고 큰조카는 유학중으로 나가있는 관계로 누나들과 나머지 조카들만

참여하게 되었지만 11명의 대가족이 부모님의 금혼식 기념 가족여행에 동참

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을 위한 깜짝 금혼식 이벤트를 준비하다

장남인 저로서는 단순히 가족들 간의 여행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고

허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부모님 환갑잔치와 칠순잔치도 가족들과 여행으

로 보냈던 과거도 있고 이번 부모님 금혼식만큼은 이벤트를 준비하여 보다 뜻

있는 가족여행이 되어야 하겠다는 장남으로서 의무감도 있었습니다. 따로 뷔

페에서 이벤트 업체를 활용하여 행사를 주관하기보다는 내가 손수 행사를 준

비하고 금혼식 식순과 내용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부모님께 감동을 선사하기 위하여 먼저 부모님의 오래전 결혼 흑백사진들과

●● ●●●

● 여행에서 빠지면 안 되는 단체사진

● ● 부모님의 러브샷!

● ● ● 부모님의 발자취를 기념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더디 오는 봄을 원망하고 있었는데, 5월이 오자 거짓

말처럼 화사한 날들이 계속 된다. 마치 자연도 ‘가정

의 달’임을 알고 있다는 듯 여행가기 좋은 날들이 계

속 이어진다. 그래서 이번 <별난 기록 별난 주인공>

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특별한 가족 여행을

준비했다. 부모님의 금혼식을 기념해 삼대(三代)가

함께 떠난 배준성 소원의 가족여행! 대가족이 함께

떠난 뜻깊은 여행에 동행해보자.

38 39

부모님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

기로 하고 일일이 사진들을 골라 스캔작업을 하여 이

미지 파일로 확보하는 작업부터 수행하였다. 옛날 기

록사진에서 부모님의 연애사진과 약혼식 및 결혼식 사

진들을 돌아보고 저와 형제들의 백일사진 돌 사진들

로 우리 가족의 기록들을 정리하였습니다. 그 다음 우

리 형제들의 결혼과 조카들의 탄생 순으로 내용을 정

리하였습니다.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부모님들의 젊은 날들에 대한 회

상과 부모님의 삶의 터전에 대한 기록사진들을 채움

으로서 생활전선에서 우리 형제들을 뒷바라지하기 위

하여 애쓰신 부모님 노고에 깊이 감사하는 시간들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프레젠테이션을 준

비하기 위하여 며칠 밤을 꼬박 새우고 과거의 기록들

과 마주하면서 앞으로 십 년 후에 다가올 부모님의 결

혼 60주년 기념일을 기대하여 보았습니다. 그때까지

부모님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시기를 마음속으로 기

원하였습니다.

프레젠테이션으로 제작한 영상앨범에서 가정과 자식

들 그리고 손주들까지 뒷바라지에 헌신하신 부모님

의 노고와 평생 고난을 함께해온 평생의 벗으로서 두

분의 발자취를 기록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준비한 것

은 자식들이 부모님께 드리는 감사의 글과 손자손녀

들의 효도서약서 낭독의 시간을 위한 글을 미리 준비

하였습니다.

의미있고 기억에 남는 가족여행

금요일 저녁 설악에 모인 가족들은 속초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느지막이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한 채에서는 부모님과 큰누님이 함께하고 나머지 한

채에서는 작은누님댁과 우리가족이 같이하게 되었습

니다. 미리 준비해간 샴페인과 케익을 준비하고 부모

님 몰래 거실에 프레젠테이션 출력물을 한장 한장 조

카들과 테이프로 거실 유리에 붙여나갔습니다.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나고 부모님의 금혼식 깜짝 이

벤트를 시작하였습니다. 식순은 금혼식 개회와 케익

화촉 점등시간을 갖고 부모님 포옹의 시간과 미리 준

비한 효도서약서를 낭독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였습

니다. 자손들의 부모님 은혜 합창의 시간과 헌화헌주

의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손자 손녀들

의 장기자랑 시간을 마련하여 부모님들의 주름살을

활짝 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록 전문가가 아

닌 초보자인 제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마련하였지만

그 또한 정성으로 준비하니 부모님께서 더욱 흐뭇해

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조카들과 제 자식들에

게도 할아버지, 할머니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

고 효도에 대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요?

밤새 준비한 영상앨범을 보고 누나들과 조카들에게 칭

찬을 받고 부모님도 흡족하신 모습을 보니 단순한 가

족여행 그 이상의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그 다음날 아

침식사를 함께한 삼대 가족들은 영상앨범을 외국에 나

가있는 매형과 조카에게 메일로 보내고 기쁨의 시간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드라마세트장과 워터피아에서

조카들과 물놀이를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

니다. 마지막 날 속초박물관과 속초시장에서 유명한

만석닭강정과 감자수제비 등 식도락을 즐기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소원 여러분께서도 가족의

뜻 깊은 날, 보다 의미있고 기억에 남는 가족여행을 적

극 추천 드립니다.

●●●●

●●●●●

●●●●●● ●●●●●●●●

●●●●●●●

● ● ● ●, ● ● ● ● ● 부모님의 결혼식 사진

● ● ● ● ● ● 가장 큰 보물, 손녀들

● ● ● ● ● ● ●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 ● ● ● ● ● ● ● 가족이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어둠이 짙을수록 별은 더 밝게 빛나는 것처럼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로운 나날들은

외세의 침략, 남북전쟁이라는 아픈 상처가 있었기에 더 소중하게 빛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이번 여행지는 용산으로 정했다. 이제 대전에서 KTX를 타면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곳,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아낌없이 희생했던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은 절로 우리의 고개를 숙이게 한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이슬람거리

우리 땅 곳곳에 남아 있는 소중한 호국 문화유산들. 평화를 기원한

조상들의 얼이 살아 있는 여행지를 찾아가 그곳에 남아 있는 이야기

들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라온

시간이 머무는 여행

글 편집실 사진 김병구 작가

40 41

으로 급성장하였다.

이태원에서도 가장 이색적인 곳은 ‘이슬람거리’이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중동건설 붐은 중동국가와의 교류를 활

발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국내 무슬림들의 종교적 자유를 보장

하기 위해 이태원에 이슬람 전통 모스크를 짓는데 합의하고 ‘서울 중앙 성원’

을 건설하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일대에 이슬람 전문 상점들이 모여들며

뚜렷한 색을 가진 거리를 조성하였다.

성원의 철탑 위에 달린 초승달을 바라보며 골목을 오르다보면 유려한 이슬람

전통 양식의 모스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가지 않고

도 이런 전통 건축물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을 방문한 보람을 느

낀다. 늘 방문객에게 활짝 문을 열어 놓고 있는 곳. 꼭 무슬림이 아니더라도

엄격한 규율만 준수한다면 내부를 둘러 볼 수 있다. 먼저 이곳에서 여성은 중

앙계단이 아닌 뒷길을 이용해 여성전용 예배실로 들어가야 한다. 짧은 바지

나 치마, 민소매 옷을 입은 사람은 모스크 안에 들어갈 수 없다. ‘남녀유별’을

강조하는 이슬람 문화가 자유분방하기 그지없는 이태원의 한 가운데에서 지

켜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모스크를 나오자 이내 저녁이 되었는지 노을이 물들기 시작한다. 노을에 걸

쳐진 철탑의 초승달이 마치 진짜인 냥 빛을 뿜어낸다. 이슬람에서는 저 초승

달은 ‘진리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한다. ‘전쟁기념관’에서 만날 수 있었던 선열

들의 모습이 있었기에 지금의 평화가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변함없는 ‘진

리’는 아닐까?

42 43

그 시절을 직접 헤쳐 나온 선열들의 흔적

유난히 햇살이 밝은 날 찾아간 전쟁기념관에는 나들이 나온 사람

들로 북적인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이곳을 찾은 아이들은 야외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는 전투기들이 신기한지 마냥 기념촬영에 몰두한다. 1994년 완

공된 전쟁기념관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는 대표 전시관 중 하나

이다. 정문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형제의 상’이 눈에 들어온다. 6·25전쟁

당시 서로 적으로 만나 총을 겨눈 형제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조형물을 보자

문득 오래전에 봤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떠오른다. 영화를 보는 것만

으로도 참담함에 몸이 절로 떨려왔는데 그 시절을 직접 헤쳐 나왔을 부모님

세대를 생각하니 숙연함에 마음이 아려온다.

선사시대 청동검과 생명의 나무가 어우러진 상징탑, 광개토대왕비의 실물

모형 등이 전시되어 있는 평화의 과장을 지나 이어진 건물은 총 6개의 실내

전시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층에 들어서자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

쳐 6·25전쟁, 월남전에서 전사하신 분들의 흉상과 을지문덕, 김유신, 최

영 등의 흉상이 전시되어 있다. 중앙홀을 지나 ‘전쟁역사실’로 들어선다. 이

곳에는 선사시대부터 대한제국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서 사용된 전쟁유물

들이 전시되어 있다. 오래도록 걸음을 멈추고 우리나라를 지켜온 무기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본다.

내일의 평화를 다시 생각하는 곳

2층으로 이동하자 6·25전쟁에 관련된 전시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전쟁의 발발에서 휴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살펴 볼 수 있는 이곳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6·25전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

육의 장이 되고 있다. 휴일을 맞아 부모님의 손을 잡고 나와 또렷한 눈빛으로

슬픈 역사를 되짚어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한 번 더 ‘지금의 평화를 계속해

서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창군 이후 전사한 17만 명

의 이름을 담은 장부를 보관하는 ‘호국추모실’은 물과 빛이 어우러져 마치 영

혼이 머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폐허로 변한 도시, 피난가는 난민들, 공산군을 피해 숨어 살아야만 했던 생

활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3층의 ‘전시생활실’, 또 해외에 군대를 파병한 역사

를 확인할 수 있는 ‘해외파병실’까지 돌아보고 나면 지금 누리고 있는 평화가

얼마나 많은 희생위에 세워져 있는지, 또 이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얼마나 많

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너무나도

당연하게만 생각해온 일상의 소중함, 호국선열에 대한 감사함, 전쟁기념관은

그저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를 되새기는 것이 아닌, 내일의 평화를 생각하게

하는 값진 경험이 되었다.

노을에 걸린 초승달이 전하는 이야기

전쟁기념관을 나와 이태원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다양한 국적의 외

국인들로 항시 붐비는 이곳은 쇼핑은 물론 각 나라의 먹거리와 의류 등 문화

를 즐길 수 있는 상점들로 빼곡하다. 유동 인구의 70%가 외국인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을 만큼 오고가는 행인들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고 있으면 오히

려 한국인이 관광객처럼 보인다. 인근에 미군부대가 주둔하면서부터 외국인

이 몰려들기 시작한 이태원 거리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어엿한 쇼핑타운

● 이태원 이슬람거리에 있는 ‘서울 중앙 성원’에서는

이슬람 전통 모스크 양식을 볼 수 있다

용산 문화 탐방 프로그램

용산구에서 운영하는 ‘용산 문화 탐방’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용산의 주요 유적지를

해설사와 함께 관람하며 더욱 자세하게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다.

이슬람거리를 즐기는 Tip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 보광초등학교로 이어진 길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아랍전통베이커리인 ‘살람 베이커리’, 터키전통음식점인 ‘살렘 레스토랑’

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맛을 느껴볼 수 있는 명소이다.

전쟁기념관 찾아가는 길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 11번, 12번 출구 (도보 3분)

4호선 삼각지역 1번 출구 (도보 5분)

1호선 남영역 1번출구 (도보 10분)

서울역에서 오시는 경우

한강대교방면으로 오셔서 삼각지역 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70M 전방에서 서문으로 진입

마포(공덕역)에서 오시는 경우

삼각지 고가차도를 넘어 삼각지역 사거리에서 직진 후

70M 전방에서 좌회전하여 서문으로 진입

자가용

부성애,

전성시대

핫키워드로 떠오른 ‘아버지’

<레미제라블>의 깜짝 흥행도 비슷한 사례다. 여기선 장발장이 의붓딸을 헌신적으로 지켜주는 아버지

로 등장했다. 그는 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혁명의 한 복판으로 잠입한다. 그리고 자신

의 과거가 혹여 딸의 행복에 방해될까 하여, 딸을 시집 보낸 후 수도원으로 잠적해 쓸쓸히 늙어간다. 절대적

희생을 보여주는 부성애다. 예능에선 <아빠 어디 가>가 아버지 전성시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아빠와 아이

가 함께 여행을 떠나 하룻밤을 보낸다는 극히 단순한 설정인데, 오랫동안 침체기에 빠져있었던 <일밤>을 구해

낼 정도로 괴력을 발휘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방송사에선 엄마를 내세운 <맘마미아>를 선보였지만 시청자

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국민드라마라고 할 정도로 올 상반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내 딸 서영이>도, 말이 ‘내 딸’이지 내용으로 보면

제목을 ‘우리 아버지’라고 해도 될 만큼 아버지가 부각된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 등장한 모든 아버지들이 시청

자의 호응을 받았다. 먼저, 서영이의 시아버지는 대기업 사장으로 전형적인 가부장적 아버지였다. 가족에게 명

령하고 부인을 언제나 무시했다. 그러다가 부인의 가출을 겪은 후 급속히 초라해지면서 가정적인 남편이 된다.

노년기에 위축되는 아버지상이다.

서영이 동생의 장인은 괴롭게 회사를 다니다 마침내 때려 치고 꿈을 찾는 아버지다. 이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 두

고 자유를 만끽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찡했다는 중년시청자가 많았다고 한다. 그만큼 이 시대의 아버지들이 치

어 산다는 이야기다. 이 아버지는 회사에선 사회적 관계에 잡혀 살고, 집에선 드센 부인에게 잡혀 살았다. 그러

는 한편 나이를 먹어도 외모 관리나 취미에 몰두하는 노무족(NOMU족. No More Uncle의 약자. 더 이상 아저씨

이길 거부하는 50대 중년 남성)을 표상하기도 했다.

서영이의 아버지는 이 시대 서민 아버지의 표상으로 눈물과 공감의 핵심이었다. 이 아버지는 외환위기 이후

어려워진 경제여건 때문에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자식들에게 변변한 물질적 뒷받침을 해주지 못한다. 그

래서 자식들에게 한없이 미안해한다. 서영이가 이런 아버지의 존재를 숨기고 재벌집에 시집갔지만 먼발치

에서 딸을 지켜준다. 사위가 차에 치일 뻔하자 대신 치이기도 한다. 아낌없이 주는 아버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아버지, 그리고 힘없는 아버지. 바로 우리들의 아버지상이었다.

‘내 딸 서영이’는 이렇게 다양한 성격들을 통해 이 시대의 아버지를 그려냈고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언제나 시류를 기민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은 <개그콘서트>도 ‘나는 아빠

다’ 코너를 통해 아버지 열풍에 합류했다. <개그콘서트>가 소재로 채택할 정도면 확실히 핫키워

드로 떴다는 이야기다.

달라진 아버지의 모습

요즘 뜨는 아버지는 옛날에 우리에게 익숙했던 그 아버지가 아니다. 과거의 아

버지는 가부장적 아버지, 엄한 아버지, 무서운 아버지였다. 가끔 술 먹고 행패도 부렸

고, 가사나 육아 등 집안일에 통 무관심했다. 그런 아버지상이 마지막으로 등장했던

44 45

트렌드연구소

라온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바야흐로 아버지의 전성시대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내세운 <7번방의 선물>의 깜짝 흥행이 그것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영화는 잘 해야 삼백만 관객 정도에서 머무는 게 보통인데, 무려

천만을 넘었다. 거기엔 눈물이나 코믹 코드도 작용했지만, 아버지 코드도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이 한국인을 움직인 것이다.

아빠가 된 후에야

아빠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커보였던

아버지의 손이 그립다

드라마가 바로 <사랑이 뭐길래>였다. 이 작품에서 대발이 아버지는 집안에서 군림하는

압제자 같은 느낌이었다가 극 후반에 신세대의 반격을 맞아 온화한 성격으로 바뀌어갔

다. 1990년대에 등장한 신세대의 발칙함에 혼란을 겪는 전통적 가부장의 이야기였다.

<사랑이 뭐길래>는 최초의 한류 드라마로 기록된다. 우리보다 일찍부터 여권신장을 경

험한 중국인들에게 권위적인 대발이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

이는 대가족은 문화적 충격이었고,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1990년대

에 대발이 아버지를 기점으로 급속히 무너지던 아버지의 권위는 90년대 말 IMF 사태로

완전히 해체되기에 이른다. 외환위기 직후 아버지 열풍이 불었는데, 이때의 아버지는 가

부장적 권위를 잃어버린 힘없는 아버지, 불쌍한 아버지였다. 왜냐하면 아버지들이 정리

해고, 명예퇴직 등으로 힘이 빠졌고 그후 사오정, 오륙도 등의 유행어로 상징되는 불안

에 떨며 살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아버지하면 ‘초라한 어깨’가 떠오르게 된다.

21세기 접어들어 여성의 목소리가 급속히 커졌다. 여성의 사회진출도 대단히 활발해졌

고, 정치적으로도 여성의 권익을 지켜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한민국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자식교육과 부동산 재테크인데 이 부분을 여성이 전적으로 책임

지게 되면서 가정에서도 엄마 파워가 커졌다. 사회에선 사회대로, 가정에선 가정대로 아

버지는 움츠러들었던 것이다. 최근 육아 심리학 열풍이 불면서 아버지의 역할이 자녀교

육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 알려졌고, 이것은 아버지들에게 과거보다 더 집안일에 자

상해질 것을 요구하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요즘 각광받는 아버지는 바로 그런 아버지들이다. 과거와 같은 가부장적 힘을 잃은 아버

지. 자상하고 따뜻하게 가족을 보살펴주고 지켜주는 아버지. 옛날보다 초라해졌지만 그

것 때문에 오히려 더 인간미가 느껴지는 아버지. 이런 아버지의 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

는 것이 <롤러코스터>의 ‘나는 M이다’ 코너다. <롤러코스터>는 <개그콘서트>처럼 사람

들이 널리 공감할 만한 키워드를 기민하게 포착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은

프로그램이다. ‘나는 M이다’는 우리 식으로 읽으면 ‘나는 에미다’가

되는데, 어머니를 과거 심은하가 나왔던 공포물 <M>에서의 귀신과

같은 무서운 존재로 그리는 코너다.

‘나는 M이다’에서 어머니는 화가 나면 눈이 파랗게 변하고, 그러면

온 식구가 벌벌 떤다. 이 코너에서 어머니는 당연히 집안 서열 1위로

그려지는데, 반면에 아버지는 자식들보다도 못한 서열 꼴찌로 나온

다. 아버지가 하는 일이라곤 돈 벌어오는 것과 자식들 뒤치다꺼리 해주

는 것 정도다. 그것 외엔 전혀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런 설정에

시청자들은 공감했다. 이렇게 위축된 아버지의 위상이 ‘부드러운 보호자’,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선 멘토 열풍이 불고 있다. 불안에 빠진 젊은이들이 보호자를 간절히

원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분위기이기 때문에 보호자 이미지의 아버지 신드

롬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따뜻하면서 능력까지 있어야

지금 뜨는 아버지는 단지 부드럽고 자상하

기만 한 사람이 아니다. 자식을 보호해줄 실질적인

능력도 있어야 한다. 아버지가 뜨는 것 자체가 능

력과 연관이 있다. 아무래도 어머니보다는 아버지가 경제활동에 더 뛰어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물질적 능력이 더 풍부할 수밖에 없다. 아버지는 사회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어머

니보다 힘이 더 세다고 간주된다. 요즘 젊은이들은 강력한 보호자를 원하기 때문에, 어머

니보다는 아버지를 호출한다. 이것이 IMF 직후에 열풍을 일으켰던 ‘초라한 아버지’와 지

금 아버지상의 다른 점이다.

딸바보 현상이 아버지의 보호자로서의 성격을 말해준다. 최초의 딸바보는 영화 <아저씨>

의 원빈이었다. 이 영화에서 원빈은 강력한 힘으로 여자아이를 지켜줬다. 그 후 아이를 잘

지켜주고, 잘 놀아주는 성인남자를 딸바보라고 하게 됐는데, 처음엔 꽃미남 완벽남에서

시작했지만 나중엔 점점 순수, 희생의 이미지가 강화되면서 <7번방의 선물>과 같은 지적

장애 아버지, <내 딸 서영이>의 희생적 아버지가 딸바보로 떴다. 그리고 중요한 건 딸이 아

니라 보호자로서의 이미지이기 때문에, 이젠 아들이건 딸이건 자식을 잘 지켜주면 다 넓

은 의미에서의 딸바보로 친다.

아버지가 자식을, 집안을 잘 보호하려면 결국 돈을 잘 벌어야 한다. 원빈처럼 총을 쏴서 아

이를 지키는 건 영화 속 이미지일 뿐이고, 현실에선 총성없는 전쟁터인 사회에서 돈 벌어

가족 뒷바라지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저씨>의 실체다. 부드럽고 자상하게 사랑과 관심

도 기울여야 하고, 한편으론 강력한 힘을 가진 보호자의 역할도 해야 하고, 또 한편으론 <7

번방의 선물>처럼 자식을 위해 무한정 희생하는 바보도 돼야 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지금 뜨는 아버지인 것이다. 요즘 아버지는 이래저래 힘들다.

아낌없이 주는 아버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아버지,

그리고 힘없는 아버지.

바로 우리들의

아버지상이었다.

46 47

이미지 제공 블로그(무디의 무책임한 세상, 스티커 메시지), 펙토리세븐, KBS, MBC

자식을 위한 아버지의 진심을

언제쯤 알게 될까?

영화 <쥬라기 공원> 등의 촬영지였던 하와이 카

우아이 섬!

지금이야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지고 하와이의

‘보물’로 불리는 천국 같은 섬이지만 1950년대의

카우아이는 주민들이 지독한 가난과 질병에 시달

리며 인간이 태어나서 겪을 수 있는 모든 불운을

만나는 지옥과도 같은 섬이었다. 이 불행한 사람

들을 대상으로 1954년부터 40여년에 걸쳐 역사적

인 종단연구가 수행되었다. 이 섬에서 1955년에

출생한 모든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하여 이들

이 어른이 될 때까지 어떤 요인들이 한 인간을 사

회적 부적응자로 만들며 불행으로 이끄는가 하

는 문제를 추적 조사하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

였다.

심리학자 에미 워너는 이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고위험군 아이들 201명에 대한 연

구를 통하여 흥미로운 결과를 이끌어냈다. 가장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 모두가 문제아로 성장할 것

이라는 가설이 맞아야 하는데 1/3을 차지하는 72

명의 아이들은 갖가지 열악한 환경 때문에 부적응이

확실시되는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

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그렇

게 긍정적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었을까?

에미 워너는 이 72명에 대한 추적 연구를 통해 삶

의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힘의 원

동력이 되는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을 확립했

다. 회복탄력성의 핵심적인 요인은 결국 인간관

계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제대로 성

장한 아이들의 공통점은 그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그 아이의 인

생 중에 한 명은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대상은 엄

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 그 누구든

상관없었다. 톨스토이의 말대로 사람은 결국 사

랑을 먹고 산다는 것이 카우아이 섬 연구의 결론

이다. 40년에 걸친 카우아이 섬 연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람마다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이 있는

데 그 능력이 바로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은 삶의 시련을 극복하고 이를 발판

으로 삼아 도약하는 비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

어로는 resilience인데, 저자인 김주환 교수는 이를

어려움에서 적응적 상태로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

인 ‘회복’과 정신적 저항력의 향상, 즉 역경을 딛

고 되튀어 오르는 성장을 뜻하는 개념인 ‘탄력성’

을 합쳐 ‘회복탄력성’이라 번역하였다. 저자는 긍

정적 정서 향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개발을

연구하면서 회복탄력성을 접하게 되었고, 2009년

2월 14일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회복

탄력성의 개념을 대중에 알리게 되었다. 이 책은

회복탄력성이 어떤 요소로 이루어지고 이 요소들

을 개발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침서이다.

그렇다면 물체에나 있을법한 탄력성이라는 말이

붙은 회복탄력성의 의미는 무엇일까? 회복탄력

성은 물건이 바닥을 치면 다시 튀어 오르듯이 자

신에게 닥친 온갖 어려움과 역경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이다. 몸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근육이듯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도 근육이 필요한데 그것이 회복탄력성이다. 회

복탄력성은 여러 가지 역경과 시련에 대한 면역

력을 키운다는 뜻과 같다. 역경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가도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되튀어 오르

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원래 있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

은 역경을 극복했기 때문에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역경을 긍정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역

경을 극복할 수 있었다. 역경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 그것을 도약의 기회로 삼는 것, 그것이 바로

회복탄력성의 핵심이다.

이 책에서는 회복탄력성의 요소를 자기조절능

력, 대인관계능력, 긍정성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자기조절능력은 감정조절력, 충동통제력,

원인분석력으로 구성되고, 대인관계능력은 소통

능력, 공감능력, 자아확장력으로 구성된다. 저자

는 이들 두 가지 능력의 기반이 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긍정적 정서로 보았다. 긍정적 정서가 자

기조절능력과 대인관계능력을 더욱 견고히 해주

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회복탄력성

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할 일로 저자는 뇌를 긍정적

으로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행복의 기본 수준을

높이며, 자신의 대표 강점을 발견하라고 충고

한다. 마틴 셀리그만 교수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

신의 고유한 덕성과 강점을 발휘하는 것만이 진정

한 행복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 강조하였다. 자

신의 대표 강점은 셀리그만 교수의 사이트(www.

authentichappiness.org)에서 무료로 측정해볼 수

있다. 책에는 또한 저자가 완성한 53개 문항의 한

국형 회복탄력성 지수 측정을 위한 설문지가 포함

되어 있으니 각자 자신의 지수를 한번 점검해 보

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회

복탄력성 향상을 위한 두 가지 습관으로 감사하기

와 운동하기를 권고한다.

삶의 굽이굽이를 잘 헤쳐 왔다 생각되면 내 인생

의 디딤돌은 누구였을까 한번쯤 회상에 잠겨볼 일

이다. 또한 이제는 자신이 다음 세대의 디딤돌이

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베푼 무조

건적 사랑이 아이를 긍정적이고 회복탄력성 높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그것이 세대와 세대를 이어

행복을 전하는 긍정성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말이다. 이 좋은 계절, 위 아래로 마음껏 사랑을

베풀어 봐도 좋으리라. 하여 오늘도 필자는 열한 살

조카의 만만이가 되어 ‘큰이모’라는 부름에 빛의

속도로 달려 나간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프랑스의 평론가로서 현

대 비평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친 롤랑 바르트

의 [애도일기](이순, 2012, 김진영 역)를 추천한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부터 죽음을 애도하며 쓰기 시작한 일기 형식

의 단상들을 모은 글이다. 글을 통해 전쟁미망인

으로 살아오며 아들을 지극하게 사랑했던 어머니

와의 이별 이후 2년에 걸쳐 저자가 써내려간 절망

감, 외로움, 슬픔의 극한을 엿볼 수 있다. 시간은

슬픔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지 슬픔을

받아들이는 예민함만을 사라지게 할 뿐이라는 저

자의 말에서 어머니를 잃은 아들의 애끊는 슬픔과

지극한 사랑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제목 회복탄력성 :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유쾌한 비밀

저자 김주환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11

페이지 266 p.

48 49

책으로읽는 세상

라온

글 사진한명원책임기술원

회복탄력성의놀라운

삶의 시련을 도약의 발판으로 바꾸는

겨우내 움츠렸던 산과 들이 기지개를 편다. 따뜻한 햇살에 새싹이 움트는 봄이 시작되자 산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급속도로 성장한 아웃도어시장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

라의 등산인구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막 등산을 시작한 초보 등산객들을 위해 봄

철 산행에 꼭 필요한 정보들을 모았다.

50 51

생활돋보기

라온

글 편집실

초보 등산가를 위한

봄철

산행 전

꼼꼼한 준비

봄철은 등산하기에는 아주 적절한 시기이지만 철저한 준비없

이는 힘든 봄철 산행을 경험할 수 있다. 봄철 산행 시에는 일교차가 심

하기 때문에, 알맞은 아웃도어와 등산화 착용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

리 가벼운 산행이라도 필요한 최소한의 등산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등산화, 스틱, 생수, 아이젠, 간식, 바람막이 등을 준비해야 한다. 특

히 아이젠은 필수 등산용품의 하나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육안으

로 보기에는 봄이 왔다고 하지만 아직 계곡 여기 저기 비탈진 등산로

에는 많은 눈이 남아 있다. 봄 날씨는 변덕스럽고 일교차가 크며 날씨

가 맑다가도 갑자기 안개 및 비가 오는 경우가 많아 항상 여벌옷을 여

러 장 준비해야 한다. 때문에 방수·방온의 기능성 소재가 사용된 등

산 의류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등산화 선택이다. 등산화를 선택할 때에는 두

꺼운 등산양말 등을 고려해 기존 대비 5~10mm 정도 큰 사이즈를 고

르는 것이 좋다. 너무 꽉 끼는 등산화는 발을 압박함으로써 기민한 동

작에 방해를 준다. 4~5시간 이상의 장거리 산행을 다녀올 때에는 제

법 중량감이 있고 딱딱한 등산화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반면 가벼운

산행을 다녀오는 초보자일 경우 깔창 아래 부분이 탄력적인 등산화를

고름으로써 평지 위의 발바닥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

자외선 차단제도 필수품이다. 봄철 자외선은 여름철 자외선보다 그

양은 적으나 피부에 더 치명적이다. 겨우내 적은 자외선에 익숙해진

피부가 갑자기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SPF 30 이

상 PA +++인 효과적인 제품을 선택한다.

초보 등산가

등산하기

겨울동안 낮은 기온에 적응되어 있는 관절과 근육이 유연성

이 떨어져 무리한 산행을 감행하면 부상당하기 쉽다. 첫 산행이거나

등산 초보자들을 가벼운 코스를 등산하다가 차츰 난이도 있는 코스

순으로 등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행의 기본자세는 양 어깨의 힘을 뺀 상태에서 상체를 앞으로 조금

굽히고 무릎은 조금만 올리면서 걷는 것이다. 산에 오를 때 초보자들은

급한 마음에 보폭을 너무 넓게 벌리는 경우가 있는데 성인의 경우 분

당 114보 정도가 알맞다. 휴식도 신경 써야 한다. 가까운 거리에 정상

이나 목적지가 있어도 무리하지 말고 제 때 쉬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

하다. 심한 경사를 오를 때는 가만히 서서, 평지에서는 가벼운 스트레

칭으로 몸을 풀어주면서 쉬면 체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산 소요시간은 넉넉하게 잡는다. 숨이 차지 않는 내리막이라고 뛰

어서 내려오면 무릎 건강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뛰거나 빠른 속도로

내려올 경우 발이 바닥에 닿을 때 무릎에 과도한 충격이 가해지기 때

문이다. 하산 시 발 앞부분보다 뒤꿈치로 내려오는 것이 부담이 덜하

다. 스틱을 이용해 체중을 분산시키는 것이 좋다. 배낭의 무게도 최소

화해서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인다.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면 약

해진 근육을 보완할 수 있다. 두툼한 등산양말을 신은 상태에서 등산

화는 발에 딱 맞게 신는다. 신발 끈은 꽉 매야 신발 속에서 발이 헛돌

지 않아 발과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안전사고에

유의 하세요

봄철 산행을 위해서는 겨우내 뭉쳐있던 우리 몸의 근육을 가

벼운 스트레칭으로 풀어 주어야 한다. 무리한 산행은 안전사고의 원

인이 된다. 산행 전 다리 늘이기나 쪼그려 앉기 등의 30분간의 스트레

칭은 긴장을 풀어주고, 관절손상과 부상을 방지 할 수 있다.

얼어붙었던 땅이 녹으면서, 낙석과 지반침하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

봄철 산길의 특징이다. 등산 중에 바위 근처나, 지반침하가 일어날 수

있는 지형에서는, 반드시 자신의 내딛는 발을 확인하고, 무리하게 바

위를 타거나, 잔석 등을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잘못 밟은 잔석이

뒤따르는 등산객들에게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간은 대개 날씨가 건조하므로 불조심에 각별히 유의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유의사항이다. 또한, 휴대가 간편하고 고열량의 음식(육포, 사

탕, 초콜릿 등)은 체력이 떨어졌을 때 체력회복에 순간적인 도움을 주

므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꼭 챙겨 가야 한다.

<무내미>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만들어집니다.

소원과 가족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내미>를 더욱 빛나게 만듭니다. <무내미>를 읽고 독자 의견을 엽서에

적어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무내미>편집실에서 준비한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2013년 03+04월호 독자의견

이윤정 표지 디자인과 편집이 깔끔하고 읽기에 부담이

없어 좋습니다.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과학분야 관련 도

서나 연구소(과학단지)들 정보도 알려주었더라면 좋았

을 것 같네요.

우희채 신정부에서 ADD에 많은 국정과제를 주었습니

다. 이에 발맞춰 우리 ADD도 정부와 국민의 기대에 어긋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추진했으면 합니다.

전경욱 ADD 육성과 방위산업의 창조경제 전략에 중점

을 둔 박근혜 정부의 비전 그리고 이에 맞추어 적극적으

로 대응하고자 하는 국방과학연구소의 의지를 잘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동북아정세의 불안과 대북 경색의 국면

에 있어 모쪼록 ADD가 자주국방과 보안의 첨병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게 됩니다.

최병관 선생님 몰래 까먹던 도시락. 마음이 찡해집니다.

노창균 ‘생활돋보기’ 코너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

Reader

's m

ail

edito

r’s co

mm

ents

Quiz

독자

의견

편집

후기

퀴즈

ADD스케치북

정답을 보내주세요!

다음 문제의 정답을 엽서에 적어 보내주세요.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온누리 상품권)을 드립니다.

2013년 05+06 퀴즈

01. 등에 큰 혹을 가지고 있으며 발가락은 두 개이며 사막

의 초원에서 살고 나무의 가지나 입을 먹는 동물은?

(‘자연에서 배우다’ 참고)

02.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본능적인 사랑을 나타내는 말로

최근 영화나 드라마, 예능의 주제로 많이 다뤄지고

있는 말은? (‘트렌드 연구소’ 참고)

2013년 03+04호 퀴즈 정답

01. 청야전술 02. 스웨덴

독자엽서 당첨자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이윤정 우희채 전경욱 최병관 노창균

주소 변경이나 신규구독을 원하시는 독자 분들은

아래의 연락처로 메일 또는 전화 주시면 됩니다.

소내독자 연구소 메일, 또는 소내 연락처

일반독자 [email protected] 또는

편집실(042-821-2011)로 연락

* 엽서제출 마감일은 2013년 7월 5일입니다.

서창환 편집위원

편집회의 때마다 고민되는 ‘기사거리’. 보안 때문에, 이러저러한 상황 때문에... 그래서 난 편집회의 때마다 재미있는

연구소를 꿈꾼다. 만약 연구소가 재미있어진다면 기사거리가 풍부해질 텐데... 신입소원들이 불을 지피지 못해 고기

를 못 구워먹는 모습을 보면서 난 꿈꾼다. ‘신입소원 병영체험보다는 오지체험으로 변경하길..’ 몇 달 안 보였던 부서

원들이 시커먼 얼굴로 피곤에 절어 출근하는걸 보면서 난 꿈꾼다. ‘분기별 우수부서를 선정하여 캠핑을 보내주면 어

떨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꼭지 하나는 해결 될 텐데... 하고 꿈만 꿔본다. 소원들이 궁금해하고 재미있어 하는 사보

가 되길 꿈꾸며...

편집위원님들 파이팅~편집후기 끝^ ;̂